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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림 Jul 02. 2024

오늘의 우울

글감_우울, 나는 아마 우울에게서 도피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회사에서 생긴 일 때문에 우울감에 휩싸여 친구를 급하게 불러냈다. 이렇게 문제가 생길 때는 꼭 안 좋은 일이 겹친다. 이럴 때 가만히 방에 앉아 있으면 이 우울함이 나를 잡아먹을 것 같아서. 일종의 도피다. 우울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마치 검은 비닐봉지에 나를 넣고 입구를 막은 채 마구 흔드는 기분이다. 입구를 막으니 숨도 막힌다. 윽. 오후에 있었던 일이 다시 생각나 빨리 걸었다.


 친구에게 이야기를 잔뜩 털어놓았다. 공감은커녕 “그러니까 잘하지 그랬냐?”라며 그럴 수도 있다며 웃었다. 머리가 아팠다. 친구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괜히 원망스러웠다. 이후로는 별 의미 없는 대화들만 흘렀고 여전히 우울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친구와 함께 재즈가 나오는 칵테일 바에 다녀온 뒤 어두워진 길을 걸었다. 약간의 취기와 어두운 밤공기는 언제나 긴장할 필요가 있다. 손목에서는 지금이 오후 11시 2분이라 가르쳐주며 내일 출근을 위해 빨리 자라 재촉하며 알림이 오는 중. 모두 깨어있는 아침의 밝음과 소란한 새소리는 멎은 채 고요하다. ‘다른 사람들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을까?‘ ‘내일 뭐라고 말씀드리지.’ 생각이 많아진다. 아! 고요함도 긴장해야겠다. 고요하면 생각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우울에서 영영 도망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노란 선을 지킨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보도블록이나 신호등, 차가 지나가는 곳 등등 우리가 살아가는 곳에는 다양한 노란 선들이 있다. 나에게도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노란 선이 있다.

 느낌상, 이 노란 선은 빗장뼈 조금 위에 있는 것 같다. 간단히 말하자면, ‘울화’, ‘억울함’이 목을 타고 넘어올 것 같으면 노란 선이 나오지 않게 막아주는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상황들이 노란 선에 다가오면 잠시 생각을 멈추고 “그래라. 될 대로 돼버려라.” 하고 크게 심호흡을 해야 한다. 물론 이건 속으로만 생각해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사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놈의 사회는 누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사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한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사회 속 ‘꼰대들’과 협력 사회를 구성하려면 노란 선을 꼭 지켜야 한다. 물론 이건 나에게도 해당한다. 사회에 물 들어갈수록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피할 수 없는 ‘꼰대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서 꼰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동화되는 것이다. 물론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관대하므로 나 하나쯤은 꼰대가 되어도 용서해주자. 나마저 내 편을 들어주지 않으면 더 속상하다.


 나에게는 일과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 있다. 바로 ‘하늘 보기’ 아무리 힘들어도, 사는 게 팍팍해도 하늘을 한 번 쳐다볼 시간은 필수다. ‘오늘 하늘은 이렇네.’는 하고 살아야 한다. 1초라도 괜찮다. 하늘을 보면 왜인지 위안이 된다. 나는 늘 하늘을 동경한다.

 비행기를 탈 때면 꼭 창가 쪽에 앉는다. 매일 동경하는 하늘을 코앞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경의 대상이어서 그런가? 그 어떤 색의 구름도 난기류도 두렵지 않다. 오히려 나도 떠다니는 구름이 된 것 같아 소속감까지 느껴진다. 남들이 들으면 괴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몇 일 내내 장마와 태풍이 와서 비가 내렸는데 오늘은 하늘이 맑다. 가끔 하늘을 넋 놓고 쳐다볼 때면 너무 웅장하고 높아서 내 걱정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위로해주는 것 같다. ‘웅장한 위로.’ 멋지지 않은가? 하늘이 아니면 누구도 나에게 이런 어마어마한 위로를 건낼 수 없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지금 하늘을 한 번 올려다봤으면 좋겠다. “오늘 당신이 사는 곳의 하늘은 어떤가요?”

 2021년 8월 26일 목요일. 오늘 하늘은 구름이 오래간만에 높이 솟아오른 채로 흐르고 있어 정말 멋지다. 그렇게 나의 우울도 조금은 흐르는 구름에 날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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