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遊)신부의 사순절 ‘함께 걷는 어둠’
사순절 세 번째 주간 목요일, 걸으며 읽는 마가복음서 (20)
“그리고 엿새 뒤에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을 데리고, 따로 높은 산으로 가셨다. 그런데, 그들이 보는 앞에서, 그의 모습이 변하였다. 그 옷은 세상의 어떤 빨래꾼이라도 그렇게 희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게 빛났다. 그리고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그들에게 나타나더니, 예수와 말을 주고받았다. 그래서 베드로가 예수께 말하였다. ‘선생님, 우리가 여기에 있는 것이 좋겠습니다. 우리가 초막 셋을 지어서, 하나에는 선생님을, 하나는 모세를, 하나에는 엘리야를 모시겠습니다.’ . . . 그런데 구름이 일어나서, 그들을 뒤덮었다. 그리고 구름 속에서 소리가 났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그들이 문득 둘러보았으나, 아무도 없고, 예수만 그들과 함께 계셨다. 그들이 산에서 내려올 때에, . . .” (마가복음서 9:2-9)
저 산은 내게 오지마라 오지마라 하고*,
나 혼자 오려고 했거들랑 오지마라 혼자는 오지마라, 네 형제와 자매들과 함께 올 생각이 없거들랑, ‘너의 아우는 어디에 있느냐, 너의 형은 어디에 있느냐, 너의 누이는 어디에 있느냐?’** 내가 묻거들랑 ‘여기 다 같이 왔습니다’ 그렇게 말 못하겠거들랑, ‘내가 아우나 형, 그리고 내 누이나 지키는 사람입니까’ 그런 말이나 나오겠거들랑은 아예 여기 올 꿈도 꾸지 마라 하십니다.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누가 너에게 잘못을 하거들랑 내가 너를 용서하여 준 것 같이, 너도 너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고 잊어버리라고, 어렵더라도 일곱 번만이 아니라, 일흔 번을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혹시 용서하다 속이 터지고 문드러지겠거들랑, 너를 용서하느라 내 속은 벌써 터져 문드러져, 이젠 아예 찾을 수도 없는 나의 그 빈 속에 비하면 넌 아무것도 아니니, 용서해라 잊어버려라 하십니다.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너 혼자 내려가게는 않을 테니, 외롭게 만들지 않을 테니, 그래서 나도 함께 내려가 너의 지친 어깨 기댈 곳이 내가 될 것이니, 이제 내려가라, 함께 내려가자 하십니다. 여기로 저기로 성령 하나님의 그 바람이 부는 곳으로 너도 따라 흘러 다 함께 나중에 여기 올라오라고, 그러니 지금은 내려가라고, 같이 내려가자고, 하나님 아버지의 바람이 저기 아래로 불 테니, 그 빛이 저기 아래를 비출 것이니, 그 구름이 이 산을 감싼 듯 저기 아래를 감싸 안아줄 것이니, 너의 그 있는 걱정, 근심, 불안, 두려움은 여기에 다 내려놓으라고, 아버지께서 죄다 꼼짝 못하도록 여기에 붙들어 매놓을 것이니, 너는 나와 같이 이제 내려가자고, 가야할 길이 아직 남았으니 여기 머물지 말고, 여기에 집 지어 살 생각은 말고, 조금 아쉬워도 이젠 같이 내려가자고 하십니다.
여기 내가 준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사랑하라’ 그 나의 계명****, 지금 들고 있는 그 돌판에 무작정 새기지만 말고, 너의 그 마음판에 똑똑히 새겨서 이고 지고, 내 사랑하는 아들 예수의 그 하는 말 그만 어깃장을 놓고, 그 말을 듣는 척 이젠 그만하고, 너의 그 마음판에 새겨서 안고 들고 내려가라고, 나의 맘 편하게 놓지 못해 나의 아들도 함께 내려갈 것이니, 이제 그만 내려가라 하십니다.
기껏 노예생활 청산하고 새 삶을 살자고 여기 데리고 나왔더니, 며칠이나 되었다고 배고프다 목마르다 투덜거리고 눈 부라리고, ‘우리 다시 돌아갈래!’ 하며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에도 없는 것이라고 금 모아 금송아지***** 만들어 굽신굽신 신으로 섬기는 저 형편없는 사람들, 그래도 거기로 돌아가라고, 거기에 저들을 내버려두지 말라고, 그러니 내려가라고, 함께 내려가자고, 날 깨우십니다.
‘너는 너의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너라, 나와 함께 이 길 가자!' 그러나 그 말씀 귓전으로 떨어지는 빗방울로 흘려 듣고, ‘내가 가장 큰 사람이다, 내가 첫째다’ 하며 자리다툼******에 여전한, 그 마음 벌써 콩밭에 가 있어 거기 콩깍지 서로의 눈에 넣고 덮은 저 철딱서니 없고 그 꼴 제대로 엉망인, 머잖아 스승도 버려두고 나 혼자 살겠다 도망이나 칠 제자도 못되는 저들, 그래도 거기로 돌아가라고, 거기에 저들을 내버려두지 말라고, 그러니 내려가라고, 함께 내려가자고, 날 깨우십니다.
그 누울 곳, 쉴 곳을 찾아 설과 추석, 귀성열차 귀성버스 그 고단하고 힘들어도 설레고 즐거웠던 고향길, 이젠 얼마간의 그 품에서 쉼과 위로를 기억에 담고 마음에 새기고 귀경길 떠나야 합니다. 이제 길 떠날 시간, 이 산을 내려갈 때다 하십니다. 여기 더 있고 싶은데, 아예 자리깔고 싶은데, 아직은 여기가 아니라 아직은 거기에 더 있어야 한다 하십니다. 여기서 우리 새 힘, 새 맘 받고 얻고 들고 안고 지고, 이제 저기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고 하십니다.
거기 아래를 고향으로 만들어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그래서 여기 고향과 같이 거기 내가 사는 곳에도 우리 엄마 아빠 오셔 계셔 구별 없이 사는 모두의 고향이 되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고, 하나님의 아들 예수께서 함께 내려가자 하십니다. 함께 저 예루살렘, 그리고 거기 뒤편 골고다로 가자 하십니다. 저 골고다 너머 그 빈 무덤을 지나 다시 온통 고향으로 만들어 고향을 살자, 다시 그 산에 오르자 하십니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서,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그들에게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아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을 것이다.” (마태복음서 28:18-20)
* 가수 양희은의 노래 <한계령>의 가사 중에서
** 창세기 4:9
*** 마태복음서 6:12, 18:21-36
**** 출애굽기 19
***** 출애굽기 32
****** 마가복음서 9:33-37
******* 오늘은 양희은의 오래된 노래와 오래전 목소리를 듣습니다. 한여름의 낮, 깊고 짙은 숲속, 거기 오솔길에서 벗어나 숨은 작은 연못, 내 발소리에 놀란 개구리 그 안으로 첨벙, 그 산에도 이런 그림 있지 않을까 싶은, 한계령 거기 휴게소에서 보았던 그 눈 덮인 산이 보고싶은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