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지에 놀러 왔는데 아이가 사라졌다는 신고였다. 신고자는 할아버지였다. 울 아부지처럼 손주들 놀러 오는 주말만 기다렸다가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원하는 대로 다 해주는 그런 할아버지 같았다. 할아버지는 큼지막한 파란색 솜사탕을 들고 있었다. 솜사탕이 만들어지는 걸 기다리는 사이에 아이가 사라졌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아이가 빨간색 킥보드를 타고 돌아다니고 있으리라 말했다. 동네 유원지라 규모도 작기 때문에 금방 찾을 것 같았다. 경찰 포함 열 명의 인원이 삼십 분 동안 아이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관리사무소에서 CCTV를 살폈다. 신고 직후에 킥보드를 타고 유원지 입구를 빠져나가는 아이의 모습이 잡혔다. 입구는 자전거 도로로 이어져 있었다. 경찰은 순찰차를 끌고 주변을 수색하기로 했다. 소방관들은 자전거 도로 양측으로 인원을 나누어 달렸다. 십여 분쯤 달리니 멀찍이 자전거 한 대가 다가왔다. “혹시 킥보드 못 보셨나요?” 내가 물었다. 자전거가 멈췄다.
“뭐라고요?” 자전거에 탄 사람이 귀에서 이어폰을 빼내며 물었다.
“킥보드요.”
“아, 킥보드 탄 남자애 말하는 거예요?”
“네! 네!” 멍청하게 사람 찾는다고 말은 않고 킥보드만 주워섬기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한 십 분 됐어요. 잘 타던데? 쬐끄만 게.”
지체할수록 거리만 벌어지리란 생각에 더 빨리 달렸다. 살 좀 뺄걸. 후회는 항상 늦다. 올해가 가기 전에 앞자리를 바꾸지 않으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 생각하는데 멀리서 뭐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빨간 킥보드였다. 발 하나가 땅을 디딜 때마다 리드미컬하게 속력이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킥보드가 멈췄다. ”야야, 어딜 그렇게 가니? “ 내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아이가 답했다. ”솜사탕 먹으러요. “
”아저씨랑 같이 가자. “
”아저씨도 솜사탕 좋아해요? “
”아니, 어, 좋아해.”
“따라오세요.”
그래서 따라갔다. 바람이 제법 선선했다. 달리기 좋은 날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