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난, 일어나고 있는,
그리고 일어날 일

누가와 함께 걷는 기다림* (1)

by 교회사이

기다리며 읽는 누가복음서, 대림절, 첫 번째 일요일


“우리 가운데서 일어난 일들에 대하여 차례대로 이야기를 엮어내려고 손을 댄 사람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것을 처음부터 말씀의 목격자요 전파자가 된 이들이 우리에게 전하여 준 대로 엮어냈습니다. 그런데 존귀하신 데오빌로님, 나도 모든 것을 시초부터 정확하게 조사하여 보았으므로, 각하께 그것을 순서대로 써 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리하여 각하께서 이미 배우신 일들이 확실한 사실임을 아시게 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누가복음서 1:1-4)


빨간.JPG photo by noneunshinboo


올해의 성탄



크리스마스는

등불을 들고 성당에도 가지만

자욱한 안개를 헤쳐

서먹해진 제 영혼을 살피는 날이다

유서를 쓰고 거기에 서명을 하듯,

한 줄의 시를 마지막인 양

적어보는 날이다


어리석고 뜨거운 나여

만월 같은 연모라도 품는다면

배덕의 정사쯤 어이없이 저지르고 말

그리도 외롭고 맹목인 열에

내 두뇌를 까맣게 태워가고 있다

하여 크리스마스는


석양의 하늘에

커다랗게 성호를 긋고

구원에서 가장 먼 사람이

주여, 부르며 뿌리째 말라 버린

겨울 갈대밭을 달려가는 날이다


- 김남조 신앙시집, <기도 – 주님이라는 부름, 그 빛으로> 중에서


나 돌아갈래 1.jpg photo by noneunshinboo


올해 성탄은 올까요?

올해의 성탄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올까요?


올해도 성탄이 올까, 올해는 성탄이 올까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올해만은 왔으면 좋겠다, 올해도 왔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마냥 신나고 즐겁고 들뜨고 하진 않아도, 올해도 성탄은 왔으면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너무 우울하고 무겁고 슬프고 해서, 올해 성탄은 넘어가도 되지 않을까 해도 왔으면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지금 누가(Luke)는 그런 모든 마음들에게 '우리 가운데서 일어난 일들, 일어나고 있는 일들, 그리고 일어날 일들'을 들려주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마음들이 올해의 성탄이 우리에게 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

구원에서 가장 멀거나 가깝거나, 구원에서 조금 멀거나 가깝거나, 완전히 뿌리째 말라 버리기 전에, 그러나 주여, 벌써 숨은 턱 끝에 있어 크게 부르진 못해도, 냅다 달려는 못 가도, 함께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오늘부터 대림절은 시작합니다. 누가복음서를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함께 읽고, 걷고, 기도하며 성탄의 아침을 맞으면 좋겠습니다. 그리스도인이 기다리는 한 방식입니다.


“‘그렇다. 내가 곧 가겠다.’ 아멘. 오십시오, 주 예수님! 주 예수의 은혜가 모든 사람에게 있기를 빕니다. 아멘.” (요한계시록 22:20ㄴ-21)


* 오늘부터 성탄의 아침까지 누가복음서를 함께 읽고 걷고 기도하고 묵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