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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Jul 08. 2024

못 The Lake


바다 없는 도시에 섬 하나 떠 있다. 검은 못 위로 빨갛고 파란 불빛들이 비출 때 그곳에서 살아 있는 것을 봤다. 난 아직 살아 있다. 죽지 않고 떠돈다. 그날의 기억을 지우지 못한다. 우리가 그 괴물과 싸운 건 무려 7년의 세월이었다. 378명의 사람이 죽었고 69명이 실종됐으며 무수한 사람들이 다쳤다고 기록된다. 내 머릿속에 남은 건 긴 칼 한 자루와 같은 기억뿐이다.


처음 오리 배를 타고 못 한가운데로 간 남자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어쩌면 첫 번째 사망자이거나 실종자였다. 용기가 끝내 무모함이 되어 올 때 사람들은 슬퍼하지도 못했다. 저마다 달린 팔 다리가 후들거리듯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한 것을. 나는 봤다. 달아나지도 그를 구하러 나서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집으로 돌아가던 길 난 PC방 간판을 보곤 멈춰섰다. 아무도 답을 찾지 못할거야, 나도 곧 싸워야 할 차례가 올테니 준비해야 해, 조금은 비장했고 가슴 속에 무언가 높고 큰 깃발을 세운 것이었다. 무함마드 아저씨도 그랬을까. 자신이 나고 자란 곳도 아닌 곳에서. 

왜 김치를 먹고 왜 김치를 사랑한다 말하는 거지? 턱과 볼에 털이 잔뜩 난 남자가. 그게 그저 신기하다며 웃을 뿐이었음에도.  

컴퓨터에 '괴물', '괴생물체'. 또는 '돌연변이' 같은 단어들을 입력해 질문했던 것이다. 모두 말이 안되거나 이상한 것이다. 생물학적 법칙을 무시하는 것. 돌연변이라면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유전 정보의 변화는 충분히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문제였음을. 나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환풍기로 담배 연기가 솟아오르며 빨려 들어가는 것을. 나는 보았다. 그러나 정말 사라지고 없는 걸까, 하늘을 보며 물을 듯. 왜 답해주지 않나요 어느 날은 그런 원망까지 섞으면서.

내겐 우정도 사랑도 그저 머물다 갈 것 같은 직감이 있었기에. 난 학교 생활에 내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진짜 영웅은 그랬다는 역사를 찾아 뒤지면서까지 그러고자 했다. 울타리에 갇힌 양은 끝없이 그 짓만 반복하지 않는가. 도망갔다 돌아오고 다시 체념한 채 풀 뜯는 것을.

호들갑스러운 개 한 마리가 그 무리 사이에서 이리저리 뛴다. 어느 날 그 개를 밟아 죽이리라.


못을 이룬 인간의 영혼이 환생한 것이라며. 나는 웃었지만 무함마드 아저씨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나와 반대에 있지 않았지만 꽤 먼곳에 있기도 했던 것을. 어느 날 아저씨에게 그렇게 물었을 때..

"아저씨는 왜 이곳으로 왔죠?"

유전의 땅을 떠나, 누군가에 배신당하지도 않았으면서 또 상처 입지도 않았는데 자신은 왜 이곳으로 온 것인지 모르겠다며. 

"그곳에선 나도 그들과 비슷한 얼굴이었어."

난 그곳을 알지 못했다.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모두 돌아가야 할 곳이 있다면 원래 자신이 있던 곳이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https://youtu.be/DJD6vgEimBE?si=AiRvfHRvmVQ5uM9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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