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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철미 Feb 28. 2023

아이들 방학, 나도 방학

방학은 행복하지만 지루할 수도 있잖아요

저번주 금요일부터 월, 화요일까지 아이들의 방학이었다.

거의 모든 어린이집, 유치원이 그런 듯하다.

보통은 긴급보육이 가능하고, 그래서 방학 때도 당연히 우리 아이들은 등원을 했다.

텅 빈 어린이집에 아이를 밀어 넣는 죄책감과 차량운행을 안 해서 조금 더 바빠지는 등하원시간의 불편함을 투덜거리면서.


그런데 이번엔 짠 것처럼 긴급보육에 실패했다.

둘째 어린이집에선 공사가 있어서 긴급보육이 어렵다고 미리부터 말씀해주셨었고

첫째가 가는 어린이집에선 긴급보육을 신청한 아이가 그 큰 어린이집에서 우리 아이 혼자라고 하셨다.

그래서 대청소와 교사들 교육이 잡혔다고..


막막했고 또 좌절했다.

난 왜 이러고 살아야 하나, 정녕 일하는 엄마는 욕심인 건가, 애들 등하원 시키고 시간 맞는 곳에서 부업이나 알바만 뛰어야 하는 건가 오만 생각이 머리를 뒤덮었다.

고민해도 해결방법은 나오지 않았고

결국 친정 부모님께 아이들을 맡겼다.


생각보다 잘 자고 잘 놀아준 아이들.

덕분에 몇 년 만에 신랑이랑 웨이팅 하는 맛집에서 저녁 데이트도 하고, 아이 낳고는 새벽에만 몰래 와서 비비고 가는 첫째 고양이를 끌어안고 밤새 안 깨고 잠도 잤다.

두 시간이나 욕조에 몸을 담그고, 저녁 먹으면서 보고 싶은 티브이 프로그램도 봤다.

출퇴근시간에 늦장을 부려도 부려도 시간이 남더라.


그렇게 이틀을 보내고

내일 아이들을 데리러 포항으로 간다.


편하게 자는? 마지막 밤이라 실컷 놀다 자려는데 지인들 유튜브 알고리즘에 자꾸 등장하는 영상 때문에 여기저기서 연락을 받게 된다 ㅋㅋ

그래서 오늘 내가 나온 다큐 영상 댓글을 찾아봤는데 말 한마디에 위로받고 상처받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도 된다.


니가 낳고 왜 징징거리냐는 댓글을 보고 내가 애 낳고 키우기 힘들어요 잉잉했나 다시 영상을 돌려봤다.

아이 낳은 걸 후회한다는 말도 한 적 없고, 그런 생각도 한 적 없는데.. 참 사람마다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구나 싶다.


삼백 개가 넘는 댓글을 보면서 그 와중에 위로받고 또 아이들 생각에 웃음 짓고.

마지막 날이니 놀자! 해놓고 결국은 또 아이들 생각하고 있는 날 보며 사랑도 중독이다 싶다.


내일 눈뜨면 얼른 아가들 보러 가야지

분명 보상받으려는 듯 달라붙어서 안 떨어질 거고

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지금 이 시간을 그리워하겠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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