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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쥴리 Jan 16. 2024

보고 싶은 아빠에게,

아빠 없는 122일째 날

안녕, 아빠. 뭐 해?


나는 오늘, 아니 요즘 아빠한테 전화하고 싶은데 전화를 할 수 없어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 새삼스럽게 아빠가 내 베프였다는 걸 실감하고 있지 뭐야? 다른 사람이랑 전화를 하면 좀 나아질까 해서 엄마들한테 매일 전화를 해봤는데, 영 아니야. 친구한테 해볼까 해서 연락처를 쭉 보는데 전화하고 싶은 사람이 한 명도 없더라. 아빠가 아니면 안 되겠더라. 그래서 아빠한테 말하는 것처럼 글을 써보기로 했어.


아빠는 요즘 모해? 거기도 멋진 곳들이 있어? 맛집도 있나? 아빠라면 백퍼 투어를 다니고 있겠지. 언젠가 내가 가면 같이 데리고 가줄 곳을 잔뜩 발굴하고 있을 거야. 그지? ㅋㅋㅋ 여기서도 아빠 맛집은 실패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 진짜 누구를 데려가도 다 맛있다고 했었지. 생각해 보면 나 은근히 엄청 우쭐했었다? 아빠가 맛있다고 한 집은 누구라도 다 맛있어하는 게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럽고 그랬어. 그리고 이제는 내가 아빠처럼 맛집을 발굴하고, 친구들이 내가 맛있다고 한 집은 맛집이라며 인정해주고 있어. 역시 그 아버지에 그 딸이야. 그지?


며칠 전에 꿈에 나와서 같이 청도 다닌 것도 너무 재밌었어. 날씨는 안 좋았지만... 사실 정확히는 기억이 잘 안나. 청도역 앞에 지나간 거랑 웬 골목길에서 운전대 바꾼 것만 기억나! 근데 비 온다고 아빠가 운전해 준다고 나오라고 한 거 너무 신기하고 멋졌어. 아빠 원래 면허 없었잖아? ㅋㅋㅋ 거기서 딴 거야? ㅋㅋㅋ 꿈에서 깨고 나서 그런 생각을 했어. 사실은 여기서도 나 대신 운전 해주고 싶으셨었나?


어쨌든 아빠가 막 돌아가셨을 때보다 요즘이 더 힘든 것 같아. 아빠가 너무 많이 보고 싶어. 더 많이 같이 놀러 다닐걸. 같이 가고 싶은 데도 너무 많았는데... 천상의 정원인가 뭐신가도 진작 가볼걸. 아빠가 거기 얼마나 멋진지 같이 얘기하고 싶어 했는데. 대관령도 맨날 한 번 같이 가자고 하면서 한 번을 같이 못 갔네. 같이 갔으면 재밌었을 텐데. 아, 나 그리고 얼마 전에 알았는데 아빠 제기동에서도 사셨다면서? 왜 그런 얘기는 안 해줬어? 아빠 옛날 얘기 더 캐물어볼걸. 이제는 물어볼 수도 없는데.


날 좋아지면 천상의 정원도, 아빠 폭포도 다 놀러 가야지! 아빠도 심심하면 따라와! 혹시 오면 은근한 기운으로 맛집도 알려줘!


나는 묘하게 기분이 조금 나아졌어. 그럼 다음에 또 전화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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