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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즈와케이크 Dec 02. 2021

Escape From Tarkov

재미로 읽는 게임이야기 1

 저는 게임을 정말 좋아합니다, 어린시절 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뚜렷한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많은 시간을 들여온 것이 있다면 글쓰기 다음이 게임일 정도로 게임에 대한 제 애정은 남 달랐습니다.

 어린 시절, 뭘 봐도 새롭고 신기할 그 시절에 게임이 모니터 너머로 보여주는 방대한 세계들은 제겐 경험 이상의 '경이로움' 그 자체 였습니다. 게임은 어떨때는 제게 검을 쥐어주고 판타지 세상을 구하는 용사가 되어라 말하기도 하고 어떨때는 총을 쥐어주고 현대전에 던져넣기도 하며, 어떨때는 소설보다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제 마음을 감동시켜주기도 했습니다.

 경험이라는게 으레 그렇듯, 시간이 흐르고 반복을 겪다보면 어느새 처음의 감동도 희미해져서 쳐다보기도 싫을 정도로 지겨워지고 다른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에 몰두하게 되어 조금씩 잊혀지게 되기 마련이지만, 게임이 주는 경험들은 늘 변화하고 그 볼거리와 놀거리가 날마다 발전하고 있어서 질릴만하면 제게 다른 경험을 속삭여주어 다시금 자기에게로 돌아오게 했습니다. 

 그렇게 떠나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게임과 저의 관계속에서 제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준 게임 하나를 여러분께 소개해주려고 합니다.   


Escape From Tarkov

 게임 'Escape From Trkov' 이하 타르코프는, 러시아의 게임사 'Battle State Games' 통칭 BSG에서 개발한 게임으로, 매우 리얼하고 하드코어한 FPS를 지향하는 게임입니다. 그러니까 쉽게 풀어서 얘기하자면 엄청하게 어려운 총게임이라는 겁니다. 화면에 조준점 갖다대고 총쏘는게 어려워봤자 얼마나 어렵겠느냐, 어려우면 플레이어들이 실력이 좋은거지 게임 자체가 어려울건 없지 않은가, 싶으신분들이 있겠지만 이 게임에는 게임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독특한 특징을 몇가지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의 분위기

  이 게임에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큰 핵심은 바로 '생존'인데요, 일단 게임에 입장하면 맵 필드위의 무작위 장소에 스폰되어, 그때부터 제한된 시간내에 정해진 탈출구로 가서 탈출을 하기만 하면 성공입니다. 즉 이 게임은 총 게임임에도, 게임에 들어가 총알을 단 한발도 쏘지 않아도 이길 수 있는 독특한 게임입니다. 상대를 쓰러트리는게 승리가 아니기 때문에, 싸우지 않고도 탈출구에 갈 수만 있다면 적과 굳이 마주치지 않는게 좋은 수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게임에서 총은, 탈출중에 불가피한 전투를 수행하기 위한 생존의 수단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두번째 특징은, 필드위에 흩어진 여러 아이템들을 모으는 '파밍(Farming)'의 요소입니다. 가장 처음 에 게임을 켜면 창고에는 시작 아이템 몇개와 게임 재화를 줍니다. 플레이어는 이 초기 자원을 이용하여, 생존과 전투에 필요한 총기, 방탄복, 치료 아이템과 같은 여러 준비물들을 게임 시작전에 완벽히 준비하고나서 게임에 입장해야만 합니다, 총을 가져왔는데 탄창이 없거나, 부상을 입었는데 치료 아이템이 없거나, 값비싼 아이템들을 발견했는데 가방이 없어서 못 들고가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선 이러한 준비과정이 철저해야 합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한 플레이어의 창고, 한정된 자본내에 최대의 수익을 내서, 통장 잔고를 불려나가야 한다. 

 이렇게 게임에 입장한 플레이어들은 적들의 눈길을 피해, 필드 위에 흩어진 여러 아이템들을 수집할 수 있습니다, 각자 필요한 용도와 값어치가 다른 이 아이템들을, 가방에 넣고 탈출하는데까지 성공했다면 모은 아이템들로 은신처를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고 게임 내 상인이나, 유저간의 거래를 통해 수집한 아이템과 총기들을 팔아 돈을 모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통장잔고가 넉넉해지면 본인의 무장 상태를 업그레이드 하여, 교전에서 좀 더 유리하게 싸울 수도 있겠죠.

게임 내 존재하는 여러 아이템들을 꾹꾹 눌러담어온 유저, 이런 플레이를 소위 '폐지줍기'라고 부른다.

 하지만 만약에 플레이어가 죽게 된다면 게임 시작전에 가져온 아이템들과 게임 도중에 주운 모든 아이템들을 바닥에 떨어뜨리게 되고, 여러분을 쓰러트린 적이나, 시체를 뒤지는 까마귀 같은 플레이어들이 우리의 소중한 아이템들을 가져가게 됩니다, 이러한 '약탈'의 요소는 이 게임의 긴장을 바짝 끌어올리는 요인이 됩니다. 게임에 입장하기 위해선, 반드시 여러 준비물들이 필요한데, 이 준비물들 사기 위해선 금액이 투자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게임 하나하나에 판돈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이번 무장에 투자한 금액이 많을수록, 내가 이번 게임중에 주운 값비싼 아이템들이 많을수록, 게임의 긴장감도 배로 뛰면서 죽었을 때의 상실감도 다른 게임에 비해 비약적으로 높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역으로 자신의 조준 실력과 교전센스가 뛰어나 다른 이들을 압도할 정도라면, 전투 위주의 플레이를 하면서 상대의 아이템들을 약탈하고, 고수익를 올릴수도 있는 것입니다.

국내 타르코프 유명 스트리머 '씨랙'이 자신이 잡은 적의 아이템을 가져가는 장면, 그는 뛰어난 교전실력으로 오로지 전투로만 수익을 올리는 플레이를 한다.

 이렇게 타르코프에는 파밍과 생존, 전투와 약탈이 적절히 어우러져서, 다른 게임과는 차별화되는 하드코어함과 긴장감 있는 게임 분위기가 형성 됩니다.

게임 내적인 특징

 자 여러분이 아시는 총게임을 하나씩 떠올려 봅시다, 여전히 인기 많은 배틀그라운드? 한때 엄청난 열풍이었던 오버워치? 과거 한국의 대표 총게임이었던 서든어택? 어러분이 떠올린 게임이 무엇이 되었든 그 게임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을 것 입니다, 아마 대체로 게임 내에서 조준점을 제공해주고 화면 하단에 장탄수를 보여주며, 뛰고, 걷고, 점프하는 행동들에 큰 제약이 없다는 것이죠. 여기서 타르코프는 다른 게임과 차별화 되는 특징들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조준점이 없다는 것입니다. 조준점에 적을 두고 쏘는 것도 쉬운일은 아니지만 조준점이 아예 없다는 건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죠, 그럼 조준점이 없으면 어떻게 사격을 하느냐? 군대에서 영점사격을 했던 분들은 아시듯, 가늠쇠를 눈에 대고 그 가늠쇠 안에 적이 들어오도록 해야하죠, 이 게임에선 우클릭을 통해 정밀 조준을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야지만이 적에게 제대로 된 사격을 할 수 있습니다.

화살표 쳐진 동그란 부분에 적을 놓고 쏘야아 한다, 가늠쇠가 너무 작다구요? 정상입니다.

 '뭐 꼭 조준을 해야만 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맞기만 하면 되는데, 그냥 대충 화면 중앙에 두고 막 쏘면 될 것 아닌가?' 

 땡! 틀렸습니다. 이 게임은 어느 부위든 맞추기만 하면 데미지가 들어가는 다른 게임과는 다르게 신체 부위부위마다 체력이 있어서 머리 흉부를 제외한 팔, 다리, 배와 같은 사지들은 체력이 0이 되어도 죽지 않습니다. 즉 같은 숫자의 총알을 쓰고도 누구는 죽고 누구는 안죽는 상황이 발생하는거죠.  

타르코프의 부위별 체력 시스템, 흉부와 머리를 제외한 다른 부위는 체력이 0이 되어도 죽지 않는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여러분들의 조준 실력은 다른 게임에서 보다 훨씬 더 정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적과 마주했을 때 내가 먼저 총을 쏴도 상대는 팔과 다리 같은 부분만 맞고, 상대 총알은 흉부와 머리에 적중해서, 먼저 보고, 먼저 쏘고도 지는 일이 비일비재 한거죠. 

 리얼리티

 이런 Fps 장르의 게임을 할때면 우스갯 소리로 하는 소리가 있습니다. 내가 하는 게임 캐릭터들은 달리기는 이봉주급이고, 수영솜씨는 박태환급이며, 튼튼함은 터미네이터의 T-800급이라는 거죠. 즉, 아무리 먼 길을 쉬지 않고 달려도 숨 한번 헐떡이지 않고, 망망대해 속에서 하루종일 헤엄쳐도 수영 자세에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으며, 총알 한 두대 정도는 뭐 맞을만 하다는 듯, 붕대 한번 슥슥 감아주면 깔끔하게 나아있다는 거죠.

 이걸 현실성의 결핍이라고 말 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게임이 제공하는 편리함이기도 합니다, fps 장르의 근본인 '쏘는 맛'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요소들을 최소화 시킨 것이죠, 하지만 타르코프는 이러한 편리함이 주는 요소들을 모두 부정하고, 다른 게임에서 소외되는 묘사들을 극대화 시켜 게임의 현실성을 높이는 쪽을 택했습니다.

스태미너   

  아무리 훈련받은 특수부대원이라 한들, 먼 거리를 달리면 지친 기색 정도는 내보여야 하는 법이죠, 그래서 이 게임엔 스태미너 수치가 존재하는데, 이 스태미너 수치가 다 떨어지면 달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아주 격하게 헥헥대는 소리를 내어 주변에 포진해있는 적들에게 플레이어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게 해줍니다. 사운드 플레이가 아주 중요한 게임에서 이렇게 기깔나는 숨소리를 내는 건 자신을 걸어다닌 표적으로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적들이 헥헥대는 우리를 발견하면 남은 건 하나, 아무리 조준 시스템이 불편하다 한들, 달리지 못하는 적을 쏘는 건 그리 어렵지 않겠죠.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항상 스태미너 수치가 바닥이 되지 않도록 잘 조절하며 달리기를 해야합니다.

골절

 이 게임에서 총을 맞는다는 건, 단순히 체력이 떨어지는 것 이상의 부정적인 효과들을 유발합니다. 만약 총알을 맞고 팔에 골절이 오게 된다면, 팔을 벌벌 떨어서, 안그래도 불편한 이 게임의 조준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들것이고, 다리에 골절이 오게 된다면, 다리를 절뚝대기 시작해서 평소 걷는 속도의 절반으로 기어다니게 됩니다. 상대의 눈먼 총알이 우연히 내 팔과 다리에 맞아서 골절이 유발되었다? 그 교전에서 이겼다 한들, 다음 적을 만나 떨리는 손으로 조준을 해야 하거나, 절뚝대는 다리 때문에 탈출구로 돌아가는 길을 한층 더 위험하게 만들게 될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은 게임에 들어가기 전 필시, 부목을 추가로 챙겨가야만 이 사태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출혈

 탕! 총을 맞았지만, 다행히 골절은 유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출혈이 유발되었군요? 출혈이 발생된 여러분은 모든 신체부위에 서서히 체력이 깎이는 걸 눈으로 보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다행히 준비성이 철저한 여러분은 출혈을 막을 수 있는 붕대를 갖고 왔습니다. 안전한 곳에 가서, 천천히 붕대를 뜯으려는 차에 붕대가 사용되지 않으실 겁니다, 버그인가? 싶은 플레이어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사실, 이 게임에는 두가지의 출혈이 있습니다, 바로 일반출혈과 과다출혈이죠, 과다출혈은 일반 출혈보다 더 빠르게 체력이 떨어는데다 가는길마다 바닥에 피를 뚝뚝흘리는 바람에 적들에게 핏자국으로 플레이어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게 해줍니다. 중요한 것은, 일반출혈을 치료하는 아이템과 과다 출혈을 치료하는 아이템는 완전히 별개라는 것이죠, 일반 출혈을 치료해도, 과다출혈은 치료할 수 없으며, 과다출혈을 치료해도 일반 출혈은 치료할 수 없기에, 여러분은 반드시 두 출혈 모두를 대비한 아이템을 각자 챙기고 가야합니다. 전리품을 넣을 공간이 적어져도 말이죠.

에너지와 수분

  이 게임은 스태미나, 체력과 같은 전투에 연관된 수치들 말고도, 에너지(허기)와 수분 같은, 부수적인 수치도 존재합니다. 이런 게임에서까지 인간의 욕구와 같은 요소들을 신경쓸줄은 몰랐겠지만, 혹여라도 너무 오래 돌아다녀 수분과 에너지가 다 떨어질 상황을 만들진 마세요, 수분이 다 떨어지면, '탈수' 증상이 오게되는데, 탈수가 찾아오면 마치 출혈에 걸린 것처럼 계속 피가 줄어들게 되고 시야마저 흐려져 정상적인 게임 진행이 힘들게 되니까요, 하지만 탈수는 차라리 다행입니다, 에너지는 다 떨어지면 시야가 암전되면서 바로 즉사 하게 되니까요! 갈증은 참아도, 허기는 못 참겠다는 개발진들의 생각이 반영된 것일까요?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위의 전투 상황을 대비한 치료 아이템들은 물론, 물과 음식같은 부수적인 아이템도 구비하여, 장기전에 대비하여야 합니다.

블랙아웃

 위에서 서술했듯, 흉부와 머리를 제외한 신체 부위는 체력이 0이 되도 죽지 않는다고 말씀드렸지만 대신, 그 부위들은 체력이 0이 되면 블랙아웃(파괴)에 빠지게 됩니다. 블랙 아웃이 되면, 팔과 다리는 위처럼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없으며, 복부가 블랙아웃이 되면, 에너지와 수분이 급속도로 떨어지게 되어, 금방 탈수와 탈진 상태를 불러오게 됩니다. 심지어 치료 아이템 조차 사용할 수가 없게 되고, 블랙 아웃이 된 부위에 또 총알을 맞으면 전 신체 부위에 데미지를 주게 됩니다. 

장탄수

  이 게임에선 장탄수를 UI(유저 인터페이스)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Alt+T 버튼을 눌러 탄창을 뽑아 직접 눈으로 장탄수를 확인해야하는 몹시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직접 탄창을 뽑아 장탄수를 확인하는 모습

 이렇게 탄창을 뽑았다 한들, 장탄수를 직관적인 숫자로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그저 full, Nearly full, almost harf, less than harf, almost empty, 와 같은 글자로, 대략적인 수치 만을 넌지시 알려줄 뿐입니다. 하지만 이거라도 제대로 해놓지 않으면, 교전중에 갑자기 총알이 뚝 끊기는 대 참사가 발생하곤 합니다.


게임 외적인 요소

 자, 한번 생각해 봅시다. 탈출 시간은 제한 되어있고, 탈출구도 정해져 있습니다, 상대를 죽이면 상대의 모든 아이템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때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은 뭘까요? 맞습니다,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인 우리들은 모두 '그럼 탈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되겠네?' 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탈출구는 소위 '존버' 스타일의 플레이어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극히 두드러지는 서울 서버에서는 이 게임이 총게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총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모두 탈출구에서 숨죽이고 있기 때문이죠. 어쩌다가 초반에 총소리가 들리면 그건 탈출구에 대기하려는 사람들끼리 만나 교전하는 소리입니다. 이 때문에 인간불신이 생긴 플레이어들은 탈출구에 수류탄을 한번씩 던져보고, 아무도 없는 탈출구 앞에서 몇분씩이나 쉐도우 파이팅을 하고 있는 PTSD 현상을 보이곤 합니다. 유저들의 숙련도가 늘수록, 이 존버의 방식도 매우 다양해져서, 풀숲에서 튀어나오는 사람, 문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 평소라면 들어가지도 않을 방에 들어가 있는 사람등 각각의 창의력을 발휘하여, 플레이어들의 뒤통수를 노리고 있습니다. 다른 게임이었다면, 불평 한마디를 흘리며 다음 게임을 했겠지만, 매판마다 판돈이 들어가있는 이 게임으로썬 이러한 스타일의 플레이어들에 대한 분노가 더욱 클 수 밖에 없죠.


끝으로

 이 게임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게임입니다. 총알 한대 잘못 맞았다고 게임 내내 절뚝거려야 하는 것과, 출혈이 생겼는데 실수로 붕대를 안갖고와 자기 체력이 줄줄새는 걸 봐야하는 것은 차라리 자기 실수라고 납득할수 있죠. 하지만 거금을 들여 중무장을 한 게임에서, 상대의 눈먼 총알에 머리를 맞고 한방에 죽어버리거나 수차례의 교전끝에 상대의 아이템들을 두둑하게 챙기고 돌아가는 순간, 탈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적에게 죽어버려 모든 노력을 헌납하게 됐을 때의 그 상실감과 스트레스는 이루 말 할수가 없죠. 그렇기에 이 게임을 하는 사람도 이 게임을 했던 사람도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 '이 게임은 보기만 할 때 제일 재밌다'인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 게임이 마니아층으로부터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이 게임 특유의 긴장감과, 분위기로 인한 몰입감이 상당하기 때문이고 그래서 교전에서 승리하고 전리품을 챙기는 쾌감이 더욱더 크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이 게임을 처음 했을 때, 교전은 커녕 제대로 된 탈출한번 못 해볼 정도로 헤메곤 했었습니다, 상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적을 마주치면 화들짝 놀라기만 해서 총도 제대로 못쏴보고 죽기 십상이었죠, 다 큰 거구의 청년이 게임 아이템 좀 많이 챙겼다고, 목에 힘 주고 손을 벌벌떨며 탈출구에 가는 장면은 3인칭으로 보았을 땐 정말 추해 보였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처음 중무장을 한 유저를 잡고 그의 값비싼 장비를 챙겨 탈출구로 돌아가던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그 게임이 주는 스릴이 다른 게임에서 주는 안정감에 비해 너무도 컸기 때문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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