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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궁금한 인생 Jun 18. 2024

행사의 목적을 잊지 말자

  

   본부의 브라운백 세미나부터 공관의 국경일 행사까지 크고 작은 행사를 준비하다 보면 최대한 멋지게 기획을 하고 싶어도 가용 자원이 항상 제한적이다. 이런 현실은 두고두고 모델이 될 만한 행사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내 노력이 헛된 야망을 넘어 탐욕이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들게 만든다.         

                                        

   짐 론은 “야망의 힘”에서 "야망은 희망을 현실로 바꾸며, 행복한 삶으로 이끄는 강력한 힘"이라고 했지만,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선 꿈이 크면 클수록 나를 포함 여럿이 더 고생을 하게 될 확률도 커진다. 희망이니 행복이니 하는 말은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린다. 그나마 마음이 맞는 직원들과 몸으로 때우는 고생이라면 행사 후의 보람을 기대하며 며칠 밤이라도 새지만, 행사 예산은 여기저기 연락하여 읍소해도 더 받을 수 있는 범위가 뻔한 문제라,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 행사를 왜 하는지 그 목적과 본질을 되물어 선택과 집중을 하는 수밖에 없다.        


   이스탄불에서 근무할 때, 참전용사 초청 감사 행사를 준비했던 적이 있다. 참전하신 분들의 희생을 위로하고 감사의 마음과 경의를 표하고자 매년 6.25 즈음하여 개최하던 행사로서,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된 대한민국의 위상을 알리는 공공외교의 한 종류였다. 행사 취지를 생각하면, 마음 같아선 현지 유명인사를 사회자로 모시고, 정갈한 한식에 화려한 문화공연도 곁들여, 단순한 감사 행사가 아닌 종합 예술의 장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예산 사정상 ‘감사하는 마음이 제일 중요하지’하며 스스로 위로 혹은 정신 승리했던 기억이 난다.                                                                


   할 수 없이 '종합 예술의 장'은  포기하고, 당시 함께 근무하던 직원과 참전용사 할아버지들께 일일이 전화를 드려 그분들이 소중히 간직하고 계시던 한국전 관련 사진들을 모아, 밤새워 영상 자료를 만들어 행사 말미에 상영했다. 본인과 전우들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시기도 하고, 잔잔히 미소를 지으시기도 하던 모습, 행사 후 출구에서 인사하던 우리 직원들 손을 한 명 한 명 꼭 잡아주시던 모습을 생각하면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 한구석이  뭉근하게 덥혀진다.


   행사 후 이틀 동안 앓아누울 정도로 힘들었지만 그만큼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면, 행사를 준비하는 내내 이걸 왜 하는지 본질을 놓치지 않고, 모든 가용 자원을 그 목적을 달성하는데 집중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만족감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제 인생 2라운드 세 달 차인 나. 또박또박 들어오던 월급도 없고, 얼마 안 되는 연금은 받으려면 십 수년은 더 있어야 하니, 살면서 지금처럼 가용 자원이 극도로 제한적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이런 상황에 덜컥 사표를 낸 사람이 정상이 아니라고, 후회할 거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고 지금도 듣고 있지만, 내 삶의 목적, 본질에 집중하고 싶었다. 억지로 끌려가며 사는 게 아니라 왜 하는지, 왜 가는지, 왜 사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하여 온 힘을 쏟아부은 후의 만족감을 다시 느끼며 살고 싶었다.

 

   십여 년이 지난 이제, 그때처럼 다시 얼마 안 되는 자원(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을 선택적으로 집중시켜야 할 때가 되었다. 앞으로 건강도 자산도 드라마틱하게 좋아질 것이라는 헛된 야망을 품지는 않는다. 다만, 그동안 내 삶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조금씩 채워간다는 마음으로 현명하게 선택하고 열정적으로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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