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에도 마주하는 인간의 삶의 슬픔 그럼에도 불구하기에 오는 감동
열렬한 SF소설 마니아인 짝꿍 덕에 읽게 된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하나의 이야기마다 그 상상력에 놀라고 거기에서 느끼는 감동이 가슴을 울린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생 가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감정의 물성, 관내분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일곱 개의 이야기 모두 발전한 과학 기술 실현이 가능해진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다. 기술이 발전했다는 것이 더 나은 삶을, 더 행복한 삶을 실현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한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유전적 결함을 갖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은 누구나 원할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닌 그마저도 돈 있는 사람에게만 가능한 상황이라면 그 역시도 이 이야기에서와 같이 더 큰 양극화를 초래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 기준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차별을 받지 않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스펙트럼
외계의 존재와의 조우에 대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그들이 우리와 비슷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적응하고 살아온 환경이 다른 만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만남이 될 것이다. 그런 미지의 존재를 만나기 위해서는 대비를 하고 만나게 될 것이다. 만일 준비 없이 그러한 존재들과 마주하게 된다면 소통함에 있어서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음은 물론이고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 형성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편견과 선입견 없이 상대를 마주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공생 가설
성선설과 성악설 중에 나는 성악설을 믿는 사람이다.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다. 우리가 인간성이라고 부르는 영역은 교육을 통해서 형성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 이야기에서와 같이 우리의 인간성은 어쩌면 인간으로부터가 아닌 미지의 존재에 의해서 형성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그 존재들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제목으로 정한 만큼 이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하마터면 눈물이 날 만큼 먹먹한 이야기였다. 인간에게 시간은 유한하다. 사랑하는 이와 보낼 수 있는 시간도 한정되어 있다. 그만큼 나중으로 미룬 무언가가 실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서든,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서든 사랑하는 이와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되는 결과는 사무치게 슬프다.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이라 할지라도 그를 향해 나아가는 그 마음은 허망함과 체념, 안도 등등의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융합된 결과일 것이다.
-감정의 물성
슬픔, 분노, 증오와 같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자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란 어렵다. 나는 종종 우울할 때 슬픈 영상이나 글을 읽는다. 한계치를 초과해 슬퍼하고 나면 해소되기 때문이라고 해야 하려나. 인간의 감정은 참 어렵다.
-관내분실
인간의 기억과 자아를 데이터로 저장하는 것은 그것이 실제 사람의 정신이 옮겨간 것이든 아니든 남겨진 사람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확신한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사람들은 미지의 세계에 도달하기 위해 애쓴다. 그곳에 도달한다는 목적을 이루었을 때 감격도 있겠지만 기대와 다른 결과에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도달하여 결과를 알아야 후회도 없을 테지만 그 모두는 개인의 선택일 것이다.
평점: 3.9/5
한줄평: 기술의 발전에도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인간의 삶에서의 먹먹함,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에서 오는 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