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영어 11
이 글은 8세와 5세 아동을 키우면서 겪은 유아 영어교육에 관한 지극히 개인적인 관찰이다. 많은 경우 (나의 작은 표본에 따르면 거의 100%) 아이가 태어나면 영어에 대한 관심사는 나의 영어, 엄마의 영어에서 아이의 영어교육으로 이동한다. 나의 영어실력 증진보다 아이에게 어떤 방식으로 영어를 가르쳐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유소아 영어교육은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을 듯하다.
1단계는 일단 적응기이다. 아이 탄생부터 아이가 말을 어느정도 하게 되는 한국나이 4세 가량의 시기이다. 이 시기는 새로운 세상 적응기이다. 처음 엄마 뱃속에서 세상에 태어나 아이도, 엄마도 새로 맞는 세상과 새로운 역할에 적응에 가는 시기이다. 낯선 땅에 태어난 아이는 일단 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엄마는 허둥지둥이다. 기저귀를 갈고, 젖을 먹이고, 안아서 아이를 재우느라 눈 아래엔 다크 서클이 항상 깔려 있다. 교육이란 사치이다. 일단 잘먹이고 재우고, 나도 한숨 자는데 급급하다. 이 와중에 영어 노출을 위해 한두마디 영어로 아이에게 말 거는 사람도 몇몇 있다(나 포함). 간혹 영어동화책 좀 사다가 아이에게 읽어 주기도 한다 (역시 나 포함). 하지만 처음엔 이 새로운 존재와의 적응 및 조화가 우선이다. 우리는 서로가 너무 낯설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결국 우리는 이 새로운 존재를 우리 삶으로 받아들인다. 점점 아이와 함께하는 삶이 익숙해진다. 아이 위주로 세상이 돌아가는데 대한 반감, 헛헛함도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넘길 줄 알게된다. 아이는 자라고, 말도 하면서 어느 덧 우리 삶의 동반자가 된다.
2단계는 고민 시작기이다. 5세 가량부터 학교 입학전의 유아기가 이에 해당한다. 아이가 말을 할 줄 알고, 유치원에 들어갈 무렵이 되면서 시작된다. 아직도 아이 키우는 일은 버겁지만 우리에겐 어린이집이 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기 시작하면서 엄마의 시간도 조금씩 생긴다. 아이가 조금씩 커나가고 할 줄 아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기저귀도 떼고 잠도 길게 자면서 우리는 슬슬 아이의 학습, 그 중에서도 영어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한다. 영어는 어릴 적부터 시작하는게 좋다는 통설을 대부분은 믿고 있다. 영어도 하나의 언어이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시작해야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4세 전후로 영어책을 사다 읽히며 5세가 되면 영어유치원과 일반 유치원 사이에서 고민한다. 영어유치원은 일반 유치원의 3배~5배정도의 금액이 들고, 영어로 대부분의 수업이 이루어진다. 영어 유치원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영어유치원에 보내봤자 초 3정도 되면 비등비등한 실력이 된다는 입장과 영어유치원 보낸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입장, 영어유치원 안보낸 걸 후회한다는 입장 등등 다양한 입장들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영어유치원이란 어린아이들에 맞게 구성된 유아 학원이라 할 수 있겠다. 학원의 효과를 일률적으로 단답형으로 확정 짓기란 어려워보인다. 모든 교육이 그러하듯 영어유치원 효과에도 개인차가 존재한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영어유치원의 효과에 대한 논문이 좀더 많이 발표되었으면 한다. 개인차로 치부해버리기엔 우린 이미 영어교육 광풍아래 살고 있으니까. 최소한의 연구 및 통계는 필요할 듯 하다. 이미 영어유치원에 관한 연구가 있다면 좀더 많이 홍보가 되었으면 한다. 영어유치원에 다니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일반유치원에서는 영어교육을 커리큘럼으로 제공하고 있다. 일반유치원 선호도 역시 유치원 내 영어교육의 내실에 기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유아기에 적게는 ABC 많게는 영어로 읽고 쓰기까지 아이들은 놀이식으로든 학습식으로든 영어 교육의 세계에 입문한다.
3단계는 빼도박도못하고 영어시작기이다. 아이들의 학교 입학 시기 즈음 되는 7세후반부터 분위기는 술렁이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하나둘 영어학원 테스트를 보러다니기 바쁘고 엄마들은 테스트 스케줄 짜느라 정신없다. 영어학원을 보내지 않겠다고 결심했거나 이미 아이 보낼 영어학원을 정해 놓았어도 어떤 학원이 좋은지에 대한 정보는 궁금한지라 귀가 쫑깃하고 여기저기 수군거리는 소리들에 관심이 가게되는 시기이다. 영어유치원이나 일반유치원에서 영어 수업을 받다가 학교 입학과 동시에 1,2학년동안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영어 수업 없이, 가정에서 알아서 영어교육을 진행 해야 하기 때문에 엄마들의 불안감은 증폭된다. 1학년경에 영어로 읽고 쓰기가 능한 경우부터 ABC만 겨우 아는 상태까지 아이들의 수준도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선까지 공부를 시켜야 할지에 관한 가이드라인도 딱히 없다. 거기다 초3경부터 교과과정은 더 어려워지고 해야할 공부는 더 많아지기에 영어는 초등 저학년에 기반을 다져둬야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아직 초 1인 첫째아이를 키우며 본 나의 영어관찰기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앞으로는 어떤 산을 넘어야 할지, 나의 방향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