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웃음 뒤에는...

by 문윤범

https://youtu.be/y7GMHMyqTnY?si=o4gHT6kkpmSI1vhk


내가 뭘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이건 너무 짧은 영상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을 만나 충분히 잘 대화한 것이 아니었을까.

회담을 몇 시간 남겨두지 않고 트럼프는 몇 글자를 적었다. 교회 압수수색, 미군 압수수색과 같은 난감한 글자들을 써 드러내 보였다. 지금껏 만난 정치인들 중 가장 어려운 상대를 만난 것이었을 텐데, 그럼에도 잘 대처하는 듯했다. 그래도 난 그 단어 하나에 꼽힐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가 쓴 그 글자 하나에. '숙청'.

수년에 걸쳐 무너져내려 온 대한민국 보수 정치의 역할을 대신해온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미국이었다. 북한을 견제하고 제대로 상대하는 건 우리가 아닌 미국인 것처럼. 그런 의미에서 보수의 역할은 분명하지만 난 보수 진보 가릴 때가 아니라 늘 말해왔고. 보수 정당이 집권하면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고 진보 정당이 집권하면 화해 무드를 조성하고 그렇게 해서 얻은 것이 도대체 뭐였나. 물론 그 과정이 아무 의미 없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난 봤다. 트럼프 몇 마디에 북한이 움직이는 걸. 그는 꼭 북한을 부술듯이 진짜 쳐들어갈 듯 말한 뒤에 그를 만남의 자리로 끌어냈다. 김정은을 말이다.

트럼프가 자서전인가 어딘가에 그런 글을 썼다 한다. 이재명이 직접 한 말이다. 상대가 감내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한 뒤 끝에는 결국 원만한 협상으로 이른다는 것을. 그건 단지 협상의 방식이라는 걸 그는 그 책을 읽어 알고 있었다 말했다. 난 책은 읽지 않았다. 트럼프가 말하는 걸 보고, 그를 처음 본 때를 떠올리며, 그리고 한참이 지난 뒤에 짐작한 것이었다. 관세 폭탄을 던진다고 할 때도 난 두려워하지 않았다. 밑도 끝도 없는 거지만 그러지는 않을 것 같아서.

그런 자가, 그런 트럼프가 인내를 잃는 순간이 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그땐 정말 힘든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생각한다. 긴장을 풀 수 없다. 그렇다고 그의 앞에서 아첨만 떨어야 하는 건가. 요즘은 다들 그런다고 하지만. 트럼프는 자기 칭찬하면 좋아한다고, 그렇게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그것도 결국 전략일 뿐이지만.

젤렌스키 때처럼 벤스 부통령이 나서 삿대질까지 하고 그런 일은 일어날 가능성이 별로 없었지만, 아무튼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듯했다. 젤렌스키 때와 달리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어쩌면 우린 조금 다른 상대일지 모른다. 서로 아주 긴밀히 협력하는, 또 돈이 많은. 그렇게 아주 잘나가는 우리는 그들에게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대일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당장 그 나라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하루하루 심각한 위기에 처한 국가이기에 그런 분위기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트러블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며 시작된 게 아니었다. 이미 바이든 시절부터 미국은 젤렌스키에 불만이 많았다는 정보를 접한 바있었다. 바이든 정부가 젤렌스키의 태도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고. 그걸 바꾸고 있는 게 또 트럼프라면.

첫 만남은 꽤 좋은 분위기였던 듯하다. 이제 시작일 뿐. 몇 년 뒤 그리고 또 대통령이 바뀌고 또 다른 시절이 올 때를 본다. 그땐 더 좋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기를. 그때는 이 나라에 더 큰 전력이 되는 국민 한 사람이 되기를 희망해보는.

그가 이제야 특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으니, 트럼프를 만나서야 직접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상황이 왔으니까 하는 말이다. 자신의 말대로 팩트 체크가 가장 중요한 목적이어야 한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이 집 저 집 모조리 압수수색하는 분위기인데, 그런 다음 이상한 놈들이 나와 그 정당 해산시키겠다 목소리 높이는데 계엄에 가담하지 않은 자들까지 모조리 묶어 불태우겠다는 의지처럼 보여 참담하다. 조금은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그 정당 없어지면 그 이상한 놈들은 이제 때릴 놈 없어 또 다른 애들 팰 궁리할 것 같은데.

정치의 순수함은 승리에 있지 않다. 패한 것에 앙심을 품고 복수하는 것도 진짜 정치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 정부의 실패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반대에 선 자들을 끌어안지 못하면 이 나라는 뒤로 간다. 그건 너무도 분명해보인다. 그런 미래를 꿈꿀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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