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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Mar 22. 2024

끼적끼적

[봄꽃]


봄꽃은

여름, 가을, 겨울을 견뎌내고

그렇게 피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봄이라는 시련을 이겨내고

피는 거더라.




[행복]


홀로, 아무것도 없이

웃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귀 위에 꽃이 없어도.




[궁합]


내 운명을 내가 선택하듯

운명 역시 나를 원해야 한다.




[첫눈]


첫눈 맞을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첫눈에 반하면


나머지 반은 어쩌라고.


그나마 겨울보다 빨리 녹아버린 첫눈덕에


두 번째 눈은 덜 시리겠지.




[난다요.]


소문의 씨앗 심은 귀에서

무럭무럭 자란 소문 덩굴이

온 세상 뒤엎으며 훨훨 난다.


짜증의 씨앗 심은 입에서

무럭무럭 자란 짜증 덩굴이

온 세상 뒤덮으며 훨훨 난다.




[여독(旅毒)]


매일매일 피곤하걸 보니


삶은 여행이 맞나 보다.




[딸과 기타 등등]


아빠! 쓰레기!


쓰레기는 네가 버리렴.


아빠! 똥!


말하지 말고 그냥 화장실 가렴.


아빠! 바보!


응? 잠깐만. 뭐라고? 이상한데?




[나는 나일까]


날고 있지 않으면 비행기가 아니고

빨래 중이 아니라면 세탁기가 아니고

통화 중이 아니라면 전화기가 아니고

글자 찍는 중 아니라면 타자기가 아니지.


나는 얼마큼 나일까.

뭐를 해야 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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