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그가 울면 같이 울었다.
그가 웃으면 같이 웃었다.
그는 나였고 나는 그였다.
우리 영혼은 하나였다.
마치 전생 먼 시간부터 그를 사랑해 온 것처럼,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그를 사랑했던 것처럼 그를 사랑했다.
그도 날 그렇게 사랑했다.
그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내 꿈에 온 적이 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그는 환자복을 입고 떠나기 전 모습으로 병실에 서 있었고, 그의 등 뒤로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꿈속에서 이게 꿈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심장이 쿵 하고 요동치기 시작했다.
분명 꿈인데.. 그를 바라보았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너무 슬퍼 보였다.
어느새인가 그에게 다가가 그를 꼭 안았다.
그에게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당신 잘 있는 거야? 천국에 잘 간 거 맞아?
나 당신 없이 살아갈 자신이 없는데,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당신에게 못해 준 것만 생각나.
당신 아파할 때 몰라주고 잠잔 것도 미안하고,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사랑해.. 사랑해.. 당신이랑 헤어지고 싶지 않아'
그러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그를 꼭 안고 울기만 했다.
그렇게 흐느끼다 꿈에서 깨어났다.
가위에 눌린 듯 숨이 쉬어지지 않을 만큼 가슴이 아팠다.
한동안 흐르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날 두고 어찌 그 먼 길을 갔을까?
두 아들도 어머님도 아닌, 내가 제일 걱정이라고 말하던 그 사람.
날 두고 어찌 발걸음이 떨어졌을지..
단 한 순간만이라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매일 눈물로 기도하며 보내던 그때,
내 기도를 들어준 것처럼 그는 나에게 왔다.
내가 걱정되어 잠시 와준 걸까?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애가 탔던 그 짧은 순간이 또 그리움으로 남았다.
그가 떠난 지 오늘로 1392일.
하루도, 단 한 시간도 못 버틸 것 같았는데 그 많은 날을 나는 살아내고 있다.
그리고 그를 기억하고 사랑하며 묵묵히 살아갈 것이다.
멈추어버린 시간 1-23화, 멈추어버린 시간 2-10화, 총 33화를 이어오며 2024년 한 해를 보냈습니다.
그리움과 간절함은 저를 글 쓰게 했고 또 살게 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외롭지 않았고, 독자님들과의 소통은 그 어떤 위로보다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그가 얼마나 멋진 사람이었는지,
그를 세상에 남기고 싶은 소망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어요.
글쓰기와는 거리가 멀었던 제가 글을 쓰는 행복도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를 가슴 뛰게 하는 일, 브런치에서 그런 시간을 만난 것은 큰 수확이자 기쁨입니다.
멈추어 버린 시간은 여기에서 끝나지만,
여러분과 다시 만날 새로운 브런치북으로 기쁘게 돌아오겠습니다.
지금까지 멈추어 버린 시간을 사랑해 주신 독자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이 계셨기에 행복한 글쓰기를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김수정 작가로 살아갈 수 있게 해 준 그에게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저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P.S
방학 때 저는 수업이 두 배로 많아집니다. 아이들을 지도하며 바쁜 방학을 보낼 예정이에요.
방학이 끝나고 새로운 브런치북으로 여러분들을 찾아뵐게요.
2025년, 올해 저의 목표는
멈추어 버린 시간 1, 2를 잘 정리해서 책으로 출간하는 것입니다.
출간을 위해 노력하는 25년을 보내려고 합니다.
혹시 출판사 관계자분들, 관심을 가지고 봐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미리 꾸벅! 인사드립니다. ~^^
2025년. 1월. 20일. 작가 김수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