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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마리 Aug 12. 2024

아빠는 한 시간에 얼마나 받아?

아빠가 늦은 저녁 귀가한다.

강아지마냥 아이가 현관으로 뛰어나온다.


“아빠 왔어?”


피곤한 아빠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그래!”


곧이어 아이가 묻는다.


“아빠는 한 시간에 얼마나 받아?”


아빠의 얼굴에 반가움이 싹 가신다.


“너는 고작 한다는 말이, 아이구 이 녀석아!”


꿀밤을 한 대 주고 화장실로 향하는 아빠.


“그래. 한 시간에 만원 번다. 됐냐?”


손을 씻으며 아들 생각을 한다.

갑자기 돈타령이니 용돈이 급한가 보다.

세수를 하려다가 아들 방으로 간다.


“용돈 필요하냐? 그래도 그렇지. 아빠한테 그렇게 물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던 아들은 슬며시 얼굴을 꺼내며 웃는다.


“얼마 줄까?”

“오천원!”


아빠는 지갑에서 주섬주섬 돈을 꺼내 아들에게 건넨다.

그런데 아들이 베개 밑에서 봉투를 꺼낸다.

아빠에게 받은 돈을 봉투에 넣어 다시 아빠에게 준다.


“이거 만원이야. 내가 가진 오천원, 그리고 아빠가 준 오천원.”


갑자기 눈이 휘둥그래진 아빠.


“아빠, 한 시간에 만원 받는다고 했지? 내일 나랑 한 시간만 놀아줘. 내일 내 생일이야.“


해맑게 웃으며 아빠에게 돈을 건네는 아이를 아빠는 와락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주일예배 설교 시간에 들었던 이야기다. 사랑한다면 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진다. 나는 과연 입으로는 사랑한다고 하면서 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가? 사랑하는 내 아이, 사랑하는 우리 아내와 함께 기꺼이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가? 인터넷에도 떠도는 짤막한 얘기, 그 속에서 사랑과 눈물과 반성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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