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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딘 Feb 29. 2024

부모님 집에서 1박 2일

이것도 효도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이의 등하원을 아내가 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다. 따로 차량을 운행하던 어린이집이 아니었고, 집에서 꽤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추가로 차가 필요했다.(차로 15분 거리이지만 대략 버스로 1시간 30분, 택시는 약 18,000원이었다.) 당시 엄마가 발을 다쳐 어디를 못 다니던 터라 차를 2월까지 빌리기로 했다.


엄마차를 쓰면서 장 볼 때 엄마와 같이 장도 보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쌀도 사주셨고, 아이를 위해 과일을 매번 사주셨다. 오히려 도움을 드려야 할 나이에 이런 불효자도 없지만, 받은 사랑 그대로 이든이에게 전해 주고 있다. 또한 내가 집에서 주부생활 하는 것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시기도 한다. 하지만 부모의 마음인지 오히려 더 많이 도와주지 못하심에 미안함을 간혹 표현하셨다.


발이 많이 좋아진 엄마는 교회에 간다고 하셨다. 아직 2월 중순이었기 때문에 차를  가져다 드리고, 다시 가지러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냥 아이를 데리고 하룻밤 지내고, 다음날 다시 가져오기로 아내와 합의했다. 그렇게 나는 금요일에 하원하던 아이를 태우고 엄마에게 갔다.


늘 아이를 밝은 미소로 환대해 주시는 부모님이시다. 그나마 우리 집에서 가까웠던 부모님 집에 자주 왕래해서인지 아이가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사이가 많이 좋아 나름 수월했다.


이제 자야 할 시간이 도래했다. 나는 결혼하기 전에 쓰던 방에서 이든이와 잘 준비를 하였다. 잠들기 전, 이든이는 마지막 에너지를 분출하듯 폭주하기 시작했다. 요리조리 뛰어다녔고, 나는 이든이가 뛰는 것을 말렸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는 그 모습을 즐거워하셨다. 방에 들어와 문을 닫았지만, 잠들기 전까지 이든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다녀왔다. 내가 썼던 침대가 이제는 작아졌기에 나는 이든이에게 모든 것을 양보해야만 했다.


그렇게 아침이 되기까지 이든이는 세 번 정도 깨어서 울어주었고, 작은 침대 위에서 움츠리고 잤던 나는 피로와 함께 목부터 어깨, 등까지 담에 걸렸다. 그래도 울면서 일어난 이든이가 정신 차리고, 나를 꼭 안아줌으로써 모든 피로가 잠깐이나마 사라졌다. 이런 순간들이 바로 가족이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이 아닐까 싶다.


이든이로 인해서 엄마아빠도 피곤하신 모습이었지만, 역시 이든이의 웃음과 포옹으로 피로를 이겨내시는 듯 보였다. 부모님께 더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은 늘 있지만, 이든이와 함께 할 때 웃음이 끊이지 않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부모님에게 매달 얼마씩 용돈을 드리진 못하지만, 좀 더 자주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지금 할 수 있는 효도이지 않을까 싶다. 아이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부모님이 건강하셔서 이든이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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