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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서사

우리는 시즌3의 10화 정도 왔어

by 윤지아

이 삶을 버텨내려면 어떻게든 똑똑 끊어가야 한다는 글을 봤다.

삶을 200 회차라고 생각하고 대충 시즌3의 10화 정도 왔다고 생각하라고.

새 시즌이 들어갈 때면 오프닝도 바꿔주고 배경도 바꿔주면서 멋지게 촬영해야 한다고.


살아오면서 겪은 크고 작은 위기들이 나의 엔딩에 꼭 필요했던 시간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나아지는 것 같다.

삶이 지루해질 때면 새로운 등장인물이나 지나간 조연을 불러내고 괜찮고, 그마저 싫다면 내레이션으로 채워보기도 하며 그렇게 엔딩을 위해 달려가면 된다.

나는 주인공으로써 위기를 맞을 수도 있고 갑자기 시련이 찾아와 멈칫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그래야 긴장감 있는 한 편이 완성될 테니까.


타지에서 생활하는 친구의 입에서 요즘 부쩍 힘들다는 말이 늘었다.

며칠 전, 그 친구에게 온 힘들다는 메시지에 "주인공 서사라고 생각하는 건 어때?"라고 답장했다. 더 이상 힘내라고 말하는 건 의미 없는 일인 것 같아서 그렇게 말했다.

차라리 주인공 서사, 지금 이 시기는 주인공이 반드시 겪어야 할 고난과 역경의 시기라고 생각하라고, 그저 해피엔딩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일 뿐이라고 했다.

해피엔딩이 아닐 수도 있지 않냐는 친구의 말에 심장이 덜컥하기도 했지만, 어떤 엔딩이든 지금 겪는 고난과 역경의 시기는 다 지나가는 거 아니겠냐고 대답했다.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든 내일이면 과거가 되고 만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이 힘든 시기를 겪고 난 후 더 강해지고 단단해지는 것처럼,

위기를 극복해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것처럼, 우리도 그럴 것이라고.

그러니까 크고 작은 고비가 있을 때면 주인공 서사라는 걸 떠올려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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