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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Jun 25. 2024

Investigated


아이 하나가 얼음 위에 있다. 땅이 갈라져 더 달아날 데 없이 오가지 못할 것이다. 그 얼음이 땅을 이룬다. 그 아이는 홀로 그곳 위에 있다.

야나가와 히사시는 그곳에 있었다.


"범인은 왜 바이러스를 특정 인물들에게 주입했을까요?"

마치 그를 노려보듯 물음 던지는 히토미였다. 

"그들은 직업이 다양해. 가정부, 학생,... 또 3월에 죽은 사람은 카페를 운영했지."

"모두 여자죠. 그것도 다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 있는 여자들이었죠."

그런 히토미를 심각함 없이 보았다. 그 시선은 그렇다. 물음, 그 우물로 던져진 바가지 같은 것은 끝내 돌아오지 못함을.

히토미는 확신하고 있다.

야나가와 히사시는 경찰이 내려야 할 결단에 대해 누구보다 엄격한 자임에 틀림없었지만. 늘 떠도는 모습이었음에도. 정해진 거처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불분명했음에도. 

히토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돌아와 다시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술 한 잔을 앞에 두겠다는 핑계로 또 자신을 보러 올 것을. 

그는 곧 자리를 뜨고 만다. 탁자 위에는 그가 마시고 남지 않은 술의 잔만이 남았다. 그는 또 남기지 않았다. 그래도 한 잔이었음을.

"난 자네 생각에 동의하지 않아."

그런 식으로 좁혀 가는 것은 범인이 도망갈 수 있는 문을 더 열어주는 것이라고. 진정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었음에도. 그 날선 모습에 대항하여 다시 아무 뜻 없는 듯 입을 연다.

"그 의사들을 모두 탐문할 순 없어. 병원이 모두 달라." 

히토미는 그 확신의 감정을 버릴 생각 없음을.

"약을 대주는 사람들일 수도 있죠."


그의 시선은 불현듯 창문 밖을 향한다. 물고기 한마리가 지나가지 않음에도. 그들은 어항 속에 갇힌 물고기와 같았음에도. 창문 밖으로 한 남자가 지나간다.

히토미는 일어서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다 곧 그 잔을 향해 시선을 둔다. 고개 돌려 창문 밖을 본다. 한 남자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 미신 같은 이야기를 전해 들은 그들에게서는 파안이 일뿐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그리 대꾸할 테지만 아무 말 없는 것은 그 말이 이어질 것을 두려워해서다. 그 자의 얼굴은 평온한 듯 보이지만 눈동자는 그렇지 않다. 눈동자가 말을 한다. 그 눈은 인간 몸에 내려 앉은 신의 언어를 드러낸다.

"모든 것이 하얗죠. 당신들의 신발도, 야마모토 씨의 집 지붕도 그럴 테죠. 그 추악함을 보라구요. 눈이 와요. 아이들이 뛰어놀다 끝내 눈사람을 만드는군요. 해가 뜨면 녹아내릴 거예요. 기다리죠." 

기다리다 못해 그의 말을 끊고 들어오는 겐지였다. 

"미나모토씨!"

그 손이 뻗어 오자 그는 소스라치며 그로부터 멀어지려 한다. 

"이런 식으로 시간을 낭비해선 안돼요. 자, 보세요."

야나가와 히사시가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겐지, 그도 어쩔 수 없이 곧 그를 뒤따르고야 마는데. 

"하하하하핳"

그 웃음은 인간 몸에 내려 앉은 신의 유머를 표현함을. 기다려라, 기다려야 해, 기다릴 수밖에 없어.. 

끝내 모두 그 눈을 기다리리라..

건물 밖에서는 눈이 멈추고 햇빛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땅이 곧 갈라질 것이다. 그 아이는 위태롭다. 인간이 깨달음을 얻듯, 그때 그 아이는 살 길을 찾으려 한 것이다. 기다려야만 함을. 다시 눈이 내릴 때까지, 아니 다시 눈이 내리도록.


https://youtu.be/0tzio15gqUI?si=sRMRWDVJKKJJCB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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