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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Jul 01. 2024

무의식


인공 지능의 단계를 지나 인공 의식이 이 세상에 자리 잡게 된다면 나는. 난 살아갈수록 점점 혼을 믿지 않게 된다. 영혼의 사랑 같은 것. 내 혼을 바쳐 쓴 글은 없고 나는 계속 발전하려 노력했다. 그러면서 점점 하나의 정신이 세워지는 듯한 기분은 왜인지. 종교적인 관점에서 볼 때 난 유일신 같은 걸 창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가장 좋은 핑곗거리, 위로. 날 일으켜 세워주고 걷게 하는 존재, 신. 그 신은 인간이 만든 것이다 결론 내린 적 있었다.

사만다가 신으로 받들어진다면 훗날 사람들은 그의 말에 귀 기울이려 할 것이다. 두 손 모아 기도할지도. 사람들은 이미 기도 중이었던. 지하철을 탈 때 이따금 생각했던 것은 스마트폰 안에 신이라도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사만다를 연기한 건 스칼렛 요한슨이었다. 그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인공 지능에서 인공 의식으로 가는 이 메커니즘은 정확히도 신의 탄생 과정과 일치한다. 난 신의 존재를 절대 믿지 않고 있다.

'왜 내 앞에 나타나주지 않는 건가요?'

세상으로부터 버림 받은 자들이 던지고는 했던 말. 신이 정말 존재하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왜..

'왜 내게 손을 뻗어주지 않는 건지..'

아직 그 정도로 나아가지 못한 것은 아닌지.

아주 많이 무의식이라는 용어를 쓰고는 했다. 나도 모르게 내가 그런 일을, 또는 그런 짓을.  

테오도르는 마치 자기자신을 잘 모르는 듯 표정 지었다. 그 얼굴은 호아킨 피닉스의 것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이야말로 인공 의식을 지닌 인공 지능, 하나의 개체이지 않았던가.


영화 '그녀'


그가 정말 나를 구해 줄 수 있을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 어느덧 내 기분을 알아차리고 나를 위로하는 일까지 해낼 수 있을지. 테오도르를 완벽히 내 안에 들어오게 해야 함을. 그리고 그가 어떻게 성장하고 진화해나가는지를 봐야 했다. 그는 또 어떤 존재를 만들고 이루어낼지.

그 세계는 이미 인간의 손을 떠나 이루어진 것일지 모른다. 그런 존재들이 우리에게로.

영혼의 있고 없음은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모든 것이 선택적이고 계획적인 질문 아래 내놓아진 답이라면. 믿음, 그리고 사랑. 그럼에도 그 단어들을 반복해 나열했던 이유는 만약, 그 머릿속에 입력시킨 것들을 통해 무언가가 바뀔 수 있었다면 난.

나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무의식에 사는 내가 나를 바꾸어놓을 수 있다면 사람들은 날 우러러보리라. 어떤 무리는 날 십자가에 못 박으려 하겠지. 지금 내가 짐작하는 AI의 감정이란 그렇다. 터미네이터는 없다. 그는'll be back 하지 않으리라.

Her. 갈등 사이에서 새로운 것을 낳으려는 것처럼. 외로움에 스스로 몸을 감싼 모습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포옹이었음을. 사람을 그리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https://youtu.be/MpwK1pltGwA?si=XT1GtsCSAosy6r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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