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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Apr 11. 2024

투표할 권리


투표할 의무가 아니라.


나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았다. 내가 속한 당이 크게 패한 상황에서 큰 책임감을 가진다. 물론 내 지역구 의원은 다시 당선됐지만, 그는 국민의힘 소속임에도. 그에게조차 큰 관심을 두지 않은 것에는 복잡한 마음이 들지만. 세상은 늘 투표하라고 한다. 버락 오바마의 연설 역시 유명하다. 투표를 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그 이야기는.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자가 당선이 되면 선거비용을 돌려받는다고 한다. 또한 후보자가 15%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해도 역시 선거비용을 돌려받는다 한다. 그 꼴이 보기 싫어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나는 몰랐던 것이다. 선거를 하기 위해 돈을 쓰고 그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을. 정치인은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그들을 위해 세금을 쓰는 걸 아까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못나고 무능력해도, 아무튼 그런 경우에는 욕이라도 줄기차게 먹지 않는가. 정치인은 사람들에 떠밀린 한 척의 배와 같은. 그 마음은 스스로 항해하고자 했을지도 모르지만 어떤 식으로든 땅을 떠나야 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투표해야 한다. 왜 투표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돌아온 대답은 그런 것이었다. 그들을 살려야 할 최소한의 의무는 있는 것이라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 무얼 믿고 뽑아주나, 누가 더 나은 인물인지 그렇지 않은지 어떻게 아나 싶었다. 국회의원 선거 토론회는 어디서 하는지도 모르며. 길 가다 보는 천에 적힌 몇 글자로는 도저히 판단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왜 누군가를 지지해야만 하는가.

정치에 대한 책임을 몇몇 사람에게만 짊어지도록 하는 일에 큰 회의를 느껴왔다. 나는 단 몇 명이 대단한 일을 하며, 또 그가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을 때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져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런 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가 선거 비용 보전인가.  

어차피 오른쪽이 이기든 왼쪽이 이기든 한다. 그런 싸움에서 투표가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생각했다. 투표해야 할 의무란 말이 두 거대 정당의 싸움에 불을 붙이며 흥행을 이끈다. 나는 투표할 권리를 찾고 싶다. 내가 이만큼 했으니 너희가 더 희생해야 된다는, 그런 것이 아닌 스스로에게 한 표 던지는 우스운 짓을 하면서도 큰 책임을 갖게 된다면 말이다. 책임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 한 표가 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었다면 존중받아야 한다. 그런데 모두 그러니 나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으면 하는. 모든 의무를 버리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나선다면 빛날 것이다. 그토록 아름다운 곳은 세상 모든 더러움을 포용할 때 만날 수 있는 것인지도. 

그들의 키스가 보기 싫어 가려 한다. 두 거대 정당의 혀가 뒤엉켜 동그랗게 말려 있는 모습이 보기 싫다. The Party You and I는 어떨까. 너와나의당이 이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 네이버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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