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ios Spain, Hiya Sydney!

다음 여행지로 출발합니다

by 윤지아

다음 주면 엄마의 오랜 친구가 있는 호주로 떠난다.

시드니 공항에 도착해 이모네 집이 있는 캔버라로 이동하고 캔버라에서 3일을 보낸 후 시드니로 돌아와 여행을 즐기는 것이 여태 세운 계획이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호주에 있는 본다이비치에서 수영하는 것이다. 본다이비치와 수평을 이루며 해수풀로 가득 찬 아이스버그 수영장은 나의 오랜 로망이었다. 수영을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물을 워낙 좋아하는 물개 인간이라 그런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달링 하버, 코알라를 만질 수 있는 동물원보다 더 기대된다.

생각만 해도 설레는데 곧 현실이 될 수 있다니, 일주일 후면 이루게 될 버킷리스트에 지금부터 심장이 반응한다.


오랜 친구를 만나는 엄마의 모습과 버킷리스트를 이루는 나의 모습,

스페인 이후로 우린 또 서로의 행복한 모습을 볼 수 있겠지.

스페인 여행에서는 지키지 못했던 '엄마에게 화내지 않기'를 호주 여행에서는 반드시 지키고 싶은데, 지키지 못해면 어때. 이번 여행도 우리는 최고의 여행을 할 텐데 뭐.


다만 버킷리스트를 이룬 뒤 내가 느낄 공허함이 두렵다.

혹시 나에게는 버킷리스트를 이룰 수 있다는 그 마음만으로도 이미 충분했던 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지금이 가장 설레는 순간이려나.


스페인 여행 기념품


스페인 여행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엄마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어두컴컴한 기내에 엔진음만 들리는 요란한 적막을 깨고 엄마에게 속삭였다.

"스페인은 내가 다녀온 여행지 중에 TOP3에 들어. 넘버원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뭐랄까.. 다음에는 휴양도 적당히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가면 좋겠는데 어디가 좋을까.." 라며 말끝을 흐리며 생각에 잠기려던 때,

5초 정도 지났을까 엄마가 대답했다.


"어디로 가면 어때. 좋아하는 사람이랑 재밌게 다녀오면 그게 제일 좋은 여행인거지"

이 한마디에 내 얼굴을 달아올랐다. 조금은 차가운 기내 공기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달아오른 내 얼굴이 어두운 조명에 잘 안 보여서 다행이었다.

여행을 많이 다녀봤다고 으스댄 것 같아 부끄러웠고, 엄마에게 굳이 이곳이 넘버원이 아니라고 말하며 이번 여행을 최고로 기억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은 것 같아 미안했다.

선호하는 여행지, 여행스타일이라는 아주 개인적인 기호를 엄마에게 강요한 것 같았다.


나는 습관처럼 '여기는 관광하기에는 좋은데 휴양이 조금 아쉽다, 저번에 다녀온 곳보다 좋긴 하네' 등 내가 다녔던 여행지들을 멋대로 비교하며 순위를 매겨왔다.

하지만 이제 여행지만큼은 순위를 매기지 않으려 한다. 엄마 말대로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즐겁게 다녀온 추억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최고의 여행일 테니까.


Adios Spain, Hiya Syd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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