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종이처럼]
이왕 접을 마음이라면
꽃이나 학
혹은 비행기로 접고 싶다.
예쁜 미련으로 남기거나
하늘 멀리 날려 보낼 수 있게.
[행복추구권]
권리는 있는데
행사를 못하겠네.
그리고 왜 가끔은 행복강요권 같지?
[고소공포증]
난 높은 데가 무서워.
그래서 안 오르는 거야.
안 믿으면 할 수 없고.
그나저나 많은 사람들이
저소공포증에 시달리더라고.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소문의 비밀]
주제넘은 참견을 긁어모아
무관심이라는 상자에 넣고
호기심 가득한 대상을 고른 후
열어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것.
[간지럼]
내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은
거울 속 나를 웃게 하는 것이고
거울 속 나를 웃기려면
내가 웃으면 된다.
[밸런스]
문은 하나
들어오고 싶은 백 명
나가고 싶은 한 명
들어올 사람 백 명을 기다리게 하고
한 명이 우선 나가는 것
나갈 사람 한 명을 기다리게 하고
백 명이 우선 들어오는 것
어느 쪽이 합리적일까?
[정신승리]
정신은 누구와 싸워서 이기는 걸까?
[바람잡이]
바람을 잡는다.
사람들의 가벼운 욕심을 잡는다.
바람을 잡는다.
가을의 쓸쓸한 바람을 잡는다.
슬픔을 거두어갈 눈물바람은
누가 잡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