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시간? 그런 거 없다.

나만의 시간활용

by 북짱



보글보글 꼬리곰탕이 끓는 소리 외에는

오랜만에 집 안이 조용하다.

파를 송송 썰다 말고 칼을 내려놓았다.

이런 고요한 시간을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층으로 냅다 뛰어 올라가 읽고 싶었던 책 한 권을 꺼내 들고 내려왔다.

무작정 커피를 한 잔 내리고 책을 펼쳤다.

이 황금 같은 시간을 날려버릴 수 없다.

왠지 유튜브도 싫고, 드라마도 지금은 싫다.

뭔가 더 ‘퀄리티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2020년, 코로나가 터진 이후

무려 6년 만에 남편이 회사로 복귀했다.

주 3일이지만, 그게 어딘가.

6년 동안 삼식이를 먹이느라 고생한 나에게,

그리고 군말 없이 아무거나 잘 먹어준 삼식이에게 박수를 보낸다.




음악을 틀어도 좋고,

이 고요함 그대로여도 좋다.

지금 이 시간은 그냥 너무 소중하다.

두어 시간 뒤면 아이들 픽업 시간이다.

그러니 빨래와 청소는 과감히 미뤄둔다.




예전엔 일이 밀려 있는 느낌이 싫어서

청소부터 하고, 정리부터 끝내놓고

그다음에 ‘내 시간’을 가지려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면

내 시간은 늘 시작도 못 한 채 사라졌다.

그래서 이제는 순서를 바꿨다.

일은 아이들이 오면 하고,

지금은 나부터 챙긴다.




평소 남편이 집에서 일할 때는

아침 차리고 뒷정리하고 나면 벌써 점심이다.

점심 준비해서 밥 차려주고 나면

어김없이 픽업 시간.

그리고 아이들이 오면… 그때부터는 전쟁이다.




배고프다고 간식 찾지,

숙제 봐달라 하지,

웃고 떠들고 장난치고,

도서관 가자 했다가 마켓도 따라오겠다고 하고,

어느 날은 이유 없이 짜증도 부린다.

아이들 도시락 설거지에 저녁 준비,

같이 밥 먹고 산책하거나 보드게임 한 판 하면

하루는 그렇게 끝난다.




아이들 하교 이후에

‘내 시간’을 갖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아이들 다 재우고 밤 10시쯤,

그제야 밀린 설거지와 빨래, 집안일을 끝내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피곤하다. 졸리다.

씻고 눕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래서 나는 안다.

시간은 남는 게 아니라,

쟁취해야 생긴다는 걸.




틈날 때마다 내 시간을 찾아야 한다.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성경도 읽고 필사도 해야 한다.

할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나는 원래 게임을 좋아한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오락실을 다니며 놀던 아이다. ㅋㅋ

우리 시대엔 오락실을 불건전한 장소로 여겨

어른들이 유독 싫어했다.

그럼에도 몰래 저금통에서 동전을 빼내

동생이랑 가곤 했다.


게임은 시작하면 끝이 없다.

신혼 초, 게임 회사에 다니던 남편이

“재밌다”며 사다 준 게임 몇 개로

밤을 새운 기억도 있다.

그래서 지금은 아예 시작하지 않는다.

한 번 빠지면

시간이 얼마나 무섭게 사라지는지

너무 잘 아니까.

이제는 그 시간이 아깝다.




시간은 쟁취하지 않으면 가질 수 없다.

하루는 정말 순식간에 지나간다.




특히 요즘은

유튜브, 짧은 영상, 드라마, 웹툰,

그리고 끝없는 웹 쇼핑까지.

시간을 집어삼키는 유혹이 너무 많다.

그래서 더 조심한다.




빨래를 정리하거나 설거지를 할 때

그런 것들을 틀어둔다.

그러면 일하면서 노는 기분이 든다.

가끔은 보고 싶던 걸 틀어놓고

요리를 하기도 한다.

이 정도는, 나에게 허락한다.




시간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할 말이 참 많다.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못하는 건

사람에게 시간을 내는 일이다.

정해놓지 않으면

‘만나야지’ 생각만 하다 끝나버린다.

그래서 올해는 다짐했다.

친구들에게 더 자주 연락하고,

시간을 내어 만나기로.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하나님과의 시간.

바쁨에 밀려 뒤로 미루지 않고

의식적으로 지켜내고 싶다.

그 시간을 통해

더 깊고 단단한 관계로

성장하고 싶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조금 두서없어졌지만

결론은 이거다.




나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지도 말고,

그렇다고 너무 풀어놓지도 말고.

올해도 이렇게, 파이팅이다.




나의 시간을 잘 찾아서 쟁취하며


그렇게 오늘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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