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냐, 나도 아프다

아파도 ing

by 북짱


요즘 LA는 유난히 춥지도 않은데, 주변을 보면 독감으로 다들 고생이다.

그리고 결국, 나도 걸렸다. 오랜만이다.




나는 비교적 건강한 편이라 크게 아픈 일이 거의 없다. 체하는 일도 드물고,

감기에 걸리더라도 1년에 한 번 정도.

문제는 그 한 번이 항상 아주 세게 온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었다.

목에서 시작된 감기는 침을 삼키는 것조차 힘들 만큼 바짝 마른 통증으로 번졌고,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이틀, 길어야 사흘이면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감기는 일주일이 다 되도록 떨어질 기미가 없다.




목이 조금 나아지나 싶더니 이번엔 기침과 콧물이

시작됐다.

기침을 할 때마다 머리가 꽝꽝 울린다.

결국 타이레놀을 달고 살고 있다.




비타민 C, 생강차, 대추차, 레몬꿀물, 배도라지 진액, 마시는 비타민까지

해볼 건 다 해봤다.

소금물 가글이 좋다기에 그것도 꾸준히 했지만

감기는 여전히 그대로다.




이렇게 아픈데도 내 일은 멈추지 않는다.

대신해 줄 사람은 없다.

아이들은 엄마가 아파도 여전히 엄마만 찾는다.

평소처럼 해주지 못하니 더 서운해하고, 더 투정을

부린다.




남편이 도와주겠다고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가족들 밥, 아이들 도시락, 빨래와 청소까지

결국 여전히 아픈 내가 하고 있다.

혹시라도 아이들과 남편에게 옮길까

마스크를 낀 채로.




쉬지 못해서 계속 아픈 건지,

독감이라 오래 걸리는 건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감기 떨어지라고 나를 위한 콩나물 김칫국을 끓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프면, 결국 나만 고생이다.

아프다고 마음대로 몸져누울 수도 없다.




엄마는 다 그런 건가 보다.


아프지 말자, 빨리 낫자 다짐해 보지만

몸은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내가 기운이 없으니 집안 전체에 기운이 없다.

아이들도, 남편도, 심지어 우리 집 강아지까지

다들 축 처져 있다.

모두가 내가 빨리 낫기만을 바라고 있다.




그 사실이, 새삼 감사했다.

나를 의지하는 아이들이 있고, 남편이 있다는 것.

때로는 나를 지치고 힘들게 하지만

그들이 있기에 내가 살아갈 힘을 얻고

내 삶이 기쁨으로 채워진다는 것을.




하나님이 내게 주신 가장 소중한 선물들임을

잊지 말자고 마음속으로 다시 다짐한다.

가끔 열받게 해도

조금은 참고, 받아주고, 웃어주자고.




딸아이가 말했다.

“엄마가 아프니까 내가 못된 딸이 된 것 같아.”

엄마가 달라졌다고,

어서 원래 엄마로 돌아오라고 한다.

(그 말에 웃음이 났다.)




입맛이 없어도 열심히 먹고

기운을 차려야겠다.

원래의 나로, 빨리 돌아가려면.




독감에 걸려 아파도

힘을 내어 본다.



아픈 나를 다독이며 돌보며



그렇게 오늘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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