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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May 14. 2024

이리나 글공작실 project 1


두 얼굴, 2024 Maybe coming soon...


그건 4년 전의 일이었다. 저고리를 걸친 여성들이 땅에 닿은 비행기 앞에서 꽃을 든 채로 두 팔을 흔들 때였다. 붉은 카펫을 깐 계단을 내려오는 그의 두 발 구두와 높은 굽의 신을 신은 여자의 걸음을 맞이하며, 그때 그들을 향해 열렬히 환호하던 그들 모습을 나는 잊지 못했다.

지도자 동지의 입은 더욱 느려진 언어를 말했으며, 그때 그는 남쪽의 지도자가 자신에게 거래를 제안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두 손을 모아 깍지를 낀 채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 모습이 말했다. 그가 꺼낸 이야기는 전기를 팔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2018년에 열린 정상회담은 무려 11년 만에 이루어진 양측 정상 간의 만남이었음을. 그때 그는 그런 소리를 들었다고 하며. 원자력발전소를 설립하기 위해 미국의 대통령과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이다.

다시 의자에 등을 기대는 그 모습이. 그 소리를 듣고 처음에는 웃었고, 또 몇 초 동안 자신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 모습 그 장면은 카메라에 담기지 않았음을. 국민과 인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그런 장면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언론 기자들은 치열하게 자리 다툼을 하며, 앞서 그들이 가운데에 서도록 요청하거나 미소짓게 한다.

그들이 보기 원했던 것은 그런 것이었다. 무려 수천만의 사람들이 그랬던 것을.

"그것이 애증의 감정일 거라고도 했죠."

그 목소리는 녹음되지 않은 것이었다. 그 순간 모든 기기의 전원은 꺼져있어야 했던 것이다.

"나를 서울로 초대하고 싶다더군요. 그 말을 듣고 앞이 캄캄했죠.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을 볼까, 저 시선들에 둘러 싸일까"

나는 마치 관객처럼, 그렇듯 그가 하는 연기를 때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는 했다. 경호원을 두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커야 했고, 그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 시선을 제압할 만한 몸이어야만 했던 것임을.

군중 시선의 조준점이 그 머리를 향할 때 그는 더 살 방법이 없음을.

그들 눈은 그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숨겨진 총을 찾으려 하며, 그러나 지도자 동지는 결국 서울로 오는 차에도 비행기에도 오르지 못했다. 그는 그곳으로 가고 싶어한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읽히는 것이었다. 그 얼굴 위에는 그런 글자들이 적혀 있어 볼 수 있고 읽을 수 있을 듯했다.

그 이야기를 할 때 그는 유독 턱을 만졌고, 나는 그의 앞에 있던 대통령이 그런 버릇을 가졌다는 것을 TV로 봐 와 알고 있었다.

지도자 동지가 왼쪽으로 기대 앉은 습관을 알게 되었으며, 집으로 돌아온 난 소파에 앉아 어느새 몸이 왼쪽으로 기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의 말을 흉내내고 따라하려는 듯, 하지만 자동차 한 대 지나가지 않는 환경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벽을 타고 이어진 장치가 있지 않을까 의심하고.

혼잣말은 정신병 같은 것임에도. 나는 그 정도로 괴롭지 않고 생각보다 멀쩡한 상태였음을. 그럼에도 이따금 충동적인 결심을 할 것만 같이, 스스로 총을 쥔 손이 제 머리를 겨누는 모습을 떠올리고야 만다.

'당신을 서울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그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반복해서 들어 지워지지 않는 노랫말처럼 그 주위에서 머물렀다.


https://youtu.be/FCYDPP9SWaI?si=Tjuo_9cbxqMH1f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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