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나 혼자 가끔 이발을 한다. 그런데 이번 이발은 조금 다르다. 30대가 넘어가면서 이마가 점점 넓어지는 것 같아 발모제를 인터넷에서 주문했다. 발모제를 사용한 지 1달째 머리카락이 더욱 많이 빠지는데 괜히 사용했나 싶다.
아주 숭덩숭덩 빠진다. 머리를 감을 때도, 말릴 때도, 일상생활에서도 시도 때도 없다. 이렇다 보니 불안감은 더욱 높아졌고, 부작용 관련 검색어를 두드려본다. 쉐딩 현상? 건강한 모발을 위해서 건강하지 않은 모발들이 제거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3개월 정도는 되어야 모발이 많이 생긴다고 하는데... 무슨 건강하지 않은 모발이 이렇게나 많은 것인지... 몇 시간째 찾아보다가 결론이 섰다.
지속적으로 1년을 사용해 보자! 그렇게 2달이 흘렀다. 전보다 빠지는 머리카락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비듬은 여전히 많다. 요즘은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 아쉽지만 좋아하는 걷기도 미뤘다. 하나를 포기하면 하나는 얻을 것이다. 자라나라 모발 모발! 끝까지 사용해 보련다. 점점 머리 길이가 길어지고, 미용실을 갈 때가 되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겨줄 때 머리가 많이 뽑힐까 봐 겁이 나 집에서 자르기로 한다. 그래서 이번은 의미가 다른 셀프 이발이 된 것이다. 오랜만에 숱가위와 컷트용 가위를 꺼내들었다. 너무 오랜만이라 자르는 방법이 가물가물하다. 화장실에 신문지를 깔고, 곁눈질로 앞머리를 먼저 잘라 나간다. 깨작깨작 소심한 가위질이 계속된다.
행여나 삐끗할까 신중에 신중을 기하면서 잘라나간다. 앞머리가 끝나고, 옆머리로 넘어간다. 이번에는 "귀"라는 장애물이 있다. 어렸을 때 바리깡에 귀를 다친 적이 있어 더 신중히 잘라갔다. 휴~ 안도의 한숨과 함께 끝이 났다. 거울을 보며 머리를 털어가는데 어디선가 낯익은 장면! 만화가 기안84님이 떠올랐다. 만족해하는 모습이나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매만지는 모습이나 영락없다.
셀프 이발이 나름 만족스러웠는데 나만의 착각인 것인지?! 항상 "나 혼자 산다"를 보면서 기안84님이 미용실에 갔으면 하는 답답함이 있었는데 그 고구마가 "나"인 것 같았다. 다들 한 번쯤 혼자 이발을 해본 경험들이 있는가? 요즘은 셀프 이발을 검색하면 아주 많은 정보들이 나온다.
물론 직접 해보면 그들처럼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여자분들은 앞머리를 집에서 잘라 본 적이 많을 것이다. 어머니와 여동생이 있어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셀프 이발을 해보면 잘 잘렸을 때 나름의 뿌듯함이 생긴다. 한번 도전해 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머리를 자르면 치우는 것이 가장 문제이다. 요리를 하고 나면 설거지와 뒷정리가 문제이듯 자른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물기가 어디서 생겼는지 신문지가 찢어져 버렸다. 우수수 떨어지는 머리카락에 허탈하게 헛웃음이 나오고, 멍하니 쳐다보았다. 휴... 다시 치우기 시작한다.
치우고 치워도 어디서 그렇게 나오는 것인지 끝이 없다. 귓속에서도 바닥에서도 악의 화수분이 따로 없다. 머리를 감고 말려본다. 삐죽삐죽 머리카락이 튀어나와 있다. 분명히 잘 자른 거 같았는데 착각이었나 보다. 피식 웃었다. 외출할 때마다 머리를 만지고 나가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생겼다.
오늘도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한 끼를 때우기 위해 주섬주섬 준비를 한다. 찌개를 해먹으려 하는데 찌개 양념장을 다 먹었나 보다. 잘 됐다. 오늘은 양념장을 만들어 보도록 하자. 독자분들은 어떤 식으로 찌개를 끓이는가? 양념장 없이 재료를 따로 넣어 끓이는가? 양념장을 만들어 사용하는가?
나는 양념장을 한번 사용하여 쓴 이후로 꼭 양념장을 넣어 찌개를 만든다. 한번 만들어 놓으면 양념장을 사용해 넣고, 소금 간을 하면 맛있게 끓여지기 때문이다. 이제는 양념장이 없으면 찌개 끓이기가 귀찮게 느껴진다. 한번 만들어 놓고 사용해 보면 계속 만들어 놓을 것이다. 그럼 서둘러 찌개 양념장을 만들어보자.
※ 컵=종이컵, 큰 술=쇠 숟가락
고추장 1 큰 술(듬뿍)
고춧가루 반 컵
다진 마늘 1 큰 술
후추 살짝
멸치 액젓 2 큰 술
참기름 1/3 큰 술
미림 또는 간생강 반 큰술
1. 재료를 섞을 그릇을 준비하고, 고추장 1 큰 술을 넣어준다.
2. 고춧가루 반 컵, 다진 마늘 1 큰 술, 멸치 액젓 2 큰 술을 넣어준다.
3. 참기름 1/3 큰 술, 미림 반 큰술, 후추 살짝 넣어준다.
4. 모든 재료를 숟가락으로 잘 섞어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해 준다.
주어진 재료를 섞어주기만 하면 간단한 찌개 양념장이 완성된다. 감자찌개를 끓이거나 부대찌개, 전골, 순두부찌개 들을 끓일 때 1~2 큰 술을 넣고, 소금 간만 해주면 찌개가 간단히 완성된다. 멸치 액젓 대신 어간장이나 참치 액젓을 넣어도 된다.
집에 있는 액젓에 따라 넣어주면 된다. 한 생강을 첨가해 줘도 좋은데 조금만 첨가해야 한다. 생강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많아 이 레시피에는 생강을 제외하였다. 간을 할 때 소금뿐 아니라 간장을 사용하여 간을 해주어도 좋으니 자신의 취향에 맞게 만들어주면 된다.
고추장을 많이 사용하면 텁텁하고 시원하지 않아 고추장의 첨가는 적게 하였다. 맑은 국을 제외하고는 어느 찌개에도 넣어 사용하면 된다. 자신의 일에 치여 집에 돌아오면 쉬기 바쁜 요즘이다. 배달음식에 의지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 항상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레시피를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대량의 레시피는 양을 축소하여 만들고 있다. 만약 양념장의 양을 늘리고 싶다면 들어간 양에 만들고 싶은 양만큼을 곱하면 된다. 조금 더 정성을 들여 제대로 음식을 만들면 더욱 풍부한 맛이 나겠지만 이대로도 나쁘지 않은 한 끼가 될 것이다.
만들고 만들다 보면 다른 재료들을 넣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이 양념장이 부족하다 싶으면 재료를 좀 더 채워 넣어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이 꼭 그런 마음이 생기길 바란다. 다양한 음식, 다양한 레시피가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심플더웍 요리연구가 한두성
010-9635-26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