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딸의 취업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아버지는 모처럼 술을 마셨고, 식구들과 함께 걸어서 귀가하다 앞으로 고꾸라졌다.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아버지의 심장은 멈추기 직전이었다. 제세동기 패치를 부착하자 심전도가 파르르 떨었다. V-fib(심실세동)이었다. 150줄 전기 충격을 주자 몸이 펄떡 튀어 올랐다. 이어지는 2분 간의 가슴 압박, 다시 전기 충격. 3 번째로 쇼크를 주자 심전도가 크게 한 번 꺾이더니 정상 리듬을 되찾았다. 소생술에 사용한 바늘만 집어서 폐기물 통에 담고 서둘러 환자를 구급차에 태웠다. 죄송합니다 미화원 선생님들.
환자를 병원에 인계하고 주차장에서 장비를 정리하고 있는데 간호사 한 분이 다가왔다. “혹시 임플란트 못 보셨나요.” “아뇨.” 그럴 정신이 있었을 리가. 앞으로 넘어져서 앞니가 부러진 모양이었다. 환자 상태를 물으니 중환자실로 옮겨서 회복 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빨은 여러 개지만 심장은 하나다. 이빨을 잃은 게 다행이었다.
나는 때때로 행복이 불안하다. 지금의 행복이 절정이라 누군가 나타나 이제 그만하면 되었다며 세상에서 나를 지워버리는 상상을 한다. 아니면 내 소중한 누군가를 대신 데려가던가. 둘 다 별로긴 하지만 나를 데려가는 게 그나마 낫겠다는 생각으로 상상을 마무리한다. 그래서 카레 한 접시에 밥을 두 공기씩 비우는 아이들과 올해로 10년째 내 손을 잡고 걷는 당신의 모습을 보면서도 부러 마음을 가라앉힌다. 너무 크게 웃지 않으려 한다. 너는 아직 더 행복해야겠구나, 신이든 불안이든 뭐든 그렇게 말하며 행복을 내버려 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