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윤범b Jun 27. 2024

사령관 'K'


유럽 축구, 특히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주로 챙기면서 생긴 새로운 현상은 K리그에 대한 이해 부족이었다. 나는 어릴 적 구덕운동장에서 축구를 보곤 했지만 지금은 K리그를 잘 알지 못한다. 최고 미드필더를 만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이 땅에서 크고 자라난 중원 사령관을 보고 싶은데 아직 그러지 못했다. 축구는 골이 필요하고, 또 그걸 막는 골키퍼와 수비수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공은 경기장 가운데에 있다. 그곳 가운데서의 싸움을 이겨내고 그곳을 장악하는 일이 첫 번째라면 나는 미드필더를 키울 것이다. 그런데 나는 K리그 미드필더들을 알지 못한다. 부산에 좋은 축구장이 생기면 좋겠다.

내가 고등학생 시절 그 어린 나이 때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빠진 건 그 모든 것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프리미어리그가 최고가 된 배경에는 분명 경기장이 있었다. 극단적으로 가까운 필드와 관중석의 거리, 또 그 사이에 높은 구조물이 없는 것이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이었다. 그때는 전혀 알지 못했지만. 큰 참사로 인해 그런 구조물을 없애게 된 건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었는데.

새로운 것보다 첨단의 그 무엇보다 더 필요하다고 보는 것은 사고의 전환인데, 반대편에서 보면 그는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중원의 큰 머리 하나를 보기 위해 꿈만 꿨지 나는 투자하고 지원한 선수가 없었던 것이다. 내 시간 쏟아붓고 열렬히 응원하는 그 누군가가 몇 년 사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나랑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인간이다. 진짜 그런 선수가 나와 성공하든 실패하든 난 그를 알지 못하며 그도 나를 알지 못할 것이다. 나는 그렸고 그런 그가 훗날 진짜 등장하게 될지는 두고봐야 하는 일인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는 한국 선수 한 명이 나타나게 되었다. 그때 난 리버풀 정도는 진짜 오퍼를 할 거야 생각했던 선수가 진짜 내 꿈의 클럽으로 오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때는 리버풀이

그날 나는 유럽 땅에서 태극기를 가슴속에 품고 한 술집으로 향한다. 바르셀로나와의 맞대결이 생중계되던 그곳 안에서 유럽인들과 섞여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관람한다. 슬픈 건 나는 그때 그가 경기에 나왔는지 팀이 이겼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건 그가 그때 그 경기 명단 제외된 충격만이 머릿속에 남아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건 2007 2008 시즌 결승전의 일이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우승한다. 찾아보니 그날 경기에는 나왔다. 그 경기에서는 졌다. 내가 그 대륙에 있던 때를 연도로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때가 2007 2008 시즌의 일인지 2010 2011 시즌의 일인지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내 일생의 목표는 그런 선수를 만나고 내가 응원하는 팀이 우승하는 것이 아님을. 사람들은 다 현실을 살지만 모두 꿈을 꾸니. 직장 동료 몇 명과 담석어젓을 먹고 감동하는 꿈을 꾸다 깼다. 그 형태는 자리돔의 그것과 비슷했는데 실제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실제 존재한다는 게 재밌는 일 같다. 별로 재밌지 않지만.

내가 속한 클럽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조직폭력배로 보면 나는 추종세력일 뿐이지만 어떻게든 이 세계가 돌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 사회에서 내 몸 내 신체를 필요로 한 조직과 엮인다는 것은 그런 의미이기도 하다. 관중석과 그라운드 사이 경계물이 사라질 때 우린 서로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당신은 구글에서 Eric Cantona Kung fu를 검색할 것이다


나는 때로 이 사회에서 뛰는 플레이어 같지만 관중처럼 어떤 플레이를 감상하기도 한다. 내가 철장 안에 갇혀 피 흘리는 짐승이 된 듯한 기분도 드는데 억울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일까. 나도 분명 팬이니까. 

공장에 벽이 없고 지붕이 없어 모든 것이 뚫려 있고 막혀 있지 않다면. 내 큰 바람이 된 것이다. 이게 농사라면 왜 밖에서는 할 수 없는 건지. 일을 하다 죽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낮은 곳에 위치한 자로 인식되는 사람이었다는 통계 같은 것을 순화된 방식으로 표현된 기사 같은 것을 본 적 있다. 조직은 폐쇄적인 곳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878년 중산층 노동자들이 모여 만든 작은 하나의 클럽이었다. 그런데 난 중산층과 노동자 사이 꽤 큰 괴리를 느낀다. 그때의 영국, 맨체스터는 어떤 분위기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늘 모두가 중원 사령관이 되어야 한다 말하는데 모순 또는 한계점이 분명하다. 그걸 매우 깨부순 게 맨체스터 시티라는 클럽의 그 감독이었는데. 

단순히는 중산층도 노동자도 더 진화하는 것이 큰 목표일 수 있다. 나는 플레이어이며 관중이자 또 이 클럽의 주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모여 그 큰 클럽을 이루게 된 것처럼 점유율은 공을 소유하는 쪽에서 가져가게 되는 확률. 조직이라면 돈이 있어야 한다. 먼저 클럽을 이루고 싶다. 한 무리의 공을 차는 사람들을 본다. 그게 내 마지막 꿈이라면 내가 지네딘 지단을 우상으로 여긴 것은 하나의 멋진 개인기였던 것 같다. 난 데이비드 베컴으로 인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를 보게 됐다. 그들 게임을 본 후 더 이상은 그가 독보적으로 비치지 않았지만.

작가의 이전글 Investigated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