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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궁금한 인생 Jun 10. 2024

퇴사의 무게


도비는 자유예요!


    영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해리포터에게 양말을 받은 노예 요정 도비가 자유의 몸이 되는 장면을 퇴사 짤로 유행시키며 퇴직자에게 “도비 양말”을 선물하고, 퇴직일 브이로그를 찍는 2030 세대의 자유분방함이 내심 부럽다.                           

                                                   

    평생직장을 최고로 여겨 공무원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몇 년 전부터 '대퇴사의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퇴직이 일상화되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쿨하게 사직서를 던지기에 40대들이 느끼는 무게는 좀 다르지 않을까 싶다.


   40대 후반에 접어든 내  몸은 이미 예전 같지 않다. 밤새워 마셔도 다음날 멀쩡히 출근할 수 있는 체력도 이미 바닥난 지 오래고, 노안이 오는지 침침해진 눈으로 애꿎은 모니터만 노려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끌어내기 전까지는 어떻게 해서든 이 자리에 붙어있어야 하나 비굴한 생각도 해본다.     

                                                              

    남들은 노후 준비에 정신없을 이때, 나는 회사 그만두고 할 일도 못 찾으면 손가락만 빨며 집에 앉아, 그동안 모아둔 돈 다 까먹고, 몸은 몸대로 아프고 노후파산 독거노인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극단적인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설사 뭔가를 시작해 본다 해도 회사에서는 수많은 팀으로 나눠서 하던 일을 하나부터 열까지 나 혼자 챙겨야 한다는 걱정, 내 생각을 컨펌해 줄 사람이 없으니 모든 결정에 대한 결과는 오롯이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두려움... 전문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전형적인 단순 사무직이었던 내가 자판 두드리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있기나 할까라는 생각에 사직서만 쓰다 지우다를 반복한다.  


나도 도비처럼 "00 이도 자유예요!"를 외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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