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젊다. 친구들끼리 놀러 왔다고 했다. 환자의 가슴을 누르는데 흉곽이 무너지고 피가 차서 누르는 느낌이 없다. 정말 만나기 싫은 심정지 케이스가 바로 이런 거다. 외상성 심정지. 기도를 확보하고 정맥로에 주사를 찔러 넣어도 소용없다. 산사태를 손으로 막으려는 격이다. 그래서 빨리 현장에 도착하면 간혹 심장이 뛰고 있지만, 구급차를 타고 가는 동안 심장은 다 된 전구마냥 점멸하다 결국엔 멈춘다. ATV(사발이)를 타다가 사고가 났다고 했다. 또다. 그놈의 ATV.
내가 증오해 마지않는 탈것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ATV다. 솔직히 이걸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 ATV가 위험하다고 말하기 조심스럽다. 그냥 바퀴 넷 달린 오토바이 아니냐고? 그래서 두 개짜리보다 훨씬 안전하지 않냐고?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ATV자체에도 위험성이 내재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그걸 타는 사람들이다. 평소에 4륜 원동기를 자가용처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은 극소수고, 그래서 소위 ‘레저 활동’으로 ATV 라이딩을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쉽게 말해 안 하던 짓을 하는 거란 의미다.
짧은 적응 시간을 보내고 나면 사람들은 돈키호테처럼 ATV를 몰고 코스주행을 시작한다. 네 바퀴가 단단하게 바닥에 붙어있다 보니 그게 위험하단 생각을 못한다. 속력을 높인다. 즐겁다. 더 빨리 달린다. 코너를 만난다. 뒤집힌다. 혹은 튕겨져 나간다. 가드레일에 머릴 부딪히거나 자기가 타고 있던 차체에 깔리거나 차체와 장애물(나무, 바위 등) 사이에 끼인다. 지금껏 내가 만난 ATV사망 사고는 그런 모습이었다. 소방관 개인이 한 해 걸러 한 차례 정도는 사망사고를 접했으니, 전국적인 통계를 내면 그 수가 적지 않을 것이다. 어디서 욕하는 소리가 들린다. 안 그래도 손님 없는데 저게 또 헛소리 한다고.
조심하면 될 일이다. 천천히, 안전하게 타면 될 일이다. 그럼 스릴이 없지 않냐고? 세상에 목숨과 맞바꿀 가치가 있는 스릴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저기, 병원 응급실 주차장으로 머리가 희끗한 부부가 들어선다. 묻는다. “우리 애, 괜찮지요?” 그 순간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내 새끼들 얼굴이 떠오른다. 마음이 지옥으로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