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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인 Apr 29. 2024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모종도 심었어요.

2024.04월 넷째주 사진일기


과수원집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이제 이사온지 한달즈음이 지나고 있어요.


다락 침실에서 보이는 비가 오는 과수원의 아침

4월에 봄비가 몇차례 내리면 과수원 농가는 농약 스프레이를 하기에 바쁩니다. 비에 씻겨내려가는 농약을 다시 해주어야하지요. 하지만 여보씨와 저는 그런 수고나 걱정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무농약 유기농으로 농약을 한방울도 하지않고 키우려고 하기때문입니다. 이 과수원의 전 임대가족이 그렇게 운영을 해오셨고 우리 또한 친환경에 관심이 많아 '운명인가?' 라는 생각까지 들어요.


과수농가가 돈이 되려면 농약을 치고 비료를 뿌려 과수 크기를 크게하고 벌레를 덜 먹게 해야하는데, 우리가 과수원집으로 이사온 것은 돈을 벌려는 목적은 없었습니다. 건강한 먹거리를 자급자족하며 실컷 먹기위함이 첫번째였고, 그렇게 실컷 먹고 남은 것은 우리와 관심사가 비슷한 분들께 소중한 먹거리가 되어 작게나마 수입이 생긴다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기농이나 친환경이라도 친환경용 농약과 비료를 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전업이고 생업이니까 돈을 벌려면 당연한 일입니다. 노력을 들인만큼 벌어야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시골집을 임대했고 과수원은 보너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돈은 적당히 벌면서 흙을 일구며 살고싶다는 생각이 더 커서그런지 '돈을 벌어야겠다', '돈이 되야한다'라는 생각으로부터 조금 자유로운 부분도 있습니다.


건강한 것을 먹고싶은 마음이 제일 커서 무농약으로 계속 해보려구요. 최대한 지구와 환경, 우리가 밟는 땅과 우리 몸에 해로울 수 있는 것은 지양하는 방법으로 해보려합니다. (농약X, 화학비료X, 제초제X) 이런 농사를 지으며 돈은 필요할 때 적당히 벌린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아요. 이런 농사는 일이 아니라 그냥 어느 가족의 소소하고 행복한 삶과, 인생의 재미 그 자체가 될 것도 같습니다.


여보씨와 저의 가장 큰 소원은 큰 일 없이, 큰 병 없이, 무탈하고 건강하게 늙어가는 삶이거든요.


4월은 내내 풀을 매고 땅을 만들기에 바쁩니다.

풀을 매다 발견하는 머위나, 달래, 소리쟁이들은 남겨두기도 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심습니다. 좋은 먹거리가 되니까요.

풀을 매고, 또 매고

돌을 골라내고, 또 골라내고

작년 봄에 담양돌밭을 텃밭으로 가꾸던 시간들이 생각 나요.

설레임으로 땅을 일구는 봄이 너무 좋습니다.

풀을 매다 나오는 달래는 잘 모아뒀다가 저녁 찬거리로 사용합니다.

텃밭 길과 샘 주변도 풀을 매고 종이상자를 깔아줍니다. 풀이 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종이상자가 눈비를 맞으며 시간이 지나면 좋은 거름으로 분해되기 때문에 땅과 같이 갈아주면 좋습니다. 상자에 붙은 스티커나 테이프와 같은 플라스틱 비닐류는 분해되지 않으니 제거하고 깔아주어야 해요.


종이상자 사이사이로 풀이 난다면 조금씩 매어 땅과 섞어줍니다. 풀도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거름이 되요. 자연농의 기초라고 합니다. 원래 관심이 있었는데 적용하고 실험도, 시도도 해 볼 땅이 생기니 더욱 자세히 알아보고 공부하고 있어요.


밭일을 하다 고되면 강아지들과 산책을 다녀옵니다.
비오는 날은 휴식하는 좋은 휴일이 되기도 하구요.

가랑비가 내리는 날 여보씨가 직접 집발효를 시키는 홈메이드 콤부차를 마시며 촉촉한 봄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미니 관리기를 샀습니다. 동네 어르신들은 거 장난감 어디다 쓰냐고 하시는데 ^^;; 우리 의도에  딱 맞아요.

영어에는 No-dig 라는 가든용법이 있습니다.

말그대로 땅을 깊숙이 파지않고 괭이로 흙의 윗부분만 긁어내 텃밭을 일구는 방식입니다. 흙을 파헤칠 때마다 흙을 통해 영양분을 분해하는 미세한 박테리아와 작은 벌레들, 지렁이의 생태계가 교란되므로 최대한 그런 자연 생태계를 유지도 하고 도움도 받아 땅을 일구는 유기농 재배방법입니다. 한국말로는 무경운이 맞는 것 같아요.


예전부터 여보씨와 노디그에 관심이 많아서 유심히 보았는데, 노디그는 농부가 여러차례 기름지고 영양분 많은 땅을 만들어 놓았을 때 표면만 훑고 더 깊이 파지 않는 방식으로 가능하며, 척박한 땅은 그런 단계가 될 때까지 자연퇴비와 영양분을 잘 섞어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때 큰 관리기처럼 땅을 완전 갈아엎는게 아니고 작은 관리기처럼 작은부분만 갈아 잘 섞어주면 맞는 것이지요.


우리 과수원은 자연농, 유기농으로 관리가 되었지만 지난 몇년간 관리가 소흘하여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던 땅이라 풀만 무성한지 좀 되었다고 합니다. 이 곳에 노디그를 하려면 미니 관리기가 할수 있는 딱 그만큼만 갈아내서 그 위에 판지나 톱밥, 왕겨, 낙엽, 나무껍질 등으로 멀칭을 해주고 이 멀칭이 시간이 지나 자연스레 비옥한 퇴비로 땅과 섞이도록 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지요. 풀도 마찬가지로 좋은 멀칭, 좋은 퇴비치럼 땅과 섞이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땅이 만들어진 이후에는 관리기는 필요없이 쟁기와 같은 소도구만으로도 겉흙을 긁어내는 방식으로 텃밭을 일굴 수 있으며, 농약이나 화학비료는 사용하지 않고 계속 집퇴비와 자연영양분만을 추가해준다면 땅은 더욱 더 비옥해집니다. 노디그는 땅을 파내는 수고도 덜 수 있는 자연농 방법입니다.


우리 과수원땅이 얼른 이런 경지에 이른다면 정말 더 바랄게 없을 것 같아요.


아차차

자연이 하는 일은 무엇이든 그에 상응하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데 무엇이 얼른 되기를 바란다니 저는 밭일을 하고 농사를 지으며 인내심도 함께 배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강아지들은 아침산책을 하고, 밭일을 하다 함께나와 뛰어놀기도 하며, 해질녘까지 과수원을 내려다 보곤 우리가 일을 잘 하나 마치 관리감독을 하는 것도 같고^^;;


웃자란 오디나무 가지를  물에 담가놓았습니다. 나뭇잎과 열매가 맺히니 과수원땅에 오디나무가 더 자라는게 보이네요. 열매도 많이 열려서 개체수를 더 늘리지는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우리 땅 변두리에 자라는 컴프리를 캐왔어요. 집 주변에 접근성 좋게 옮겨심으려구요.

컴프리는 뿌리가 깊게 자라 땅의 통기성을 좋게 하며, 잎은 영양가가 풍부해 잎을 따서 물에 우리면 컴프리차 액비로 사용할 수 있고, 잎 자체를 흙에 섞에 넣으면 흙에 질소, 인, 칼륨을 더해주는 아주 훌륭한 자연퇴비 식물입니다.


우리 과수원땅에서 컴프리를 발견했을 때 유레카를 외쳤죠. 하하하


미니관리기를 이용한 땅에 오이도 심고, 토마토도 심고
땅콩도 심고, 늦은 감자도 심었어요.
얼마전 심어놓은 민트는 어찌나 잘 자라는지 척박한 땅에 잘자는 작물 1호입니다. 민트차를 사랑하는 우리가족에게 행복같은 허브예요.


우리 밭일에 힘을 주는 친구들, 봐도 봐도 어찌나 또 반갑다고 계속 와서 점프하는지! 귀염이들


녹차콤부차는 1차 발효만 해서 마셨는데 홍차 콤부차는 과일을 넣어 2차 발효를 시켰습니다. 장에서 사온 신선하고 달콤한 딸기로 딸기 콤부차! (콤부차는 여보씨가 주체라 저는 옆에서 구경하고 사진찍고 맛있게 맛보는 역할입니다^^;;)


2차 발효를 시키면 과일의 단맛이 잘 우러나 새콤달콤한 맛이 더 좋아지고, 과일의 당이 발효되면서 자연스레 탄산이 생겨 더운 날씨에 마시기 참 좋아요. 저는 탄산음료를 즐겨 마시지 않는데, 콜라나 사이다 같은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인공 탄산음료 대신 자연발효로 탄산이 생기는 콤부차는 정말 좋아합니다. 마셔보세요. 정말 강력 추천!


우리 과수원 자두로 자두콤부차를 만들 생각에 신나 있습니다.


어느 날은 호미로 풀을 매고, 호로 땅을 파고 수박을 심어주었습니다.

여보씨가 미니관리기로 윗흙을 갈아주었는데, 이 곳은 흙이 괜찮아 다음부터는 집퇴비나 컴프리잎을 잘 섞어 노디그를 해볼 수 있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럼 미니관리기도 필요가 없겠죠.
땅에 판지를 덮어두면 풀도 관리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땅에 거름으로 분해가 되어 좋습니다.
여기도 저기도 풀이 무성했던걸 기억하니? 여기에는 수박을 심고, 저기에는 멜론을 심었단다. 저기 자두나무도 가지치기를 해주었지. 얘들아 듣고있니?
우리는 척박한 땅을 일구다가 나름 비옥한 수박땅을 일구면서 얼마나 기쁘고 성취감이 뿜뿜했는지 심지어 이곳에 나와 하루의 첫식사를 했다니까요. 수박모종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과수원땅에 정체 모르던 이 꽃은 작약꽃이라고 합니다. 언제 무슨색 꽃을 보여줄지 산책할 때마다 너무 궁금해요.


아침에 과일 한접시를 먹으며 화이트보드에 과수원일, 밭일을 정리해서 적어보기로 했어요.

왼쪽에는 과수원 지도를 만들어 과수나무마다 번호를 매기고 과수의 생산성 상태를 %로 표시해 놓을 예정이예요. 여보씨의 아이디어입니다. 여보씨 멋쟁이!


오른쪽에는 오늘 한 일과 내일 할일을 적습니다.

머릿속에 중구난방으로 떠돌고 있는 수많은 해야할 중에서 우선순위를 골라내는데 도움이 됩니다.


비가 오기전에 해야할 일과 비가 오고난 후 해야 할일을 적어두는 것도 밭일에 도움이 됩니다.


5월부터는 자두 thinning을 해야한다고 합니다. fruit thinning은 열매솎기 혹은 적과라고 하는데 너무 많이 달린 열매를 적당히 남기고 따버리는 작업입니다. 나무의 세력에 비해 열매가 너무 많이 열리면 영양분이 고르지 않으니 균형을 맞추어 열매의 크기를 알맞게 하기 위함입니다.


알면 알수록 배워야 할 것 투성이예요.

재미도 있고 신기한 것도 참 많구요.


자두 thinning을 하면서 자두과수원도, 우리 과수나무들도, 더 잘 알아가는 시간이 될 것 같아 들떠있습니다. 얼른 열매가 많이 맺혀, 얼른 나가 살펴보고싶어요.


아차차

얼른이 아니지

인내심

인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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