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_평론
“소정아 연락이 안 된다.” 우리 모두 무얼 보고 싶어 하는 욕구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사랑도.
영화는 두 가지로 구분된다. ‘상업 영화’와 ‘독립 영화’. 상업 영화는 이윤 추구를 최우선 목표로 하는 영화관에 걸려있는 커다란 포스터 속 영화이고, 독립 영화는 창작자의 의도가 중시되는 영화다. 즉 기존 영화와 주제, 형식, 제작 방법 따위에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또한 배급망에 크게 의존하지 않으며, 대체로 단편 영화로 만들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네이버 어학사전, 독립영화 정의)
앞서 말한 이윤 추구를 위해 상업 영화는 특성상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분명한 반면, 독립 영화는 창작자의 의도가 곳곳에 숨겨져 있어 여러 번 돌려보는 것이 매력이며 이 과정에서 선호하는 창작자가 생겨난다. 필자는 이옥섭 감독과 구교환 배우 겸 감독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대만 영화제 참석을 위해 방문한 이곳에서 두 감독은 “이런 내용 어때?” 라며 짧은 시나리오를 쓴 뒤 ‘로미오:눈을 감은 죄’라는 1분 내외의 단편 영화를 제작한다. 두 감독에게 대중들이 가장 많이 붙이는 타이틀에는 ‘특이하다’ ‘독보적이다’가 있는데 이점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영화는 홍콩을 배경으로 마치 현지인인양 상의를 벗고 마른 몸 위에 수건을 두르며 땀을 닦아낸 뒤 카트를 옮기는 교환으로 시작된다. 헤어진 연인 소정의 집에 찾아가 전화를 걸며 소정에게 나오라며 추궁하며 “네가 자판기랑 싸워서 이기면 예전처럼 돌아간다고 했잖아, 문 좀 열어줘.” 라고 말하고 소정은 창문을 닫으며 춥다고 이야기한다. 교환은 그런 소정에게 “소정아 지금 7월이야.”한다. 교환은 이후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소정을 보고 싶은 마음에 자동차 위 스티커의 ‘눈’을 만지작 거린다. 다음 장면에서는 교환이 한쪽 눈알을 손에 쥐고 소정의 집으로 던졌다 받아내며 집안을 보기 위해 애를 쓴다. 뭐 그다음에는 말할 것도 없이 눈은 떨어뜨렸고, 터지며 영화가 끝난다.
독립 영화의 최대 장점은 창작자의 의도를 해석하는 재미도 있지만, 관람객 나름의 해석을 곁들이는 것도 재미다. 처음 영화를 마주하고는 ‘기괴하다’라고 느꼈던 감정은 묘하게 필자와 관객을 매료시켰고, 여러 차례 다시 보게 만들었다.
365일 덥고 습한 홍콩에서 가뜩이나 지친 일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와중 소정의 이별은 습도를 100%까지 끌어올렸다. 전화기 너머 애가 타는 교환에게 소정은 먼저 이별을 고했던 그에게 복수라도 하는 듯 말도 안되는 말을 했고, 교환은 진심으로 자판기와 싸워 이겨서 온몸에 피칠갑을 하고 캔을 박은채로 나타난다. 지긋지긋한 소정은 춥다며 창문을 닫고, 교환은 7월인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한숨과 함께 다른 남자와 있냐는 추궁을 넘어 눈을 뽑아 그녀를 보려 한다. 그는 눈을 가졌고, 눈에 자신의 과도한 집착을 투영해 죄(스스로 눈을 잃고 그녀의 마음도 잃는)를 저지른다. 소정은 완전히 질렸다. 그리고 로미오에서 시작된 소정 유니버스는 그들의 영화에서 소스로 종종 등장하며 관객들은 교환만큼이나 소정의 근황을 궁금해하며 기다리다 못해 그들 자체가 소정이가 되어버렸다.
소정 유니버스가 궁금하다면 두 감독이 운영하는 2X9 HD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해 보면 된다. 차례로 ‘로미오:눈을 가진 죄’-‘숏츠 7월의 안부’-‘구교환 대리운전 브이로그’-‘캥거루와 함께한 구교환 브이로그 어쩌면 캉골’ 순으로 이어져있다.
사운드도 한 몫한다. 그들의 영화 속 등장하는 사운드는 10할이 이옥섭 감독이 결정하는데. 영화 분위기에 맞는 인트로와 효과음은 모두 무료 음악 사이트에서 가져왔다는 것이 핵심이자 웃음 포인트다. 남다른 센스는 배워서 나올 수 없으며 타고나는 것임을 증명한다.
이 영화는 짧은 시간 내 촬영한 단편 영화인데도 강렬하게 남아 독창적인 연출과 분명한 주제 의식으로 많은 비평가로부터 호평을 받았으며,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서 상을 거머쥐었다.
* 이 평론은 2X9 HD 유튜브 채널에 등록된 ‘로미오:눈을 가진 죄’를 보고 작성하였습니다.
올림 기자 scaleslibra@dogea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