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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해 Sep 26. 2023

리텐션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

엄마는 왜 맛집 오마카세를 다시 안 가실까? (feat. 풍자의 또간집)


리텐션(Retention)은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사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위 정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리텐션에 대해 큰 오해를 하는 듯합니다.


그 중 대표적인 오해는


고객이 우리 서비스에 더 자주 오고 싶게 만들면 > 리텐션이 오를 것이다



라는 가정이지요. 이는 잘못되었습니다.



그냥 구글에서 '리텐션 정의'를 검색했습니다.



리텐션은 아주 차가운 개념입니다.

모든 사업 지표와 연결되며, 사업의 성패를 결정지을만큼 핵심적인 지표이지요.


리텐션은 어떻게 올릴 수 있을까요.

고객을 둥기둥기 기분좋게 해주면 리텐션이 오를까요? 더 친절한 UX라이팅과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면 리텐션이 오를까요? 이는 다소 순진한 접근입니다.



만족도가 아니라 만족한 고객의 수

리텐션을 정의하는 문장이 아니라 수식을 보아야 합니다.

대표적인 클래식 리텐션의 공식을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N일 후에 재방문한 고객 수 / N일 전 처음 방문한 모든 고객 수) * 100 = N일차 리텐션


출처 : https://ditoday.com/%EC%95%B1-%EC%84%9C%EB%B9%84%EC%8A%A4%EC%9D%98-%EB%A6%AC%ED%85%90%EC%85%98-

리텐션은 재방문율입니다. 7일차 리텐션을 본다고 하면

오늘 100명이 방문했습니다.

그 중에 7일 뒤에도 재방문한 사람 30명입니다.

7일차 리텐션(재방문율)은 30% 입니다.


공식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리텐션은 고객의 수를 논하는 개념입니다.

고객의 머릿수 외에는 아무런 정보가 담겨져 있지 않죠.

고객이 얼마나 자주 썼는지, 한 번 쓸 때 얼마나 긴 시간 머물렀는지, 얼마나 만족했는지에 관심이 없습니다.


따라서 고객이 더 오래 머물도록 볼거리 컨텐츠를 송출하는 것

고객이 더 자주 방문하도록 푸시 알림을 보내는 것은 근본적으로 서비스의 리텐션을 올리는 활동이 아닙니다.

'자주, 오래' 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와야 합니다.


많은 회사에서 이를 헷갈려하고, 리텐션을 올리고자 엉뚱한 액션을 합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고객이 더 만족하는 것'과 '더 많은 고객이 만족하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리텐션은 무엇인지, 리텐션 지표를 올리려면 어떻게 접근해야하는지에 대해 원론적인 논의를 나누고자 합니다.


리텐션을 올린다는 것은 고객이 더 좋은 경험을 하도록 개선하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더 많은 고객군을 포섭하는 확장된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의미입니다.


리텐션은 제품의 완성도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풀메이크업해도 가릴 수 없는 제품의 민낯에 가깝죠.

그만큼 리텐션은 제품의 시장성을 낱낱이 보여주는 차가운 개념입니다.



출처: https://www.linkedin.com/pulse/aarrr-pirate-metrics-startups-product-management-abdur-rakib/


AARRR입니다. 전 세계의 많은 스타트업에서 활용하고 있는 서비스 분석 방법론입니다.

총 5단계가 있고 유저는 서비스에 진입하여 각 단계별로 형성된 깔대기(퍼널)를 지나면서 점차 떨어져나갑니다. 그 중 3번째 단계가 리텐션 구간이지요. 리텐션은 가장 개선하기 어려운 퍼널로 유명합니다.


Acquisition(모객) > Activation(활성화) > Retention(유지) >  (...생략)


100명을 모객했습니다. (=Acquisition)

100명 중 80명이 서비스의 가치를 느끼고 활성화되었습니다. (=Activation)

80명 중 20명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사용합니다. (=Retention)


20명은 계속 쓰는데, 나머지 60명은 왜 다시 안 쓸까요?

분명 우리 서비스의 가치를 느꼈는데 말이죠.


자, 여기서 함정이 있습니다.

사람은 무언가에 가치를 느끼면 계속 사용하게 될까요?

고든램지 버거를 먹으면 많은 사람들이 가치를 느낍니다. 계속 가게 되나요?

힙해서 사진 찍기 좋은 성수동의 카페. 우린 다음 주에도 방문하나요?

우린 그들의 단골이 되나요?


이래서 리텐션은 만들기 어렵습니다.

살면서 2번 이상 가는 곳이 몇 %나 되시나요?


당장 제 자신을 돌아봐도 처음 경험할 때는 '와 여기 너무 좋다! 너무 맛있다!' 감탄해놓고 1번 가고 말았던 곳이 수두룩합니다.


'재밌는거 올라온다' 채널의 간판 컨텐츠 [또간집]


요즘 꾸준히 사랑받는 유튜브 컨텐츠로 [또간집]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본인이 2번 이상 갔던 맛집을 추천받아서 먹으러 가는 컨텐츠이지요.

인스타용 1회성 맛집이 판치는 세상에서 누군가 2번 이상 간 곳은 그만큼 가치있고 귀합니다. (찐맛집!)


진심으로 마음에 들었던 곳은 또 가게 됩니다.

아니 정확히는, 진심으로 마음에 들었던 곳만 또 가게 됩니다.

우리는 소비자일 때 차갑고 솔직합니다. 그래서 단골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고, 한편으로 단골을 확보하고 나면 사업이 쉬워집니다.


단골이 몇 명이냐 이것이 리텐션입니다.

우리는 어떤 곳에 단골이 되나요?




어머니는 왜 오마카세를 다시 안 가실까?


최근에 어머니를 모시고 맛집 오마카세를 다녀왔습니다.

어머니가 회를 좋아하시는데 오마카세는 가본 적 없다고 하셔서 가족이 다같이 갔습니다.

다행히 맛집 주방장이 싱싱한 횟감으로 썰어주는 음식들은 입맛에 잘 맞으셨고

오마카세 특유의 분위기도 만족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꽤나 행복해하셔서 덩달아 기분이 좋았죠


너무 좋아하시는 것 같아 가게를 나왔을 때 어머니한테 여쭤봤습니다.

"엄마 다음에 다시 올까?"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니야. 굳이. 한번이면 됐지" 였습니다.

가격 부담 때문에 걱정하시는 걸까봐 여러 번 되물어도 어머니 대답은 No 였습니다.

끈질기게 물어보니 결국 한 마디 토로하셨습니다.

"음식은 맛있는데 계속 마주보고 가져다주는거 좀 부담스럽더라.."





Activation.

즉 활성화는 고객이 우리 서비스의 가치를 처음 깨닫는 순간입니다.

우리 서비스로 인해 최초의 행복한 경험을 하는 순간이죠. 그러면 어머니는 분명 행복해하셨습니다.


'오마카세가 이런거구나 되게 좋네!' 하는 마음을 느끼셨을거에요. 활성화된거죠.


하지만 어머니는 그 오마카세를 다시 가지 않습니다. 다음 단계인 리텐션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오마카세의 음식이 부실했나요? 주방장이 불친절했나요?

그 오마카세는 맛집이었습니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재방문하고 있겠죠.


어머니가 다시 안가는 이유는 그저 본인과 안 맞기 때문입니다.

즉, Fit의 문제입니다. 추측컨데 어머니의 친구분들을 단체로 모시고 가도 결과는 비슷할겁니다.


길게 가는 건 나랑 잘 맞는 친구이지, 뛰어난 친구가 아닙니다.

아버지는 30년 째 같은 이발소를 다니십니다. 이발사 실력이 너무 뛰어나서일까요?

여쭤보니 '자르른 동안 말을 걸지 않아서'라고 답하십니다.



출처: Amplitude 리텐션 플레이북 Vol.1


제품 시장 적합도 (Product-Market Fit)

단골을 만드는 것은 제품의 완성도가 아닙니다. 제품과 고객의 핏(Fit)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프로덕트 마켓 핏(Product-Market Fit / 이하 PMF) 이라 부릅니다.

리텐션이 있다는 것이지요.


시장을 잘게 쪼개면 고객입니다.

고객 1명 1명과 핏을 맞춰가다보면 1개 이상의 고객군(페르소나)과 핏이 맞아 떨어지는 지점에 이릅니다. 그때부터 이 제품은 PMF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러이러한 사람들은 보통 우리 제품을 한번 써보면 계속 쓰게 돼.


쭉 쓰는 고객이 있는 제품.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제품.

날짜가 아무리 지나도 더 이상 리텐션이 감소하지 않고 평평하게 유지되는 구간이 존재하는 것.

이것이 PMF를 찾은 제품입니다.


스타트업이 검증해야 할 2가지 핵심가설 중 1가지인 '가치가설'을 검증한 겁니다. (가치가설, 성장가설)


PMF만 찾아도 초기 스타트업은 아주 큰 산을 넘었습니다.




얼마나 높은 리텐션이 필요한가?


하지만 나머지 '성장가설'이 남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잘 맞는 제품은 1%든, 5%든 리텐션이 있습니다. 쓸모가 있지요.

그러나 스타트업은 소수에게 쓸모 있는 제품을 만드는 조직이 아닙니다.

몇 백만 MAU(월간 이용자 수)를 달성하고, J커브를 그리며 빠르게 성장하고 수익을 내야합니다.

성장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선 더 높은 리텐션이 필요합니다. 리텐션이 없으면 사업이 커질 수 없기 때문이죠.


토스의 이승건 대표님은 PO 세션에서

리텐션 수치에 따라 도달할 수 있는 비즈니스의 크기를 아래와 같이 정리했습니다.

리텐션
- 20% 미만 : 회사를 만들 수 없다
- 20% 이상 : 꽤 괜찮은 회사를 만들 수 있지만 아주 큰 서비스를 만들 수는 없다 (기업가치 2~3천억)
- 40% 이상 : 유니콘을 만들 수 있다 (기업가치 1조 이상)
- 70% 이상 : 세상을 바꾸고 산업을 혁신할 수 있다 (ex. 페이스북)

※ 단, 산업과 BM에 따라 기준값에 차이가 있고, 며칠차 리텐션을 기준으로 하는지가 다릅니다.


우리가 알만한 완성도 있는 스타트업 제품들의 리텐션도 보통 20~30%, 아무리 높아봐야 40%에 불과합니다.

(토스는 리텐션이 높았던 초기에 68% 였다고 함.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수준)



평균적인 앱 리텐션 - 출처: https://www.braze.com/resources/articles/app-customer-retention-spring-2016-report


고객관리 솔루션 Braze의 발표에 따르면 평균적인 앱의 1일차 리텐션은 25%가 안됩니다.

4명 중 3명이 다음날만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심지어 7일이 지나면 10% 미만입니다. 3달 지나면 5% 미만이니 회사 만들기에도 한참 모자란 수치네요.


그만큼 많은 앱들이 리텐션을 만드는 데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So What?

글의 서두에 리텐션에 대표적인 오해를 말씀드렸습니다.



고객이 우리 서비스에 더 자주 오고 싶게 만들면 > 리텐션이 오를 것이다



더 자주 방문하고 싶고, 더 만족할 서비스를 만들면 리텐션이 오를 것이다. 

맞는 듯 틀린 말입니다.

사용자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는 오르겠지만, 리텐션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만족도, 의존도를 올리면 만족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날까요?

고객 1명을 더 만족시킬 것이 아니라 2명을 만족시킬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옆에 있는 사람까지 나를 좋아해야 합니다.



즉, 만족의 강도가 아니라 범위(Coverage) 입니다


말장난 같지만 둘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전혀 다른 액션을 낳기 때문이지요.

앞서 본 것처럼 리텐션은 '우리 제품이 몇 개의 고객 페르소나와 핏이 맞아떨어지는가' 에 의해 결정됩니다.


근데 많은 회사가 리텐션을 올리기 위해 고객을 '더 만족시킬 방도'를 찾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엄밀히 리텐션이 아니라 서비스 만족도, 인게이지먼트를 올리는 활동입니다.

내 애인에게 더 잘하는 것과 더 많은 사람에게 호감을 사는 일은 완전히 다른 일입니다.


더 높은 사용성, 더 많은 컨텐츠, 더 잦은 케어와 알림


안타깝지만 이런 방법들은 비즈니스 크기를 키우지 못합니다. 

리텐션을 끌어올리기보다는 최적화하는 과정에 가깝죠. 

조각하듯 제품을 열심히 깎아서 들어오는 고객이 최상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쾌적함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어머니와 갔던 오마카세도 이 관점에선 너무나 훌륭했습니다.  



월드스타 싸이는 어렸을 때부터 모든 여성분들의 막연한 호감을 원했다고 한다... 큰 팬덤을 잡으려면 대중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Q. 충분히 많은 고객을 만족시키고 있나요?

가장 중요한건 위 질문입니다.

앞서 본 자료처럼 현실의 대다수 앱은 '충분히 많은 고객'을 만족시키고 있지 않습니다. 

커버리지가 모자랍니다.


우리는 장인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 큰 사업을 일으키고자 합니다.

회사를 만들만한 리텐션이 있나요? 유니콘이 될만한 리텐션이 있나요?

충분한 비즈니스 크기를 확보하려면 필연적으로 더 많은 고객군을 포용하려는 노력을 해야합니다.

기존 고객과 조금 다른 유형의 고객들까지 꼬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서비스 리텐션을 높이기 위한 액션은

더 많은 무언가(More) 를 하는게 아니라

조금 다른 무언가(A Little Different) 를 행해야 합니다.


기존에 하지 않은 것. 관성적으로 놓친 것.

여태까지의 정체성에 조금 빗겨가는 행동을 해야 리텐션이 오릅니다.

고객이 기대하고 있으나 여태껏 커버하지 못한 것을 찾아야 하죠.


이를 위해 우리 고객이 아닌 우리가 못 잡은 고객을 봐야합니다.






떠난 고객이 답을 쥐고 있다


리텐션을 올릴 방법은 떠난 고객이 쥐고 있습니다.

떠난 고객을 억지로 다시 데려오라는 것이 아닙니다.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들에게 물어야하죠.


떠난 이에게 배우고 우리를 더 유연하게 다듬어야 다음 연애가 수월한 법입니다.



오마카세 사장님이 되어봅시다.

입소문이 잘 나서 인천에 있는 5000명이 방문했고, 이 중 500명의 젊은 사람들이 단골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더 이상 단골이 늘지 않아 리텐션이 고착됐습니다.
이 때 어머니 세대를 자신들의 새로운 단골로 만들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가게의 정체성을 더 강화할까요?
일본식 장인정신으로 음식을 더 깊이 연구하고, 어머니들과 더 친절하게 대화하는 스킬을 연습해야할까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저 어머니들끼리 편히 대화하면서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을 추가로 마련하는 것입니다.

오마카세 방식을 고수하면 다른 페르소나를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다른 무언가를 해야 다른 페르소나가 만족합니다.


다른 고객이 무얼 원하는지 어떻게 알아내나요?

데이터를 통해 이탈원인, 경로 분석을 하면 그들이 우리에게 실망하고 떠나는 과정은 알아낼 순 있습니다.

하지만 나간 이들이 '진정 원했던 것'을 알아낼 순 없죠.


떠난 이는 말이 없습니다. 잠수이별을 당했으면 자꾸 연락을 시도해보는게 최선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터뷰하고 관찰하고 테스트해야합니다.


출처: 토스 PO 세션 https://www.youtube.com/watch?v=tcrr2QiXt9M&t=1065s


토스의 이승건 대표님은

리텐션 커브에서 떨어져나간 이탈 고객을 대상으로 Usability Test(UT. 사용성 테스트) 해야한다고 말합니다.

남아 있는 고객은 데이터 분석해서 공통점을 찾아내고, 떠난 고객은 여러 번의 UT를 해서 우리가 못 잡아낸 Use Case를 찾아나가야 한다고 하죠. 그 후에 기능을 업데이트하면서 점차 다양한 Use Case를 커버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확장시켜야합니다. 이것이 근본적으로 서비스를 키우고 리텐션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론입니다.



우버(Uber)의 성장을 이끌었던 앤드류 챈은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 서비스에 장기간 머물러있는 고객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의외로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품팀은 이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죠. 제 경험 상 리텐션을 극단적으로 높이는 진정한 방법은 새로운 사용자의 경험에 있습니다.




우리가 못 잡은 고객 알아가기 5단계

우리를 떠난 고객은 누구인가요?

떠난 고객은 떠나기에 앞서 우리 서비스에 들어왔던 사람입니다.

이는 남아 있는 고객과의 공통점이지요. 쌩판 남이 아닙니다.


앱을 설치하고 로그인하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기대하고 그 과정을 견뎌낸 분들입니다.

즉, 우리 서비스에 무관심한 사람이 아니라 실망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떠난 고객을 알아가려면, 남은 고객과의 공통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오마카세로 치면
비싼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충분한 경제력, 충분히 가까운 생활권에 속해야 합니다.
해산물을 좋아할 것이고, 일본 방사능 문제에 덜 예민할 수도 있겠네요.
누군가에게 대접받거나, 색다른 경험을 하길 원하고, 타인에게 자랑하는 것을 좋아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애초에 오마카세를 방문조차 안 했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전체 고객을 먼저 이해한 뒤에 떠난 고객에게 집중해야 합니다.

이제 떠난 고객을 볼까요?



1) 떠난 고객은 왜 들어왔는가?


모객 단계부터 천천히 좁혀나가야합니다. 고객은 기대를 갖고 들어왔고 실망하여 떠났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고객의 기대와 제품의 불일치를 하나씩 찾아야합니다.


a. 광고를 보고 들어왔나요? (paid 마케팅 유입)

왜 우리 마케터의 캠페인에 사로잡혔을까요?

우리 마케터는 어떤 메시지를 송출하고 있나요? 어떤 채널에 광고하고 있나요?

분명 광고를 볼 때만 해도 기대에 부풀었는데 무엇이 그 기대를 빗나가게 만들었을까요?

혹시 우리는 광고에서 불리한 무언가를 숨기고 있나요?

불리한 무언가를 솔직하게 담으면 모객 수가 떨어지나요?

혹시 우리는 광고에서 제품을 과장하고 있나요?

실제로 노력해서 제품을 개선하면 그 과장을 채울 수 있나요?


b. 고객이 알아서 들어왔나요? (organic 자연 유입)

그들은 어디서 우리를 발견했나요?

누구로부터 입소문을 들었나요?

우리는 지인에게 자랑하거나 추천하기 좋은 제품인가요?

추천인과 피추천인은 1개의 동일한 페르소나일까요?

같은 페르소나를 공유하는데도 이탈한거면 혹시 사람마다 호불호가 심한 제품인가요?


※ 리텐션에 대한 글이므로 Acquisition, Activation 단계에서 개선할 내용은 담지 않습니다.




2) 떠난 고객은 들어와서 무엇을 경험했는가?


이것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서를 줄 뿐 정답을 주지 않습니다.


며칠차에 많이 이탈하나요?

떠난 고객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떠난 고객과 떠나지 않은 고객 간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기술적인 문제는 없었나요?


위와 같은 질문들을 기반으로 우리 제품과 떠난 고객 간에 불일치를 하나씩 유추해나갑니다.

대략적인 감을 잡아나갑니다.




3) 왜 떠났는가?

카카오톡 이모티콘 - 물음표살인마

이 단계가 핵심입니다.

위에서 한 유추를 바탕으로 떠난 이들을 인터뷰합니다.

인터뷰할 땐 우리가 무엇을 고쳐야하는지 묻지 않고

그저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평소에 어떻게 하는지를 꼬리 질문으로 묻습니다.


왜 우리 오마카세에 돌아오지 않는지 물어보면 해답을 얻을 수 없습니다.

평소 어떨 때 외식하는지, 외식할 땐 어디로 가는지부터 묻습니다.



예를 들면

평소 어떨 때 고급 해산물을 먹는지 묻습니다.

평소 고급 해산물을 먹고 싶으면 어디로 가는지 묻습니다.

오마카세 아닌 룸 형식의 고급횟집을 간다면 왜 그곳을 선호하는지 묻습니다.

회를 먹는데 왜 프라이빗한 공간이 필요한지 묻습니다.

회를 먹으러 갈 때 왜 여럿이서 가는 경우가 많은지 묻습니다.



꼬리 질문을 통해 아래를 알아냈습니다.

5060 여성 페르소나는 고급 해산물을 좋아하지만 매우 비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특별한 날이거나 가격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많은 인원이 모였을 때 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날엔 특히나 사적인 대화를 서로 많이 하고 싶어한다. 또 이런 날엔 자리를 길게 가져가는데 다들 허리가 안 좋으니 오래 앉아 있기 편해야 한다.



중요한 질문을 하나 더 해야하죠. 오마카세는 왜 방문했나요? (남은 고객과의 공통점)

주변에서 하도 얘기해서.



이를 취합하면

[분석]
5060 여성 페르소나는 입소문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오마카세 특유의 대접받는 서비스는 그들 사이에서도 바이럴 요소(자랑거리)가 되고, 이를 기대하고 온다. 하지만 그들은 정작 오마카세를 경험해보면 불편을 느낀다. 좀 더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원하고 지금의 바(bar) 테이블은 부적합하다. 그렇다고 프라이빗한 룸을 추가하면 오마카세 특유의 서비스를 받을 수 없으니 차별점이 희석된다.

[해결 방향]
바 테이블 외에 조금 떨어진 거리에 '원형 테이블' 자리를 추가하자. 직접 서빙해주고 메뉴 설명도 해주자. 멀리나마 주방장의 요리과정도 볼 수 있고 대접도 받는다. 그들끼리 편하게 사적인 대화할 수 있는 공간도 시간도 확보된다.


이런 식으로 떠난 고객이 원했으나 우리가 만족시키지 못했던 것을 하나씩 알아냅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유연하게 바꿔 절충해나갑니다. 못 잡은 페르소나를 커버합니다.




4) 떠난 고객의 페르소나 쪼개기


최대한 잘게 쪼개는 것이 중요합니다.

떠난 이들을 인터뷰하다보면 몇 개의 공통 답변을 기준으로 집단을 나눌 수 있습니다.

고객의 페르소나를 쪼개면 다음에 해야할 액션이 명확해집니다.


다시 오마카세의 예로 들면

중년 여성은 대접 받으면서도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하는구나 > 원형 테이블을 추가해야겠다

중년 남성은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이 먼저 나오길 원하는구나 > 음식 제공 순서를 바꿔드려야겠다

마지막 타임에 혼자 오는 손님은 좀 더 릴렉스한 분위기에서 술을 마시고 싶어하는구나 > 조명을 어둡게 낮춰보자

등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씩 개선해나갑니다.

이렇게 페르소나를 하나씩 더 커버해가면서 서비스의 리텐션을 끌어올립니다.

이는 단기적인 지표 만들기(영끌)가 아닌 근본적인 체질 개선입니다.

그래서 1%만 끌어 올려도 굉장한 성과입니다.

글로벌 컨설팅 펌 Bain & Company는 리텐션이 5% 증가하면 매출이 최소 25%~최대 95% 오른다고 발표했습니다.



5) 누구부터 포섭할 것인가?

떠난 고객은 다양하고 서로 제 각각입니다. 누구부터 포섭해야할까요?


지금 고객과의 공통점이 많은 페르소나를 우선적으로 포섭해야 합니다.

페르소나가 비슷할수록 리텐션에 좋습니다.


많은 회사에서 사업 확장, 타겟 확장을 명목으로 완전히 다른 고객을 노리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리텐션 개선은 사업 확장과 전혀 다릅니다. 내 비즈니스를 잘하는 것이 리텐션입니다.


여성복을 하다가 남성복 라인을 추가하는게 먼저일까요?

여성복 중 여태 커버하지 못 했던 라인업을 추가하는게 먼저일까요?


사업은 결국 본업을 잘하는 사람이 이깁니다.

그리고 이 본업을 얼마나 잘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가 리텐션이지요.

구멍이 숭숭 뚫린 그물망으로는 어느 바다에서도 물고기를 잡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페르소나로 넓혀갑니다.

완전 다른 고객이 아니라 조금 다른 고객으로 넓혀갑니다.

우리는 지금 놓여진 바다부터 다 먹어야 합니다.


그래야 제품의 정체성이 덜 희석되고, 업데이트의 장점이 기존 고객에게도 전파됩니다.

떠난 고객을 잡기 위한 기능 업데이트였는데 기존 고객도 좋아합니다.


예컨데, 마켓컬리와 뷰티컬리는 고객 페르소나가 같거나 비슷합니다.

이 경우 장점이 보완되고 시너지가 생깁니다. 신선식품만으로 최소 주문액을 채우기 어려워서 컬리를 쓰지 않는 고객이 있었다면, 어차피 필요했던 화장품을 하나 더 얹어서 장을 보지 않았을까요?


리텐션은 레고를 조립하는게 아니라 눈덩이를 불려나가듯이 키워나가야 합니다.

끼워맞추는게 아니라, 점점 묻혀나가듯 키워야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www.behance.net/gallery/74774933/snowball?tracking_source=search_projects|SNOWBALL+ROLL



참고한 자료

https://blog.ab180.co/posts/retention-series-1

https://blog.ab180.co/posts/retention-series-4-2

https://static.airbridge.io/resources/%5BAB180%5D+Amplitude+%EB%A6%AC%ED%85%90%EC%85%98+%EB%A7%88%EC%8A%A4%ED%84%B0%ED%95%98%EA%B8%B0+%ED%94%8C%EB%A0%88%EC%9D%B4%EB%B6%81+%ED%86%B5%ED%95%A9%EB%B3%B8.pdf

https://amplitude.com/blog/understand-new-user-activation

https://www.grownbetter.com/article/210 

https://ditoday.com/%EC%95%B1-%EC%84%9C%EB%B9%84%EC%8A%A4%EC%9D%98-%EB%A6%AC%ED%85%90%EC%85%98-%EC%96%B4%EB%96%BB%EA%B2%8C-%EB%86%92%EC%97%AC%EC%95%BC-%ED%95%A0%EA%B9%8C/ 

https://twitter.com/shreyas/status/1426594663671107585

https://www.youtube.com/watch?v=vngszJHXWo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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