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가면 항상 새로운 길을 익힌다. 이곳에는 어떤 것들이 주변에 존재하는지 집에서 어느 방향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게 된다. 그렇게 한 달을 돌아다니다 보면 지하철로 2개 역까지 훤히 알아낼 수 있다. 이사한 지 2주 동안 여러 번 걸어 다녀서 인지 벌써 4곳의 코스를 만들어 냈다.
모두 1시간 걸리는 코스들인데 4곳 다 분위기가 다르다. "걷기 운동이나 운동을 위해서 1곳만 알아내도 운동하기에 문제가 없는데 여러 곳을 알아내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는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코스를 미리 생각해서 걷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각각 느낌이 다른 곳을 만들어 걷는다. 운동을 가기 전에 미리 그것들을 생각해서 머릿속에 떠올리면 괜히 가기 싫어질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여러 곳을 만들어 그날 마음에 드는 곳으로 가면 운동을 거르는 빈도가 적어진다.
이 같은 습관은 8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하면서 돈이 너무 부족했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했고, 식비는 물론 교통비도 아껴야 했다. 당시 성신여대역 근처에서 살았는데 명동까지 걸어서 출퇴근을 했었다. 덕분에 운동도 하고, 여러 사람들의 모습과 다양한 곳들을 볼 수 있었다. 돈이 없어 힘들었지만 걸음을 걸을 때만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이렇게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지금은 서울에 없지만 아직도 이 습관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물론 이제는 5~6개 역까지 걸어 다니지는 않는다. 반경 30분 거리만 걸어서 다닌다. 예전에는 좁은 길 구석구석에 빵집이나 카페들이 어쩌다 하나씩 보였는데, 요즘은 조그 마한 가게들이 많이 보인다.
그래서 "다음에는 여기도 한번 가보자. 저기도 한번 가보자" 하고 나만의 맛집을 기록해두는 재미가 덤으로 생겼다. 또 돈이 없을 때는 해보지 못했던 "걷다가 카페 들어가 커피 마시기" 도 가능해졌다.
점점 새로운 재미도 늘어가니 어떻게 걷는 걸 멈출 수 있겠는가? 낮에는 낮대로의 모습이 있고, 밤에는 밤대로의 모습이 있어 같은 장소도 2가지의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시간이 너무 늦으면 술 취한 취객들이 많아 조심해야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계속 새로운 길을 가다 보면 길을 잃을 때도 있다. 그렇다고 핸드폰에 지도를 보고 걸으면 길을 찾기는 쉽지만 재미가 없다. 이럴 때는 주위에 큰 건물을 기준으로 방향을 잡고 돌아다니면 길을 잃어도 금방 찾을 수 있다. 가끔 길을 잃다가 그곳에서 새로운 것들을 보게 되는 경우도 꾀나 있다.
탐험이나 호기심이 많다면 시간이 충분할 때 한 번씩 주변을 걸어보라. 소소하지만 느끼는 것들이 많을 것이다. 맑은 날이면 반짝거리는 별도 제법 보이고, 미세먼지가 없는 요즘은 걷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오늘도 비가 그치고 나서인지 하늘이 아주 깨끗하게 맑다. 구름도 새하얗고, 반짝반짝 별과 위성도 잘 박혀있다. 곧 겨울이다. 미세먼지가 다시 찾아올지 모르니 그전에 많이 눈에 담아두면 좋지 않겠나?
이렇게 풍경에 빠져 걷다 보면 기분도 좋아지고, 덩달아 맛있는 음식도 생각이 난다. 이럴 때는 달고 짠 것과 함께 맥주 한 잔이 생각이 난다. 여러 가지 맥주 안주가 있지만 집에서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고구마 피자가 떠오른다. 노곤하게 피맥 한잔해보자.
맥주 안주로 피자를 먹을 때 두꺼운 도우보다 씬 피자를 선호하는 편이다. 달콤한 고구마와 치즈를 듬뿍 얹은 씬 피자는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어휘력을 더 키워야 표현이 가능할 것이다.
보통 배달을 시키면 치즈는 많이 들어가지만 고구마를 풍족하게 넣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고구마 피자를 만들어 먹는 쪽을 택한다. 가격도 저렴하고 배달 오는 시간에 반만 할애하면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그럼 vvip 리치골드 피자를 만들어 보자!
- 고구마 피자 재료 -
※ 컵=종이컵, 큰 술=쇠 숟가락
또띠아
토마토 페이스트
고구마 2~3개
양파
파망
스팸 또는 고기, 해물
피자치즈
설탕 1 큰술
물 1/2컵
종이 호일
비닐팩
- 만드는 방법 -
1. 고구마를 찐 후 식힌다. 전자레인지에 5분 정도 돌리면 된다.
2. 양파, 스팸을 새끼손톱만 하게 다져준다. 토핑을 올릴 만큼만 썰어주면 된다. 토핑이 큰 것을 원하면 크게 썰어도 좋다.
3. 피망의 씨를 제거한 후 0.5mm 두께로 채 썰어 준다. 원형 그대로 쓰거나 반을 잘라 썰어도 된다.
4. 식힌 고구마를 비닐팩에 넣고, 설탕 1 큰술 또는 설탕물(설탕 1 큰술+물 1/2컵)을 넣어 고구마를 으깨면서 섞어준다. 비닐의 끝부분을 조금씩 자르며 고구마가 나오는 양을 조절해 준다. 짤 주머니 대신에 사용하는 것이다. 밤고구마인지 물 고구마인지 확인을 하고 설탕물을 조절해야 한다. 고구마가 묽어야 비닐팩을 짰을 때 막힘없이 잘 나온다. 물 고구마 일 경우 물 1/3컵을 넣어주면 된다.
5. 종이 호일에 또띠야를 깔고, 토마토 페이스트 2 큰술을 넓게 펴 바른다.
6. 또띠아의 가장자리 2cm를 남기고, 양파와 스팸을 뿌리듯 올려준다. 토핑은 자신에 맞춰 넣어주면 된다.
7. 피망을 올려준다.
8. 토핑이 올라가지 않은 가장자리에 고구마를 짜면서 둘러준다. 고구마를 치즈 뿌리기 전에 둘러주면 옆으로 떨어지는 것을 줄여 줄 수 있다.
9. 피자치즈를 토핑 올린 곳에 뿌려준다.
10. 팬에 종이호일째로 넣고, 뚜껑을 덮은 후 약 불에 2~3분간 구워준다. 치즈가 녹을 때까지만 구워주면 된다. 또띠아가 많이 구워졌는데 치즈가 녹지 않았다면 전자레인지에 30초만 더 돌려주면 된다.
또띠아로 피자를 만들면 조금 더 쫀득한 치즈의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밀가루 섭취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고구마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넣어 만들면 좋다. 자르지 않고 통째로 접어서 먹을 수도 있고, 한 입 크기로 잘라먹어도 된다.
아직도 피자의 쫀득한 식감이 입안에 남아있어 침이 고인다. 또띠아는 여러 음식에 활용하여 먹으면 되기 때문에 구비해 놓으면 유용하다. 또띠아 피자 한 개로 부족하다면 남은 토핑으로 한 개를 더 만들어보자 5분도 걸리지 않는다. 나는 평소에 한 개를 굽는 동안 하나를 더 토핑 해놓고, 바로 굽는다. 오늘 하루 열심히 걸어온 나에게 고구마 피자와 맥주 한 잔을 선물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