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못 먹었다. 다섯 시 반에 출동을 나왔는데 어느새 밤 열 시였다.
열이 나는 할머니를 구급차에 태웠다. 10년 전에 풍을 맞은 이력이 있어 받아주는 병원이 없었다. 관할 외 병원 세 곳을 수소문한 끝에 겨우 한 곳을 찾을 수 있었다. 마침내 들것이 응급실 안쪽으로 들어갈 때, 할머니 남편이 발을 절며 벙싯벙싯 웃는 얼굴로 뒤따랐다. 허옇게 바랜 쌔무 자켓을 입고, 어깨춤처럼 넘실거렸다.
병원 근처에 불을 밝히고 있는 분식집이 눈에 들어왔다. 따끈한 국물에 오래오래 몸을 담가 덩치를 불린 오뎅이, 입술 언저리를 핑크빛으로 밝힐 달고 매운 떡볶이가 떠올랐다. 분식집 문을 열었다. 사장님 왈,
”어머 내가 뭐 잘못했나? “
”저희 119인데요. “
”아아. 무슨 일이셔요? “
”밥 먹으러 왔죠. “
”그렇네. 아유, 그렇겠지. “ 당연한 걸 물어 미안하단 듯 머쓱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어쩌죠? 이제 마감했는데. “ ”아, 예. “ 그러려니 돌아서려는 찰나 사장님이 우릴 불러 세웠다. 그러더니 테이블 위에 올려둔 검정 비닐의 매듭을 끌렀다. 안쪽에서 뭔가를 집어서 건넸다. 군고구마였다. 허기가 염치를 이겨서 헤벌쭉 웃는 얼굴로 군고구마를 받아 들었다. 본능적으로 한 입 베어 물기 전에 다행히 인사는 했다. 고구마는 식어서 차가웠다. 아이스크림처럼 달고 차가운 고구마에서 한여름의 맛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