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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May 28. 2024

내 하루 에너지 소비량은


당신의 하루 에너지 소비량은 얼마인가. 내 하루에 필요한 건 비타민 뿐만이 아님을. 단백질보다도, 인간 몸에도 전류가 흐르기에 내 몸덩어리는 충전이 필요한 전기차와도 같다. 방전되면 누군가가 나를 구해줘야만 한다. 스스로 구원하기를.

GS25 부산종합터미널역점에서 일할 때 나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때가 벌써 일 년이 더 넘은 때다. 새벽 시간 동안 무인으로 돌아가던 편의점에서 무인이라더니 사람 있는데? 소리 들으며 내 했던 일은 창고를 오고 가며 물품 채우는 일이었다. 그럴 때마다 난 없는 사람 취급해주세요 말하고 싶었지만 쓸모 없는 짓이었을 것이다. 그걸로 끝이었으니. 

일을 시작한 지 몇 주 지나고 부터는 직영점 직원들이 돌아가며 내 일하는 시간에 와 자신들 업무를 봤다. 혼자 일하는 게 좋은데 왜 오는 거지 싶었다가 있으니 안심이 됐다. 눈치 볼 필요 있나 싶었던 것이다. 내 할 일 하며 조금씩 눈치 보며 또 내 할 일 했다. 어느 날 한 직원이 내게 다가와 그렇게 말했다.

"매니저님, 좀 쉬십시오."

순간 어떤 말로 그를 설득할까 싶었는데, 그때 내가 꺼낸 말은 그랬다.

"의미가 없어요."

개인적인 목적의식도 있었지만 앉아서 멍 때리기에는 정말 의미 없었다. 의자에 앉으며 난 그렇게 말했다. 그랬더니 그가 그럼 뭐 좀 같이 할까요 해 다시 의자에서 일어나야 했다.

아무튼 그건 내 진심이었음을. 남들 쉴 때 쉬고 남들 일할 때 일하라지만 나는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나는 체력적으로 훌륭하지 않지만 그걸 스스로 조절할 힘을 가졌다 믿기 때문이다. 쓸데 없이 말하지 않고 쓸모 없이 시선을 낭비하지 않으며, 또 난 운전을 하지 않는다. 버스에 타면 졸고 보는 게 내 습성이었다. 또한 필요 없는 일에 마음 쓰지 않으려 든다.

일할 때는 쉬는 시간을 보장받아야 한다. 충분한 휴식 뒤에 더 좋은 플레이가 나온다고도 믿고. 그런데 나는 평소 많이 쉰다. 멍 때리기를 즐겨하는 내게 그곳은 가장 좋은 휴식처가 된다. 그곳이 어디든, 멍한 시선을 둘 만한 곳이라면.

사람들은 늘 행복하려 들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불행해야 하는 것을. 나는 그곳에서 행복했지만 그 정도로 어려운 순간들도 겪어야 했음을. 절도 행위가 의심되는 두 명의 남자와 진짜 붙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한 뒤 다가가던 순간의 그 떨림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다. 주정뱅이들과. 어느 날은 감당해 내지 못할 만큼 몸이 힘들기도 했으며.

행복하지도 행복하지 않지도 않은 날이 가장 좋은 때가 아니었나. 그 순간은 기억에서 없다. 인간 머리는 그러한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 걸. 

쉬는 시간도 자유로울 수 있다면 좋을까. 자유를 믿지 않는 내 생각은 그러나 얼마든지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게 또 내 관점이다. 관념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내 오랜 꿈이었는데. 하나 둘 깨다 보니 놀라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렇게 세상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도 봤다. 서른이 넘어서부터는 내가 누군가에 희망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용기를 얻게 되며.

지난 휴일 어느 날 대구행 버스를 타고 밤의 대구에 있었을 때 난 행복했다. 동대구 복합환승센터 앞에서 윌리엄 쿠에바스를 마주치고, 그곳에서 드디어 또 올 만한 24시간 중국집을 발견했을 때 인터스텔라의 머피처럼 유레카~!를 외칠 것만 같았기에. 

산격동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부산으로 돌아와 세운 새로운 계획이다. 경산 촌놈 말에 흔들려 대구로 갔다 그 도시에서 넘볼 수 없는 가능성들을 발견한다. 


https://youtu.be/-gZlOkTAU08?si=O_B_eYXwBUP-LG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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