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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룩박사 김홍기 Feb 02. 2023

누룩박사 커피를 탐하다 20-3

어디로 갈지 모를 때는 노를 젓지 말아야 한다

<이미지 출처> Pixabay Comfreak

                                                  

  속담에 맥도 모르고 침통만 흔든다는 말이 있다. 원인 파악은 뒷전이고 증상 해소라는 임시 방편에만 급급한다는 비아냥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도 있다. 좌충우돌 서로 다른 의견이 너무 많아서 결정을 내리기 힘들 때 쓰는 말이다.     


  “어디로 갈지 모를 때는 절대 노를 젓지 말아야 한다.”(《신사고 이론 20》75~84쪽, 이면우, 도서출판 삶과꿈, 1995.10.5.)     


  이면우 교수의 황포돛대이론이 떠올랐다. 누렇게 바랜 책장을 펼쳤다. 목표도 없이 무작정 노를 젓는 탈진하는 노력을 계속하면 결국 표류할 수밖에 없다. 노를 저을 때는 사력을 다해 젓고, 젓지 말아야 할 때는 절대 젓지 말라는 가르침이 뇌리에 박혔다.     


  “이 배는 달 맞으러 강릉으로 가는 배, 에헤라 데헤라차 노를 저어라.” (같은 책 80쪽)     


  그렇다. 떠날 때는 갈 곳이 정해져야 하고 목적이 명백해야 하고 발걸음과 행장도 조율해야 한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 맞다, 지금 내가 가장 먼저 할 일은 갈 곳부터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길 항해가 아니면 출발하지 말아야 한다. 이길 항해가 없다면 이길 수 있는 항해만을 생각하고 만들어 내야 한다.”(같은 책 84쪽)     


  이길 승산이 없을 때는 새로운 항구와 항로를 개척하고 집요한 노력으로 관철시켜야 한다는 말씀을 묵상하며 그동안의 과정을 돌이켜봤다.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생각의 실타래를 되감으며 마음을 추슬렀다. 이른바 업의 재정의가 시작된 것이다.     


  “미래 100년을 먹여 살릴 원천기술 앞동산과 텃밭에 답이 있다.”     


  업의 재정의를 통해 반평생 매진해 온 자연발효기술에 대한 관점이 달라졌다. 다 좋은데 전통발효는 돈이 안 된다는 문제도 실마리가 풀릴 것 같았다. 비전이 보였다. 가슴이 울렁거렸다.      


  이제 나한테 발효는 단순히 된장 간장 고추장과 김치나 젓갈 등을 만드는 전통식품제조기술이 아니었다. 발효야말로 앞으로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의 미래 100년을 먹여 살릴 새로운 원천기술이라는 통찰을 얻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를 자연발효의 메카, 맛있고 부드럽고 속편한 K-발효 한류커피의 메카로 만들자!”     


  일단 노를 멈췄다. 목적지와 목표를 수립하고 가능성을 타진했다. 자연발효를 기반으로 하는 발효기술의 강점을 활용하면 승산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내외 시장을 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통계를 분석했다. 새로운 통찰을 기반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반평생 매진해 온 발효기술 재창조 프로젝트 이름표도 새로 달았다.     


  “원소스 멀티유징, 가격 주도권이 있는 공급자 시장, 임자 없는 땅을 선점하는 무주지 선점”     


  이렇게 해서 누룩박사의 3대 프로젝트인 전통주와 전통식음료 프로젝트, 장독대 부활 프로젝트, 한류커피 차문화 프로젝트가 태동하게 되었다. 중간 점검을 위해 2016년 3년산, 2018년 5년산, 2020년 7년산 셈플링 했고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그 과정에서 2018년에는 코코아 발효원천기술도 추가로 확보했고 2019년에는 북미와 남미 시장에서 콜도 받았고 인재개발을 위한 발효명장 아카데미를 개설운영하는 성과도 있었다. 덤으로 발효와 건강과 한류커피 제조기술 관련 책자를 출간하는 성과도 있었다.      


  이제 2023년 6월이 되면 10년 발효숙성 K-발효 한류커피 시리즈가 세상에 활보를 시작할 것이다. 누룩박사 보물창고에서 10년 묵언수행을 통해 내공을 쌓은 K-발효 한류커피가 그 진가를 보여줄 것인지 자못 기대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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