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르카 Dec 06. 2021

칸 영화제 문제작이 말하는 결핍과 사랑

<티탄>(TITANE)(2021), 줄리아 뒤쿠르노 감독

1993년 영화 <피아노>로 여성 최초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제인 캠피온 감독 이후, 무려 28년 만에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여성 감독이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프랑스의 줄리아 뒤쿠르노 감독. 그녀는 장편 데뷔작 <로우>(2017)에서도 식인 욕망을 느끼는 채식주의자 소녀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범상치 않은 정신세계를 보여준 바 있다. 12월 9일 국내 개봉 예정인 뒤쿠르노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티탄> 역시 전작에 이어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티탄>은 어린 시절 차를 타고 가던 중 사고를 당해 머리에 티타늄을 심고 살아가는 여성 '알렉시아'가 교통사고 이후 자동차에 대한 성적 욕망에 사로잡히며 일련의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인물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생한 특정 사건을 계기로 비정상적 욕구에 빠지는 초반부의 전개는 감독의 전작 <로우>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연쇄살인범이 된 알렉시아가 실종된 아들을 그리워하는 소방대원 '뱅상'과 마주하면서 이야기는 전작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뱅상은 10년 전 실종된 아들을 그리워하는 소방대원이다. 아들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그에게는 소중한 자식이, 부성애의 결여 속에서 자라난 알렉시아에게는 따뜻한 아버지가 필요하다. 차가운 금속을 머리에 심은 알렉시아와, 뜨거운 불과 관련된 직업인 뱅상. 대척점에 있는 것만 같은 두 사람이 마주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결핍을 채워 나간다.


영화 <티탄>은 동성에 대한 성애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논쟁이 이어지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인간이 아닌 것에 대한 성애를 다룬다. 그리고 이를 적나라하고 거리낌 없는 이미지와 사운드로 묘사하며 감독만의 세계관을 주저 없이 드러낸다. 이러한 이상성욕 소재와 자극적이고 기괴한 연출을 누군가는 '미친 걸작'이라고 극찬하고, 다른 누군가는 '미칠 것 같은 영화'라고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칸 영화제의 충격적인 문제작 <티탄>을 어떻게 바라볼지는 각자의 몫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BIAF2021] 소박하지만 따뜻한 모녀의 성장 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