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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Dec 08. 2022

물집과 굳은살


손과 발에 물집이 잡혔습니다.

한동안 멀리해야만 했던 골프채를 다시 잡았고, 평소보다 많이 걸은 탓입니다.


일상생활에서는 ‘마찰’이 '물집'의 원인인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연약한 피부에 거칠거나 딱딱한 무엇이 반복적으로 ‘자극’을 주면 생기지만, 간혹 동상이나 화상 때문에 물집이 생기기도 합니다.


일단 물집이 생기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고민에 빠집니다.


말랑말랑 부드러웠던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냐?

아니면, 

굳은살이 배길 때까지 계속 자극을 감내할 것이냐?


물집이 잡히기 전으로 돌아가는 일은 비교적 수월합니다. ‘마찰’과 ‘자극’을 피하거나, 무리가 가지 않는 적당한 선에서 멈추면 됩니다.


반면에 굳은살을 택하면 고행길입니다. 연이어 올라오는 물집 때문에 고통스럽고, 심하면 보호대를 사용하거나 전문가에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일도 생깁니다.


둘 다, 개인의 선택이니 결과도 당연히 본인의 몫입니다.


비단 육체의 피부뿐만 아니라 마음의 피부도 그런 듯합니다. 

타인과의 ‘마찰’이나, 대인 관계에서 동상이나 화상을 유발할 정도의 ‘자극’이 있고 나면 마음에 물집이 잡힙니다. 바늘로 터뜨리기엔 너무 아프고 놔두자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합니다.


‘마찰과 자극을 피하느냐, 혹은 무덤덤해질 때까지 버티고 참느냐?’ 이 둘 중 하나를.


육체적, 정신적 자극의 원인은 무척 다양하고 복잡합니다. 또한 ‘안전거리 확보’라는 팻말을 붙이고 다녀도 훅훅 치고 들어오는 타인의 차량처럼 예상조차 하지 못한 상황에 처하기도 합니다. 그 모든 것들을 피해 다니려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매사에 눈치를 보면서 애쓰기보다는 필요한 곳에 굳은살을 만들어 두는 것은 어떨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그 과정이 매우 힘들더라도, 그 결과가 갑옷처럼 엄청나게 단단하지는 않더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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