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풍덩.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물을 마시려다 균형이 무너져 물그릇을 엎고 마리도 그 위로 엎어졌던 것 같다. 그리고 본묘는 그 자리를 홀홀 떠나서 복도에 누워있었다.
내가 마리를 발견한 것은 바로 그때. 복도 끝에 누워있던 녀석을 살짝 안아 올렸는데 ’ 어라? 이게 뭐지?‘ 축축했다. 처음 든 생각은 ‘화장실까지 갈 기운이 없어서 실수했나? 놀라지 않게, 무안하지 않게 최대한 차분하게 치워야겠다.’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냄새가 나지 않았다. 음... 이게 뭐지? 일단 애를 들어서 거실로 옮기는데 보니 바닥 여기저기에 물이 떨어져 있었다. 헨젤과 그레텔도 아니고 물 얼룩을 따라가 보니... 두둥! 엎어진 물그릇과 물 웅덩이가 있었다! 세상에... 말을
하지.. 평소에 불편한 게 있으면 잘도 냐옹냐옹하면서 이건 본묘가 잘못했다고 생각했는지 은폐엄폐한다고 조용히 있었나 보다. 에구구... 많이 축축 했을 텐데...
흠뻑 젖은 털을 수건으로 말리며 혹시 내가 너무 혼냈던 적이 없는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다 내 잘못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큰소리로 냥냥 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