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호 Jul 16. 2024

그녀의 오른쪽 다리

  불금. 

 회식 자리에 참석한 부서원들 모두의 시선이 그녀의 오른쪽 다리로 집중되었다.


 “어서요. 빨리 보여줘요.”


 그녀를 위해 흑기사를 자청했던 김 대리가 모두를 대신해서 다그쳤다. 들어줘야 하는 소원이 다리를 보여주는 것일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그녀의 눈에 고뇌가 가득 담겼다.


 “그건 좀....... 다른 소원을 말씀하시면 안 될까요?”


 그녀의 거절은 오히려 더 큰 호기심과 자극이 될 뿐이었다. 일 년 내내 바지만 입는 것은 그러려니 할 만했지만 간간히 드러내는 왼쪽 다리와 달리 오른쪽 다리는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다. 남녀 할 것 없이 동료들은 그녀를 볼 때마다 그녀의 오른쪽 다리에 숨겨진 진실을 알고 싶어 했다.


 “오른쪽 다리에 문신이 있는 거야.”

 “아니야. 흉한 화상 자국 때문일 거야.”

 “박 과장님은 의족일 거라던데?”

 “나는 커다란 점이 있다에 한 표.”


 각자의 의견을 내놓긴 했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평소 조용하고 낯을 가리는 성격의 그녀였기에 선뜻 물어보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드디어 궁금증이 해결되기 직전이다. 그녀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작전을 짜고 각자의 역할에 따라 움직였다.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은 큰돈을 걸고 내기를 했기 때문에 NG는 용납되지 않았다.


 “정말 죄송하지만 이건 제 콤플렉스라서요.”


 그녀가 애원하면 할수록 그 안에 숨은 실체를 알아내고 싶은 욕구가 커져만 갔고 그녀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이러면 앞으로 우리 같이 못 어울려요. 룰은 지켜야죠. 그리고 그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꽁꽁 숨기는 거예요?”


 나는 다그쳤고 그녀는 궁지에 몰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했다. 조용하지만 뜨거운 수십 개의 시선이 그녀를 쏘아붙이자 마침내 그녀의 손이 오른쪽 바짓단을 꼭 쥐었다.


 “알겠어요. 대신 저도 딱 한 가지만 요청드릴게요. 제 생각에 아마도 내기를 거신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만약 맞히신 분이 없으시면 그 돈 다 저한테 주세요. 어때요?”


 분위기에 사로잡힌 우리는 순순히 그녀의 말에 그러겠다고 했고 드디어 고대하던 순간이 왔다.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서서히 바지를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


 “됐나요?”


 곁눈질로 보자 화가 난 그녀의 눈 끝에 눈물이 살짝 맺혔다. 하지만 우리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의 다리를 유심히 살필 뿐이었다. 털 몇 개가 듬성듬성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왼쪽 다리와 다른 점을 찾을 수 없었다. 대답을 요구하는 우리의 얼굴을 빤히 보더니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제가 유독 오른쪽 다리의 피부가 민감해서 제모를 못하거든요. 그래서 숨기고 지냈는데. 그나저나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요? 다들 너무하시네요.”


 말문이 막힌 우리는 술잔을 비우며 서로의 눈치를 살폈고 내기의 승자가 아무도 없었기에 약속대로 모아둔 돈을 그녀에게 건넸다.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

 그녀는 명품 치마를 입고 출근했다. 

 매끈한 두 다리를 드러내고.

매거진의 이전글 투명한 인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