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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May 03. 2024

'5:55'

https://youtu.be/YphYOAEooSc?si=dLXd1z1PodhzNxot


그 도시에 신이 있다면 에펠이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그 높은 탑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위해 광장으로 몰렸으며 나 역시 무수히도 많은 사진을 찍었다. 나는 주로 강 다리 근처에서 찍었다. 신을 수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그곳 근처에는 늘 군인들이 있었는데 파마스 소총을 든 군인들이었다. 

처음 그 탑을 보았을 때 탑을 뭐 저리도 높이 지었을까 의아할 정도였으니. 그건 영국과 프랑스 두 나라의 경쟁심 때문이었다. 또는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한 인간의 마음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그 탑 앞으로 버스 한 대가 지나가자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소리 질렀다. 바닥에는 먹고 깬 맥주병들이 잘 깎인 잔디처럼 깔렸는데.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그들은 도르트문트 서포터즈들이었다.

한 번은 프랑스인 친구에게 물었다.

"너흰 어느 나라가 싫어? 영국? 독일? 이탈리아??"

우린 일본, 중국과 사이가 좋지 않고 그들에 경쟁심을 가진다며 한 말 끝에.

"우린 고마 다 싫다."

물론 그 친구는 프랑스인이었고 프랑스어로 말했다. 그러나 웃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는데.

"라디오헤드를 좋아해?"

그러면서도 그 영국 밴드를 사랑하는 어떤 사람을 만나 공감하기도 했으며. 그곳은 세느 강변이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강가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은 햇빛을 사랑했다. 그들은 그늘 찾는 동양인들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사진 좀 찍어줄 수 있나요?"

내 모습을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하면서도 그곳에선 그런 부탁을 많이 했는데.

"물론이죠!"

그리고 C'est gentil. 그들은 늘 그런 허례허식 같은 말들을 하고는 했는데 나는 그 문화를 사랑했다. 어차피 다시 안 볼 사람 뭐하러 서로 인상 쓰고 지나가나?

서로에게 정말 무슨 감정이라도 있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 도시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세상을 모른 끝에 그곳을 지구 한 바퀴 돌듯 돌다 느낀 것이었다. 그곳은 피비린내 나는 싸움과 상처받은 인간들로 득실댄 도시였다는 것을. 마레에 가면 유대인들이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여럿 있다.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는 사진 찍지 마세요! 허리에 기관 단총을 찬 요원이 튀어나와 제지하거든요. 검은 안경까지 쓰고 있어 더 살벌한 건 안 비밀.

누가 그들을 지켜줬던가, 그 높은 탑이었을까. 우린 엄마의 품보다도 큰 그의 손 안에 있었는지. 서로가 서로를,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Paris, Je T'aime. 나는 영화를 사랑해 때로 그 이름을 그런 방법으로 떠올리곤 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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