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딘 Feb 26. 2024

애. 개. 육아

나, 아내, 아이, 인삼. 우리는 한 가족이다. - 2

#1

회사에서 점심을 먹으며 고민을 얘기하니 워킹맘이셨던 과장님께서 극구 반대하셨다. 본인의 경험담을 얘기해 주시면서 차라리 아기를 낳아 키우라고 덧붙여 조언? 하셨다. 나 역시 앞서 언급했듯이 한 마리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내를 설득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늘 그렇듯 답은 정해져 있었다.

아내의 고집을 나는 꺾을 수가 없었다. 이때 차라리 좀 작은 친구를 찾아서 입양했으면이라는 생각을 지금도 간혹 한다.


당시 일요일 아침마다 동물농장을 보곤 했는데, 시골에서 중성화 안된 개들로 인해서 새끼들이 계속 태어나는 문제를 봤다. 아내는 지인의 고향 집에 그런 강아지가 있다는 피드를 발견하고 그렇게 우리는 경북 영주의 한 인삼밭으로 달려갔다. 시골에 흔한 농사 장비등이 있는 창고를 지키는 암컷 개는 지나가던 들개와 사랑을 나누고 임신하고, 출산하기를 반복했다. 시골 대부분 어르신분들이 그렇듯 출산하면 몸보신하는 밥도 주고, 갓난 강아지들 따듯하라고 짚도 덮어주시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렇게 자란 강아지들은 돌아다니가 가 차에 치어죽고, 다른 동물들에게 물려가 버려 1달도 안된 강아지들이 죽고, 실종되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있은지 얼마 안 되어 또 출산했다는 것이다. 도착해서 보니 통통한 누렁이, 흰둥이들이 적절히 섞인 귀여운 강아지 5마리가 울타리도 없는 공간에서 자유롭게 거닐고 있었다. 우리는 그 강아지들을 살펴보다가 누렁이 한 마리를 안아 올렸다.


그냥 너무 귀여웠다.


그렇게 누렁이는 우리에게 인삼이가 되었다. 아내에게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흰둥이 더 데려가자 말했지만, 그건 또 우리에게 무리라 안된다 했다. 나머지 강아지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저 한 마리를 위험에서 구했다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인삼이는 똑똑하긴 하지만 소심하고, 예민하고, 고집이 세다. 아빠개의 야생성이 있는 것인지, 자기 맘에 안 들면 물었다. 참을성이 없는 편이었다. 인삼이와 1년 6개월째일 때, 아내는 임신을 했다. 종종 인삼이가 입으로 장난을 쳐서 내 팔과 다리에 상처가 났다. 나는 조심스럽게 인삼이를 다른 곳에 보내자 얘기했다. 반려견 교육도 진행하고 있었지만, 인삼이와 아이가 함께 있기에 집은 너무 좁았고,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아내는 이런 성향의 개를 보내면 사랑받지 못할 것 같아 걱정했고, 만약 가더라도 시골집이나 창고에 가서 밖에 묶여 살게 될 것이다. 그도 아니면 잡아 먹힐 것이라 생각했다.


그 말에 딱히 반박할 수는 없었다.


원룸이 아닌 방이 있는 집을 구하기 시작했고, 다행히 구해서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이사를 그 집이 지금 사는 곳이기도 하다. 아내와 아기가 산후조리 후 이사한 새 집으로 왔다. 거실 한편에 울타리를 설치하고 그 안에 인삼이를 두었다. 다행히 울타리 안에서 인삼이는 안정적으로 보이며, 매일 산책 몇 번씩 나가고 있다.


울타리가 없을 때도 그랬듯, 산책과 밥 먹을 때를 빼고는 하루 대부분을 누워있다.


아이가 울거나 난리를 쳐도 인삼이는 대부분 차분하다. 하지만 아이가 울타리 안에 손을 넣고 인삼이를 살짝 잡아당겼다가 물릴 뻔한 적도 있다. 아이가 근처에서 귀찮게 하면 으르렁거리고 한 번씩 짖기도 한다. 아내와 나는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인삼이를 소개해주고, 스킨십도 시켜준다. 대신 인삼이를 놀라게 하던가 잡아당기지 않도록 반복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인삼이에게는 지속적으로 안심시켜 주고 역시 아이를 소개해주고 있다.


이제 인삼이는 견생 만 46개월째고, 아이는 인생 만 22개월째다.


인삼이와 아이 사이에 울타리를 완벽하게 치울 순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인삼이가 아이보다 무겁기도 하고, 훗날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더라도 인삼이가 순식간에 덮치면 분명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늘 아내와 나의 관리 안에서 함께 있는 정도일 것이다. 지금 집에서 울타리를 치우기보다는 아내와 내가 노력해서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혹은 그저 지금보단 좀 더 넓은 환경을 제공해 주는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이라 생각된다.


당연히 끝까지 인삼이를 책임지고 보살피는 것.

당연히 아이가 잘 크도록 이끌어 주는 것.

당연히 인삼이와 아이가 서로의 공간을 존중해 주는 것.

당연히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당연히 오늘도 이를 위해 아내와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당연하게도 나, 아내, 아이, 인삼 우리는 한 가족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유모차에 태워서도 산책을 같이 가지만, 푸쉬카를 타고도 함께 산책을 나간다. 나만 고생하면 된다.


작가의 이전글 애.개.육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