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재방문.
병원에 가는 텀이 짧아진다. 일주일 전에 받아온 식욕 촉진제가 별로 효과 없는 것 같은 데다 뒷다리 움직임이 눈에 띄게 불편해져서 갈 수밖에 없었다. 일단 혈액검사와 초음파를 찍기로 했다. 결과를 기다리는데 어찌나 초조하던지, 남편과 같이 가지 않았으면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았다.
아, 이번에 병원에 갔을 때 소소한 이벤트(?)가 발생했었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다가 검사가 길어져서 복도를 서성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리를 수술해 주셨던 선생님이 지나가시다 우리를 부르셨다. (tmi 이 병원은 내과/외과 등등 선생님이 많으신데 평소에 마리 진료해 주시는 선생님과 수술한 선생님은 다르다.) 마리가 수술을 1월 말에 했었는데, 다음 진료일이 입춘즈음이라 감사 인사 겸 입춘방을 그려서 전달해 달라고 부탁을 드린 적이 있었다. 그 뒤로 수술선생님을 만난 적이 없었는데 정말 감사했다며 꼭 직접 인사를 하고 싶었었다며 말을 걸어 주신 것이었다. 새삼 마리가 이렇게 좋은 병원, 실력 있는 다정한 선생님들을 만난 것도 참 복이다 싶었다.
어쨌든 이벤트가 끝나고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검사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염증 수치도 너무 높고, 혈전 위험과 순환 문제로 왼쪽 뒷다리 부종도 심했다. 그러고 보니 뒷다리만 퉁퉁 부어있었다. 병원 오기 전, 스치듯 마리 다리가 좀 부어 보인다 싶었는데 좀 더 자세히 볼걸.. 그랬으면 좀 더 빨리 병원에 왔을 텐데 싶어서 자책감이 몰려왔다. 게다가 혈전은 굉장히 위험하고 고통스러워서, 혈전이 생긴다면 충분히 인사를 하고 보내주셔야 할 것 같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왜... 왜 이렇게 빠르게 나빠졌지? 왜 벌써 이런 위험한 상황에 처한 걸까? 왜... 내가 좀 더 잘 돌봤더라면... 온갖 생각이 휘몰아치는데 선생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까지는 컨디션도 좋고 식욕도 좋았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 식욕 촉진제, 신경진통제에다 항혈전제, 순환개선제, 위장약을 처방받고 마약성 진통제 패치까지 붙이고서야 진료가 끝났다.
본격적인 환묘 케어가 시작되는구나.
힘내자.
더 많이 시간 보내고, 더 많이 사랑해 줄게.
약도 밥도 잘 먹어야 해, 알았지?
싫겠지만 이해해 줘. 니가 아프지 않길 바래서야.
대신 너무 많이 힘들면 꼭 얘기해 줘.
혼자 고통을 참지 마. 알겠지?
사랑해, 내 고양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