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걷는 사람이 뛰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저 사람이 뛰는 데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곧 열차가 들어온다는 신호다.’라고 생각하고 따라 뛰기 시작한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나 또한 뛰어야 할 것 같아 뛰어본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앞사람이 나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사람인 것을 알게 되면 내가 뛸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설령 같은 방향이더라도 앞사람조차 열차를 놓쳐 텅 빈 스크린도어 앞에서 마치 뛴 적 없는 사람들처럼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다음 열차를 기다리기도 한다. 아마 삶이라는 것도 남들 따라 뛸 필요가 없었고, 뜀박질 끝에선 내가 원한 방향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고, 심지어는 굳이 뛸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뛰어가는 사람들 속에서, 나를 앞질러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차분히 생각해 본다. 내가 지금 뛰어야 되나? 딱히 뛸 이유가 없어 걸어간 나도 결국 열차에 탄다. 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