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에 관해...

by 문윤범

https://youtu.be/bd_5HcTujfc?si=aYqihkSn2kIe-ZSC


영화 '라라랜드'를 봤을 때 여주인공의 첫 등장 장면에서 난 그 여자에 첫눈에 반해버렸다. 그 여배우의 이름은 엠마 스톤이었다. 그 옆얼굴을 비출 때 난 그 여자가 정말 예쁜 배우인 줄 알았다. 정면에서 보니 좀 괴상하게 생긴 듯했는데. 아무튼 그게 진짜 중요한 건 아니었는지도. 흰 피부와 등장부터 수다스러운 모습이던. 물론 그건 연기였지만.

키가 크고 날씬한 여자. 하얗고 예쁜. 난 정말 그런 여자에 끌리는 걸까. 아니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다른 무언가가 있다. 심장으로부터 끌리는, 그건 분명히.

그럼 그 여자가 머리를 다 밀고 나타나도 내가 반해야 한다는 건데. 아니다. 저건 엠마 스톤이 아니다. 그럼 진짜 외계인이란 말인가? 영화 '부고니아'는 2003년 개봉된 한국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리메이크한 작품. 내가 정말 싫어하는 그 새끼 아리 애스터가 기획한 영화다. 백윤식이 엠마 스톤으로.

아무리 예쁜 여자도 머리를 다 밀어버리니 저게 여자인가 싶기도 하고. 앞선 세 작품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던 감독과 여배우는 더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극장에서 그 영화를 너무 재밌게 봤다. '가여운 것들'. 그때 이미 엠마 스톤의 이 꼴 저 꼴을 다 봤다 생각했는데 이젠 다른 경지로 다다르는 걸까. 처음부터 그랬으면 이상하지 않았을지도. 언젠가 난 어떤 옷 가게에서 머리를 다 민 서양 여자를 보고 멋있다며 사진도 찍은 적 있었기에. 단지 날 어필하기 위한 일만은 아니었는데. 정말 멋있었거든. 찢어진 청바지, 그리고 늘어진 티셔츠를 입었던.

가여운 것들에서 드레스 같은 옷을 입은 그 여자를 보며 난 정말 사랑에 빠질 것 같았다. 난 단지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연출에 빠져든 것뿐이었다. 데이미언 셔젤 또한 훌륭했다. 늘 감독과 배우 사이에서 갈등이. 도대체 난 누구를 더 우러러보고 선망하는 것일까.

마치 여왕벌과 같은 여성 CEO를 납치하는 두 남성은 노동자 계급으로 보인다. 남자 둘이 여자 하나를 납치하는 이야기. 원작과 달라진 설정이다. 지구를 지켜라에서는 화학회사 사장 백윤식을 신하균이 납치하는 내용인데 이 영화에서는 제약회사 사장을 그들이 납치한다는 내용이다. 난 지난 몇 년간 약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그게 정말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있지 않나 나 역시 그런 음모론과 같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무언가 설명하기 힘든 것이 있다니까. 접점이라면 접점이랄까. 난 왜 요르고스 란티모스 영화에 빠져들었던 건지.

카메라를 사랑한 난 무수히도 많은 사진들을 찍어댔고 어느 날 꼭 영화 한 편을 찍어보고 싶었다. 그게 안돼서 소설의 길로 들어선 것이지만 미련 같은 것은 없다. 난 결국 글이라는 그림인가, 그런 생각도. 내 사상은 달라진 것이 없다. 그 색깔이 조금 바뀌고 그 모양이 조금 변형되었을지 몰라도 나는 달라진 게 없다 믿는다. 그러면서 드는 궁금증이 하나 있었다. 의문 같은 것이었다. 사장은 노동자 아닌가? 다 일하는 사람이잖아. 지금 시대는 작가도 영화감독도 자신들이 노동자라는 걸 어필하려는 세상이다. 결코 매몰되지 않으리...

단순히 외계인이기에 그를 납치하려는 것이라면. 그건 계급을 벗어난 이야기가 된다. 다른 차원의 존재를 넘어서기 위한 모험과도 같은 것이다. 그 여자는 정말 외계인일까? 엠마 스톤 정도라면 난 충분히 의심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다른 성, 다른 모습. 그게 계급의 문제라면 이 사회의 갈등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성차별 성범죄와 같은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 세상에서 그걸 극복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성공하는 길뿐이었다. 남자 대 남자의 구도가 여자 대 남자의 구도로 가면서 이런 생각들마저 뻗어나간다. 아직 영화는 개봉되지 않았지만.

난 심오한 이야기를 하는 데에 취미가 있지 않다. 단지 그 단순하다는 진실들 앞에 그저 멍하니 그걸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진실이란 미로보다 더 복잡한 곳 안에 있다는 걸 알아챘기에 그렇다. 성공과 실패를 논할 때 누군가는 남자 여자 이야기를 할 것이다. 백윤식을 엠마 스톤으로.. 한 건 아리 애스터의 작전이었는데 세상은 점점 뒤바뀌고 있다. 사장과 직원의 관계처럼 그건 아무리 바꾼다 해도 쉽게 달라지지 않을 일. 난 외계인이 있다는 그 거짓말과 같은 이론에 차라리 흥미를 가질 뿐이다. 때로 설레는 일이다. 진짜 그런 존재가 있다면.

11월 개봉이라는데. 그때는 조금 편하게 이 영화를 즐길 수 있을까. 그런 처지일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일. 즐기고 싶어 본 라라랜드 같은 영화도 결국 계속 묻게 했으니. 뭔가 배우고 싶어 가여운 것들을 봤었는데 그냥 너무 즐겼던 기억이. 그런데 혼자 영화 보는 것도 이젠 좀 지겹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들 웃음 뒤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