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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정필 Mar 13. 2024

부모는 모든 것을 해주려 하지만, 다 해주지는 않는다.

사진:네이버이미지


“엄마 할 이야기가 있어요.”

아침부터 아들이 나를 부른다. 

“응. 무슨 일 있어?”

아들이 대화를 요청하는 날은 대체로 일이 생겼거나, 돈 쓰는 일이라서 나도 모르게 퉁명스러운 대답이 나온다.

“엄마 태블릿 하나 사주시면 안 돼요?”

역시 돈 쓰는 일이다.

“지금 필요해. 대학 가면 사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큰 단위의 금액이라 당황해하며, 다음에 사주겠다는 의미를 담아 대답했다. 하지만 아들은 주위 친구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쓰고 지우기가 편리한 태블릿의 보편성과 편리성을 어필했다. 그래서 중학교 때 학습용으로 쓰던 태블릿을 사용하라고 했더니, 느리고 사용이 불편하다며 거부했다. 끝나지 않는 언쟁에 나는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카페에 출근해서  아들에게 최신 태블릿이 필요한지 곰곰이 생각했다. 어제 카페 방문한 친구는 아들이 대학생이 된 후 태블릿을 사달라고 했다는데, 이제 고등학교 갓 입학한 아이가 꼭 필요한가. 그리고 노트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경제적인 면에서도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주위 지인들의 이야기와 세대의 흐름을 보고 결정하리라 생각했다.     


 아이들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가면서 사교육비와 의류비 등 가정의 지출이 늘었다. 수입은 한정적인데, 지출이 늘어나면 어느 부분의 희생이 따른다. 보수적인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나는 아이들과 남편 지출을 우선했다. 그렇게 살아온 세월이 딱히 억울하지는 않았는데, 요즘 남편과 아이들의 요구가 늘면서 내 희생이 당연시되고 있다. 

‘엄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남편과 아이들은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것이 궁금하다.  

   

 ‘부모는 모든 것을 해주려 하지만, 다 해주지는 않는다.’

내가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부모 마음은 다 해주고 싶지만, 현실은 다 해줄 수 없고, 또한 다 해줄 수 있어도 절약과 기다림 또한 가르쳐야 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거나, 갖고 싶은 것 위주로 소비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요구하는 것이 많아지고 지출이 늘면서, 나와 잦은 갈등을 일으켰다. 그래서 어느 날, 아이들을 불렀다. 이제 아이들도 집안 경제 일부분을 알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해서, 수입과 지출의 큰 테두리를 이야기했다.
 “우와, 우리가 그만큼 쓰요?”

아들 눈이 휘둥그레진다.

“응. 그래서 엄마가 아끼며, 계획적으로 사는 거야.”

그날 밤, 아이들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모가 무한정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 인스타 등보는 문화에 익숙하다. 그리고 어떤 것을 만들어 가는 과정의 시행착오와 노력보다, 완성된 무엇을 보고 판단하는 눈만 가져 안타깝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완성되어 있는 깨끗하고 편리한 글램핑장 보다, 망치로 지지대를 세우고 천막을 치는 캠핑과정을 먼저 알았으면 한다. 그래서 과정의 불편함을 감수할 줄 알고, 경제적인 면에서도 지출에 대한 고민과 부모의 노고에 감사할 줄 알았으면 한다. 

“아들아. 태블릿은 엄마가 좀 더 고민을 해 볼게. 그런데 이잖아 엄마도 짜장면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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