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_Sns
인터넷의 바닷속을 향유하다 보면 1시간은 뚝딱. 은 무슨 3시간은 거뜬히 흘러가 있다. 침대에 누워서 손가락만 쓱쓱 움직이고 있을 뿐인데 시간이 이렇게나 빨리 사라진 것에 회의를 느끼면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아이패드로 시선이 이동하거나 TV 앞에 앉아 OTT 서비스를 둘러본다. 좀 전에 했던 회의감은 금붕어의 기억력처럼 스트레칭으로 풀린 뻐근함과 함께 날아가 버린 것인지. 그렇게 새로 나온 드라마를 보다가 또 1시간. 아차. 나 또 이러네. 요즘 갓생이다 뭐다 해서 ‘갓생 브이로그’, ‘월 천만 원 이렇게 벌었다’, ‘새벽 기상해서 나는 ~ 성장했다’가 유행하는 것과는 굉장히 상반된 삶이다. 언제부터 이런 일상이 반복되었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그래서 과감하게 지웠다. 다는 아니고 하나만. 왜냐하면, 나는 나를 잘 알기에 SNS를 모조리 지우면 심심해서 다시 모두 설치할 것을 알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인스타그램을 지웠다. 남의 삶이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내 삶이 변하는 것도 아닌데. 라는 것에서 회의감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인스타그램. 지울 이유가 충분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인스타그램을 지우고 나서 변화가 생긴 것이 있다면 첫째. 남의 인생이 더는 궁금하지 않다. 평소 타인이 지나가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내가 어느 꼴을 하고 있든 사람들은 내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SNS에서는 가장 최고의 순간을 내비치거나 내가 이렇게 성공했어요. 내가 이런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라는 이야기들이 지나가는 손가락과 눈동자를 사로잡는다. 궁금해하지 않던 타인이 궁금해지고, 얼굴조차 본 적 없는 사람의 인생에 대해 알게 되며 내적 친밀감만 쌓여가 길 가다 인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스타그램 삭제는 첫 일 주일만 지독하게 괴로웠고 차츰 주변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바람 온도가 달라짐을 알아채고 계절이 변함을 느낄 수 있었고, 보이지 않던 먼지를 닦아낼 수 있었고, 쌓여만 가던 책장에 책을 비우게 될 수 있었다. 물음표가 향하는 대상이 남이 아닌 내가 되었다. 둘째. 다른 SNS 사용량도 줄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하는 것은 릴스이다. 이는 유튜브 속에서 숏츠로 불리며 똑같은 양상을 가지고 있다. 요즘 인플루언서들은 인스타그램은 기본으로 유튜브, 스레드, 엑스, 틱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똑같은 게시물로 다양하게 자신을 알린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 속도 인스타그램과 같이 느껴져 소위 말하는 ‘현실타격감’이 거세게 밀려 들어왔다. 때마침 브런치 도전을 계기로 SNS의 빈자리를 해소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타인의 창작물을 보는 것이 아닌 나의 창작물을 통해 나를 더 되돌아보고 기록하게 되니 더더욱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브런치 말고도 블로그, 일기도 도움을 준다) 셋째. 피로도가 줄어들었다. 매일 아침 생각했다. 분명 일찍부터 잠자리에 들었는데 왜 이렇게 피곤할까? 이마저 SNS 탓이었다. 자기 전, 좋지 않지만,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를 탑재하고 누워 허튼 시간을 소요하고 보내다가, 단절 이후 10시에 ASMR을 자동 재생할 수 있게 알림을 맞춰두었다. 9시 30분부터 이부자리에 누워 알람을 설정한 뒤 10시를 기다리게 되었다. 고작 1~2시간 휴대전화 좀 안 본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싶었지만 달라졌다. 종합비타민으로 연명하던 지난날과 달리 3일 만에 몸 상태가 원상태로 되돌아오고 의욕도 넘쳐나 업무 집중도도 좋아졌다.
물론, 지금은 인스타그램을 다시 설치했다. 삭제 후 3개월 뒤다. 하지만 문명이란 좋은 것이며 이를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현명한 사람이기에, 사용 시간이 30분 이상 되면 앱 종료가 되게끔 설정해 두었다. 통제력이 길러진 것이다. 짧은 디지털 디톡스의 시간 동안 나를 더 되돌아보게 되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달라진 점들을 깨닫고, 타인의 삶에 관심을 끄게 되었다. 가끔 삶이 너무 불평불만에 나는 왜 이럴까 생각이 들거나 피곤하다면 SNS 디톡스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