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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인 Apr 15. 2024

어쩌다 귀농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지난 3년간 집 없이 캠핑카에서 먹고자며 한국을 돌아다녔습니다. 가족이라야 저랑 여보씨 그리고 강아지들이예요. 아이는 아직 없구요.


계절은 흘러 캠핑카에서 3번째 겨울을 맞이할 때쯤 친정엄마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항상 겨울마다 말씀하셨는데 첫번째, 두번째 겨울에는 캠핑카 살이가 너무 신나 그게 들리지 않았나봐요.


"봄에 떠나더라도 겨울에는 추우니 집에 와있어라, 차에서 고생하지 말고."


세번째 겨울에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 캠핑카에서 오래 지냈으니 이번 겨울에는 집생활을 해볼까. 그리하여 친정에서 지난 겨울을 보내게 되었죠. 봄이 되면 떠날 생각을 하면서 말이예요.


친정에서 보낸 겨울의 시간들


집생활에 적응하며 (더 정확히는 아 이렇게 편안한 집생활이라니 좋아하며^^)  하루가 가고, 한 주가 가고, 한달이 가고, 겨울은 흐르고, 시간은 어느새 2024년 새해가 밝아 여보씨와 저도 새해 계획이란걸 생각하게됩니다.


그것은 바로 '어딘가에 집을 얻어 살기, 되도록이면 일굴 땅이 있는 시골집으로.' 텃밭을 가꾸어 야채를 길러먹고 싶어서 캠핑카에 살면서도 밭 임대를 시작했었거든요. 이제는 집이 있는 그런 땅을 얻고싶어진 것이죠.


집을 보러 다니던 1-2월의 시간들


1월부터 전국을 대상으로 시골집을 열심히도 보러다녔습니다. 텃밭과 마당이 있는 시골집이라면 딱 좋겠다! 이 생각뿐이었어요.


캠핑카에 강아지들을 다 데려고 집 보려는 동네에 가서 하룻밤을 잡니다. 그리고 다음날 친정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이렇게 또 전국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보니 우리나라가 참 작고도 좁은 나라라는걸 실감했습니다. 아니 우리가 집보러 갔던 모든 동네가 캠핑카로 한번씩은 다 가봤던 곳이 아니겠어요? 이 동네가 그때 강아지들을 산책시키던 그 공원이 있는 동네라니 겹치는 곳이 굉장히 많더라구요. 캠핑카로 여기저기 많이도 돌아다녔나봐요. 그래서 이제는 집생활이 그리워졌구요^^


친정과 가깝게는 대전 근교에도 갔다가 춘천, 계룡, 부산, 진도도 알아보러 다니고, 거실에서 저수지 경치가 보이는 전남 영광군 집에도 갔다가, 잔디마당이 넓은 경북 청도군 집도 보러다니고 했지요.


우리의 보금자리, 과수원과 집


이거다 싶은 것은 첫눈에 운명처럼 느낌이 오는가봐요. 참 멀리 그 많은 집을 보러다니며 꽤 마음에 들었던 집도 무엇인가 망설여지는 것들이 있었는데 이 집은 보는 순간 그냥 좋았습니다. 집이 좋았다기보다는 땅이 넓다는게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작은 농막같은 집과 2000평이 넘는 자두과수원


"농약을 하지않고 유기농으로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서 과수원 생산성도 좋지않고 관리도 잘 않되어있어요. 과수원으로 돈 벌려는 사람들보다 본인들 실컷 따먹고 가족들 나눠주고 그러면서 시골에서 살 사람들에게 더 적합합니다. 돈 들여서 과수원하실려면 않될꺼예요. 못해요"


과수원에 '과'자도 모르는 여보씨와 제가 뭘 알겠어요. 그러니 당연히 관리도 썩 잘 되진 않겠지요. 그것을 걱정했는데 원래 관리가 않된 과수원이라 뭘 하려는 사람들 보다 우리같은 사람들에게 임대를 주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다 하십니다. 과수원 땅에는 무얼해도 상관없다 하시니 이것저것 심어도보고 망해도보고 뭘 잘 모르니 헛수고를 하는 날들도 많겠지요. 그런데 왜인지 생각만 해도 신이납니다. 아무리생각해도 우리는 천국을 얻은 것 같은 그런 기분이예요.


사실 시골살이를 꿈꾸며 시골집을 보러다녔지 귀농을 생각한 건 전혀 아닙니다. 이 집과 과수원을 계약하고 이사를 들어오기 전까지도 자두나 실컷 따먹어야겠다 이 생각뿐이였어요. 하지만 과수원집으로 이사를 들어오고 매일매일 2천평이 넘는 과수원 땅을 아침저녁으로 둘러보니 이 넓은 땅을, 이 많은 과수나무를, 어떻게든 잘 가꿔보고싶은 마음이 자꾸만 드는게 아니겠어요?


여보씨와 저는 어쩌다 이렇게 귀농의 길로 들어선 것 같습니다. 불길한건지 설레는건지^^;; 일단 신이 나고 즐거우니 설레는 것으로 하렵니다.


우리 땅아, 우리 과수원아.

사는 동안 잘 부탁해.

잘 모르지만 배우면서 의쌰의쌰 해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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