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쥴리 Jun 02. 2023

고양이 자존심.


들어는 봤나? 고양이 자존심? 드럽게 세다.


그래서 매일매일 마리와 싸우고 있다. 밥 먹이는 것, 물 먹이는 것, 볼일, 그리고 대리 그루밍에 약 먹이는 것까지 아주 매 순간이 싸움이다. 도와줘도 도움을 안 받으려고 하는 덕분에 아주 환장 대잔치.


밥도 떠먹여 줄 때 먹으면 좋겠구만 앉지도 못하면서 혼자 먹겠다고 난리, 물도 입에 대줄 때 마시면 좋겠구만 올라가지도 못할 개수대만 물끄러미 보고 있고, 화장실도 잡아줄 때 누면 좋겠구만 잡아주면 엎어져버리고 기어코 혼자 가서 뒷다리, 배, 꼬리에 전부 오줌 모래범벅을 만든다. 입과 잇몸에 묻은 녹은 벤토나이트는 덤. 게다가 조준도 잘 못해서 온 현관이 오줌 바다가 된다. 운 좋게 바로 발견하면 덜 힘들지만, 조금만 늦게 발견하면 굳은 모래에 내 표정까지 굳어버린다. 털에 굳은 모래는 먼저 빗어주고 닦아야 하는데 싫다고 발버둥.

싸우다 지친 고양이와 집사.
물 안 먹고 버티는 고양이와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는 집사.
화장실 가는 길은 때론 너무 멀어, 나는 더욱더 지치곤 해.
올라가는데 기운을 다 써서 볼일 볼 힘이 없는 고양이.
밥 먹기 싫다고 밀어낼 때는 힘이 넘치는 고양이.


이 귀여운 놈을 줘팰수도 없고 ^.^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도 병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